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식목일, 우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이준석은 장애인운동 고나리질 젭라 그만두고, 장애인 구너리 오나전 보장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낸 바 있다. 이준석 대표에게 오타에서 비롯된 신조어에 빗대어 시위 방식의 불편함을 보지 말고 장애인 권리 보장 요구라는 본질에 답할 것을 요구하는 논평이었다.

오타 논평의 계기가 된 것은 뇌병변(뇌성마비) 장애당사자인 논평 작성자의 타이핑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장애특성 상 한번에 정확하게 타이핑하기 어려워 한 단어를 여러 번 수정해야 하곤 하는데, 몇몇 오타들이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장애 패러다임의 변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지우고 고쳐야 할 오타가 시대가 변해 신조어로 인정되는 것처럼, 우리 장애인들도 존재를 지우거나 재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고, 우리 시위방식의 불편함을 지적하며 혐오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장애인 권리보장을 예산으로 답하라는 우리의 요구에 온전히 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과 곧 여당이 될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우리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에 대해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그럼에도 이후 우리는 최대한 그들의 입장을 고려해 우리의 요구에 대해 오늘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의 날까지 답변할 것을 요구하며 지하철타기 투쟁을 중단하고, 대신에 그 다음날인 3월 30일부터 매일 출근시간 경복궁역에서 장애인당사자들이 릴레이로 머리카락을 밀어내고 있다. 심지어 어제는 장애인 부모 555명이 집단 삭발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인수위는 우리의 요구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회피한 채 원칙적인 장애인정책들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예산문제는 새정부에 넘겨버렸다. 뿐만아니라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대표였던 장애인단체를 동원해 우리의 시위를 비난하고, 탈시설 정책에 반대해 악의적인 거짓선동을 일삼는 사람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관변단체를 동원해 장애인들끼리의 싸움인 것처럼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심지어 지지하는 장애인단체들을 동원해 오늘 아침 여의도 우리 농성장 앞에 맞불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우리 농성장을 철거하겠다 협박하는 등 자신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우리의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지난 21년간 그 어떤 탄압에도 장애인의 권리보장이라는 정당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을 중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탄압이 거세지고, 그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우리는 더 강하고 큰 연대투쟁으로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맞불 컨테이너 현수막에 ‘계영배(술이 넘치지 않도록 적절한 높이에 구멍이 뚫린 술잔)’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우리의 투쟁이 지나치니 술잔을 엎겠다는 협박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21년간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의 잔에 넘칠 정도의 술을 따른 적이 없다. 우리가 가진 잔이 계영배이고, 넘칠 것을 걱정할 정도의 술이 주어진다면 우리가 이렇게 삶을 걸고 투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투쟁은 지나친 것이 아니라 정당하며, 오히려 더 넘치도록 크고 강한 투쟁이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이준석 대표는 우리의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한 무모한 시도들을 중단하고 ‘장애인권리·민생4법(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 제·개정과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이라는 우리의 요구에 지금 당장 답해야 할 것이다.

2022년 4월 20일

사단법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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