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이번 3차 추경의 총 규모는 35조 3천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막대한 예산 중 장애인에 대한 직접 지원 예산은 전혀 책정되지 않았으며, 벼룩의 간이나 다름없는 장애인 지원 예산마저 대폭 감액 편성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입수한 ‘제3차 추경 예산안 사업리스트’에 따르면 장애인 지원 예산은 1,576억 원 상당 삭감됐다.

대표적으로 감액 편성된 장애인 관련 지원 사업은 ‘발달장애인 활동 보조 사업(보건복지부) 100억 원’, ‘치매관리체계 구축 사업(보건복지부) 179억 원’,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사업(보건복지부) 45억 원’, ‘장애인직업능력 개발 사업(고용노동부) 15억 원’,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 지원 사업(고용노동부) 10억 원’ 등이다.

장애인 예산 감액을 전제한 3차 추경 예산안은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 장애인의 생존, 건강과 안전의 보장은커녕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의료공백과 돌봄 공백 속에서 죽어간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의 싸늘한 주검을 벌써 잊었는가?

올 6월 3일에는 광주광역시에서, 3월 17일에는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발달장애인의 부모가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생을 마감하는 참사가 연달아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계속해서 연기되고 장애인 복지시설 등이 모두 문을 닫자 발달장애인의 돌봄 책임이 전부 가족에게 전가되면서 발생한 사회적 타살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4월 30일 기준으로 16명의 신장장애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중 15명이 사망했다. 무려 93.75%의 치사율이다. 2월 초에는 청도 대남병원에 입소해 있던 102명의 입소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 및 사회 취약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위기 속 기획재정부에서는 “모바일·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 “IoT·AI를 활용한 통합돌봄서비스 시범사업”, “전자의무기록(EMR) 프로그램 표준화 지원” 등을 “건강취약계층 돌봄시스템”을 대안으로서 홍보하고 있다. 벼룩의 간을 빼어다가 “디지털 뉴딜”을 강화하는 일에 써먹겠다는 기획재정부의 파렴치한 생각을 규탄한다.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감염병 대응 방안 부재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이 죽어가는 지금 이 끊임없는 죽음의 사슬을 끊을 책임은 가족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정부에 있다. 정부는 이 성명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다시한번 마주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

2020년 6월 2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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