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웃고 있는 이윤선 씨. ⓒ박준규

지난 해, 6년 넘게 다니던 대학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한 장애인이 학교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강원도 춘천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윤선(여·27) 씨는 춘천 한림대학교를 다니며 역사학 전공을 하여 석사과정까지 마쳤으나 박사과정심사에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불합격해 억울함을 호소한 적이 있다.

이 씨는 뇌병변1급 장애를 갖고 있어 혼자 거동하기가 조금 힘든 장애인이다. 휠체어로 이동하며 행동은 느리지만 맡은바 일에는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는 꼼꼼한 성격을 가진 책임감 있는 학생이다.

이 씨가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으려 할 때 면접관들은 이 씨가 자료 등을 찾는데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정확한 불합격 이유는 “합격 점수인 70점에 못 미치는 69.93점을 받았기 때문”이란 것.

하지만 이 씨의 학과점수를 살펴보면 4.5점 만점 중 학부과정 4.07, 석사과정 4.44점으로 우수한 성적을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면접 접수가 69.93이란 것은 면접관들이 합격을 막기 위해 형식적으로 채점했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

결과적으로 불합격 처리된 이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고 얼마 후 결정문이 내려왔다. 그 결정문 중 ‘주문’ 란을 보면 아래와 같이 표기돼 있다,

“피진정인 소속기관의 장인 한림대학교 총장에게, 진정인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평가방식을 제공하여 진정인이 재심사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한다.”

"재심사보다 사과를 원해요"

이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국가인권위를 통해 인정받아 박사과정 재심사를 받게 됐지만 이에 앞서 학교 측의 행동에 더 큰 실망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학교 측에 바라는 것이 무언지 질문을 하니 이 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얼마 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구사항을 학교총장님 앞으로 보낸 적이 있다. 1. 학교 측과 전형위원 세 분이 학교 홈페이지와 한림학보 및 다른 매체를 통해 공개 사과를 하는 것, 세 분 전형위원에 대한 학교 측의 정당한 처분. / 2. 인권위 결정문의 피진정인 당사자 진술에 나온 나의 대한 평가가 과연 올바른지 학교 내 모든 교수님들께 공개 하는 것. / 3. 인권위 결정문의 당사자 진술에 나온 세분 전형위원의 평가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등.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내가 요구한 것들은 모두 들어 줄 수 없다는 메일만 보내왔을 뿐 지금껏 아무 소식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학교 측에서 보내온 답변 메일을 확인해 보니 아래와 같이 정리돼 있었다.

“한림대학교 대학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하였으나 2009년 3월 13일자 편지에서 이윤선 학생이 요구한 세 가지 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즉, 학교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내린 권고(재심사)에 충실히 이행했으므로 더 이상의 추가적인 행동(사과)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씨의 입장에서는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재심사를 보게 한다면 어차피 같은 학교에서 보는 재심사라서 지난번과 같은 전형위원들이 심사를 할 텐데 현재의 감정으로 제대로 된 심사를 해줄 것인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해외 유학이라도 가서 공부하고 싶어

학교 측과 불가피하게 이 시점까지 온 상황에서 학교 측의 사과가 있으면 계속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지 질문을 하니 이 씨는 “인권위 결정문이 도착하고 한 달 간 기다리는 기간 중에도, 그리고 총장님께 요구 사항을 처음 보낼 때 까지만 해도 한림대학교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지금까지 최소한의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고 그동안 내가 받은 아픔에 대해 전혀 고려해 주지 않는 이 학교에 대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공에 대한 공부는 계속 할 생각이다. 방법은 다른 학교로 갈 수도 있고 해외로 나가서 공부하는 것도 고려중에 있다”며 공부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지난 4일, 이 씨가 다니던 대학을 찾아가 학생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먼저 “대학 측의 장애인 차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라는 질문에 이(여·재학생) 모 학생은 “장애인이라 못할 것은 없으며 이를 막는 것은 부당한 행위라고 생각된다. 또한 석사과정까지 인정해 준 상태에서 박사과정을 밟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결부돼 이번 일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됐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기 까지, 그리고 학교 측이 보인 행동으로 이 씨의 상처 입은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가평자치신문사 프리랜서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