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 만 65세 이상 고령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 선정을 환영한다.

포항시는 올해 2021년 9월에서 10월까지 두 달간 진행한 ‘2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대상자(1명) 모집’ 절차를 통해 총 5명의 신청자를 접수한 후, 이 가운데 ‘만 65세 이상’

의 장애인을 지원 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이로써 경북 최초로 만 65세가 넘은 이른바 ‘고령 장애인’에게도 24시간 활동지원 제공을 통해 자립생활을 보장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선정 절차에서 탈락한 네 분의 시민을 포함해 여전히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의 고통에 계속해서 연대할 것을 표하며, 그와 동시에 이번 선정을 통해 만 65세가 넘은 고령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의 기회가 차별되어서는 안 될 중대한 ‘권리’로서 인정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를 계기로 포항시에 ‘고령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포괄적인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이 조속히 수립되기를 바란다.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에 있어 고령 장애인의 배제와 소외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등록장애인 262만 2950명 중 만 65세 이상 장애인의 비율은 46.9%이며, 장애인 1인 가구 중 독거 장애노인 비중은 61.9%로 그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만 65세가 되면 활동지원을 받던 장애인은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대상자로 강제 전환되었고, 이들 중 대다수가 자립생활을 접고 시설에 입소하거나 요양병원으로 내몰리며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나이’가 장애인의 자립과 존엄한 삶을 가로막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장애’로 작동해온 것이다. 장애계의 끈질긴 투쟁으로 작년부터 만 65세가 되어도 활동지원수급시간을 보전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장기요양 심사를 통해 1~5등급 판정을 받고 기존 활동지원시간보다 60시간 이상 차이가 날 경우에만 보전을 허용하거나, 지자체 추가 지원 근거 자체가 부재하며, 만 65세가 넘은 상태에서 장애를 갖게 된 장애인은 애당초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여전히 적지 않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포항시에서도 3명의 장애인이 만 65세가 넘어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로 전환된 이후 다시 삭감된 활동지원 시간을 보전받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보건복지부 급여 외에 삭감된 시·도 추가 활동지원 시간을 보전받지 못하는 반쪽자리 보전이었다. 그외 보건복지부가 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많은 고령 장애인들을 위한 자립생활 정책이 논의되었다는 얘기는 포항시에서 들어볼 수조차 없었다.

이렇듯 포항시도 고령 장애인이 다양한 사회참여와 안전한 자립생활을 보장받기 어려운 ‘차별도시’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북 내 노년기에 해당하는 장애인 비율이 약 54%(2019년 12월 기준)로 가장 높은 점을 고려한다면, 경북에서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은 포항시(약 2만 7천여 명)가 고령 장애인을 포괄하는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한 정책 부재를 반영하듯, 최근 2년 동안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제도를 시행한 포항시는 ‘만 65세 미만의 최중증 독거 장애인’에게만 중개기관을 통해 문자 안내를 하는 등 서비스의 홍보·접수 단계에서부터 고령 장애인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왔다.

이는 지역사회로부터‘버려진’ 존재인 고령 장애인을 포괄하는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수립이 포

항시의 긴급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포항시가 24시간 활동지원 대상을 만 65세 이상의 고령 장애인에게까지 확대한 이번 사례는, 그동안 지역사회의‘버려진’ 존재였던 고령 장애인을 더는 ‘버려질 수 없는’ 존재로 공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를 계기로 ‘연령’에 관계없이 지원이 필요한 시민의 ‘필요’ 그 자체에 주목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동적이고 책임 있는 행정이 포항시에 정착하기를, 우리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고(故) 이성우 활동가의 소망, 고령 장애인도 예외 없다.

