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흥인지문 앞 도로에서 쇠사슬과 사다리를 이용해 거친 시위를 벌이고 있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소속 회원들. ⓒ에이블뉴스

쇠사슬과 사다리를 이용한 중증장애인들의 기습시위가 20일 제29회 장애인의 날에 다시 등장했다. 장애인이동권 투쟁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2000년대 중반 쇠사슬과 사다리를 이용해 도로를 점거하고, 철로를 점거하던 시위는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이 시위는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이동하지 못하는 현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 장애인이동권 투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 이 시위가 다시 등장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비롯한 장애인 운동 진영은 "이명박 정권이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벌어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배포된 유인물에도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식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2001년 이후 중증장애인당사자의 부모주체의 폭발적인 투쟁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삶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선로와 버스를 점거하고, 거리의 천막에서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날들을 이슬을 맞고 단식을 해가며 투쟁했습니다. 그 결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을 만들고, 활동보조인서비스와 재활치료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열망을 담은 촛불을 짓밟고, 철거민을 학살한 이명박정부는 정당한 생존권을 요구하는 장애인운동에 대해서도 벌금과 과잉진압으로 탄압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축소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력화시키고,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부정하는 특수교육교원정책을 만들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서비스는 시장경쟁에 내던지고, 복지예산 삭감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이명박 정권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아래 한때 사라졌던 장애인들의 거친 시위도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증장애인들의 울분을 멈출 수 있게 만들 방법은 없을 것일까? 장애인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장애인차별 철폐하라"는 것이다.

이들이 이번 장애인의 날을 맞아 내놓고 있는 요구사항은 총 9가지이다. 탈시설-주거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부터 장애인연금제도 도입,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실질적 정책 수립, 활동보조 권리 보장, 장애인차별금지법 무력화 중단,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악안 즉각 철회, 전국의 모든 장애인에게 이동권 보장, 장애인에 대한 의료보험 및 의료정책 제도 개선, 장애인특수교육법 실효성 제고 등이다.

이 9가지 요구안에 제시하고,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지난 3월 26일부터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청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여왔다. 이들은 "이 땅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반드시 쟁취돼야할 권리들"이라며 "이명박 정부 1년, 우리는 투쟁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음을, 아니 피땀 어린 성과들조차 무력화될 수 있음을 너무나도 절절히 깨달았기에 또 다시 투쟁의 거리로 나왔다"고 밝혔다.

4월 20일 제20회 장애인의 날을 맞은 현재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오후 2시께부터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를 열었으며 오후 6시50분 현재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청사 앞으로 인도를 따라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쇠사슬과 사다리를 이용해 도로를 점거하는 중증장애인들의 거친 시위가 이명박 정부에 들어 다시 나타났다. ⓒ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들이 다시 거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유는 이명박 정권에 들어 인권의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는 현실 인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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