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어머니와의 추억은 소중하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나라건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 모두가 동일하다. 세 살먹은 아이부터 백세가 넘은 할아버지까지 어머니 앞에서는 한낱 어린아이에 불과하고 어머니를 향한 기억은 소중한 기억이다.

어머니의 유해가 뿌려진 소나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충남 태안의 이덕열 농인은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살아생전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던 소나무에 어머니 유해를 뿌리고 자택근처의 그 나무를 어머니가 잠든 나무, 어머니 나무로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덕열 농인의 어머니가 잠든 나무는 태안군청에서 발주한 건설기계 주기장 공사에 휘말려, 포크레인으로 송두리째 뽑혀 버리고 말았다.

“나무를 뽑아서 버릴까요”

시공사의 주장으로는 이덕열 농인의 손바닥에 이렇게 적어 물어본 바, 이덕열 농인이 수어로 “나가라”고 하자 이 수어표현을 마치 ‘버려도 된다.’고 착각하여 포크레인으로 뽑아버렸다고 한다. 당연히, 현장에 수어통역사는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덕열 농인의 주장은 시공사와는 다르다. 그러나 시공사의 주장처럼 이 사건이 수어에 대한 무지로 발생한 불행한 사고인지, 아니면, 농아인의 인권을 완전히 무시해서 발생한 사건인지 정확한 것은 법적인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덕열 농인은 수어통역을 제공받지 못해, 더 이상 어머니를 그리워할 수도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이덕열 농인의 ‘어머니 나무’는 사라졌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는 우리의 회원이자 우리와 같은 농아인이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누군가의 아들인 이덕열 농인에게 전국의 농아인들을 대표하여 매우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태안군에 요구한다. 발주처인 태안군의 성실한 자체조사와 함께 태안군수가 직접 이덕열 농인에게 사과하고 위로하라.

2021년 6월 16일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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