한편, 이번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대상자 모집’이 진행된 배경에는 포항시가 2020년 경북지역 최초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누구보다도 절실했던 최중증장애인이자, 4년 전인 2017년 포항 대지진을 계기로 포항지역 내 장애인의 생존권 수호를 외치며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포항시에 제도화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싸웠던 포항지역 장애 해방 투쟁의 불씨, 바로 고(故) 이성우 활동가 말이다. 그렇게 몸소 동료 시민들과 투쟁한 결과로 포항시에 도입된 24시간 활동지원을 일 년도 채 누리지 못하고, 그는 건강악화로 지난 8월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기고 간 1명분의 공석에 초대할 또 다른 동료 시민을 찾는 것. 그것이 이번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대상자 모집의 더욱 근본적인 계기였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게 이성우 활동가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남겨지고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고령 장애인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것이 “누구도 남겨두지 않기”를 바란 그의 마지막 실천이자 선물인 것처럼, 그답게. 포항시의 약속,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한 지역사회 통합 환경,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고(故) 이성우 활동가를 비롯한 장애계의 열띤 투쟁의 결과, 포항시는 2020년 7월 다음과 같은 약속을 했다. 2020년에 7명(포항시 지원 3명, 경상북도 지원 4명)을 24시간 활동지원 대상자로 선정하고, 2022년까지 추가 6명을 선정하며, 나아가 포항시중증장애인자립생횔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에 근거한 중증장애인 지역사회 통합 환경”을 마련한다.

미약해 보이지만, 그렇게 쟁취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제도 덕분에 몇몇 최중증 독거 장애인에게 야간에도 물을 마실 자유와, 여름밤 모기를 내쫓을 자유와 추우면 창문을 닫을 자유, 대소변을 처리할 자유, 긴급상황시 도움을 청할 자유, 자세를 바꿔 누울 자유가 조금씩 보장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겐 사소한 변화처럼 보일지언정, 그것은 한 명의 존엄한 시민이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매일 재난과 같은 일상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며, 고립된 환경과 비참한 삶으로 내몰리지 않아도 되며, 시설이나 요양병원에서 여생을 마감하는 게 낫다는 절망에 빠지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도약이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에 근거한 탈시설 및 자립생활 정책 수립을 위한 지역사회의 책임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 잘 알려져 있듯,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 및 자립생활 권리 보장과 그 실효적인 방안으로서 탈시설 정책(deinstitutionalization)을 명시적이고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보편적 국제규범이다.

일부 ‘탈시설 반대’ 진영은 장애인의 지역사회에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와 지역사회로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를 다룬 동 협약 제19조(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통합)를 이른바 ‘시설에서 살 권리’의 근거 조항으로 이해해보려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이미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CRPD 제19조에 대한 일반논평5’를 통해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참여’란 ‘모든 유형의 거주시설 바깥에서의 생활’을 의미함을 명확히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례로 당사국에 대한 협약 정기 심의를 통해(헝가리/2019년), (1) 탈시설 전략의 불충분성, (2) 시설에 대한 막대한 재정 투입 (3) 탈시설 모델의 그룹홈 중심의 ‘소규모 신규 시설’로의 대체 등이 당사국의 의무 위반 및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중대하고 체계적인 침해”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즉 국제인권규범 차원에서도, 장애인의 존엄한 삶을 위해 충분한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이 필요하고(이는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따라서 시설이 아닌 (활동지원서비스를 포함한) 지역사회 기반 돌봄 영역의 재정 확대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이미’ 내려진 것이다. 이렇듯 시설중심의 정책과 문화를 폐기하고 이를 충분하고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대체할 자립생활 정책을 확립하는 것과 이에 대한 당사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에 담긴 핵심 내용이라면, 우리는 장애인·비장애인을 막론하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각종 시설과 병원에 내몰릴 위험이 만연해진 시설중심 사회의 차별성과 폭력성을 분명히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나이를 이유로 장애인이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 제도로부터 소외당하는 것 역시, 다시금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전문의 표현에 기대어 말하자면, “연령”을 이유로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복합적이고 가중된 형태의 차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선정과정에서 포항시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지원대상을 만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에게까지 확대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앞서 언급했듯, 포항시는 내년 초(2022년 1월)까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지원대상을 3명 추가 선정할 계획이지만, 실제 24시간 활동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민들은 그보다 훨씬 많으며, 이들 중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시민이 대다수이다.

24시간 활동지원 대상자가 고령 장애인에게까지 확대된 만큼, 우리는 포항시가 활동지원을 비롯한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의 예산과 적용대상을 전격적으로 확대하여 고령 장애인, 발달장애인 등에게도 충분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복지정책을 펼쳐 나가길 기대한다. 만 65세 이상 고령의 장애인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떠난 고(故) 이성우 활동가의 소망처럼, 이것이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포괄적인 포항시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의 신호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1년 12월 8일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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