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지난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언어장애인 활동가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에이블뉴스

언어장애로 인해 일상생활과 자립생활운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언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들의 문제를 살펴보고 해결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언어장애인 활동가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언어장애인에 대한 차별 사례를 발표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언어장애인은 전화도 받지 마라?=언어장애인이자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정책팀장으로 일히고 있는 안형진씨는 “센터에서 내가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이 ‘다른 분 좀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가 반복되어 짜증이 난다”며 언어 장애에 대해서도 다른 장애와 마찬가지로 장애유형에 맞는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진 팀장은 “장애운동이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법으로 말하고 표정을 짓는 언어·뇌병변 장애인도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시도 못 잡고, 가게에서도 쫓겨나고=구근호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에서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수십 번의 승차거부를 당하며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A씨, 가게에 음료수를 사러 들어갔다가 주인에게 쫓겨난 B씨 등 언어장애로 인한 부당한 차별 사례를 전했다.

구근호 소장은 “언어장애는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기제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며 “언어구사능력은 사용할수록 발전하는데 언어장애인들은 차별과 말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침묵하는 경우가 많아 언어구사능력이 떨어지고 이는 또다시 차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언어장애인을 소외시키는 사회=언어장애인인 류나연 IL자원센터 노적성해 소장은 “언어장애가 있으면 듣기와 지능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러한 판단으로 모욕감을 느낀 적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언어장애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으면서도 그냥 넘어가거나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이 많고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는 활동보조인이 통역을 하는데 이 때 주체인 장애인 활동가를 배제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활동가로 일하면서 겪는 고충과 소외감을 이야기했다.

▲깊이 있는 논의로 함께 대응방안 마련해야=언어장애인들이 겪는 소외와 차별에 대해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소장은 “이들의 의사소통 문제가 심각한데도 이 문제는 장애인사회에서조차 얘기되지 않았다”며 “지금 당장 정책적·제도적 대안을 제시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성현정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동료간 지지체계를 활용한 집단적 권익옹호를 강조하며 “울산 센터에서도 언어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센터차원에서 공식적인 민원제기 및 행정적 시정명령, 공개사과 요구 등 권익옹호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언어장애가 심한 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보조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들이 더 많이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이에 대한 지원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광이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연대 법제위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규정들을 근거로 들며 언어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법적 대응 방안을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광이 위원은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판매나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경우는 명백한 차별 행위”라며 “이러한 차별은 대체로 법에 무지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법으로만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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