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의 심각성 외면, 제도의 틀 유지한 채 내놓은 대책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우리는 새해의 시작을 코로나19 감염위기로 시작했고, 1월20일 대한민국 첫 감염환자가 보고되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과 독거노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은 더욱 큰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심각단계 직전까지도 내놓지 않고 있었다. 혼자서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위기의식은 더욱 강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고, 장애인들이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자 비로소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위기해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력 문제를 여전히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사태의 심각성에도 제도의 틀 안에서만 해결책을 찾다보니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장애인 대책의 제목은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유지를 위한 개별지침”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❶장애인이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받는 경우 시.도별 격리시설로 이동을 원칙으로 하고, 각 격리시설에는 돌봄서비스가 가능한 의료인,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 등을 배치 ❷장애유형 및 정도와 상황에 따라 격리시설 이용 및 생활이 어려운 경우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이 경우 활동보조, 방문간호, 응급안전알림서비스 제공하며,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워 가족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가족에게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대책은 제목대로 ‘서비스유지’를 지속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가격리가 결정되어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는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서 시설인력만으로 케어가 어려운 경우 활동지원사를 투입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 장애인활동지원법에 의하면 시설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 경우는 그 법적인 제한을 풀겠다는 것이다. 자택에서 자가격리하는 경우, 장애인활동지원법이 제한하는 가족지원을 풀겠다는 것.

기존의 법에도 전염병 등의 경우는 가족지원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여기에 서비스시간이 추가된다. 자가격리를 할 경우 외부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14일간은 24시간 서비스결제를 인정하고 급여를 지급한다. 기존에 활동지원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은 ‘보호자 일시부재 특별급여’에 따른 추가급여 20시간을 지급한다. 대책이라고 발표하였지만 결국은 기존 이용자는 24시간, 이용자가 아닌 사람은 20시간의 긴급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대책의 핵심은 활동지원인력의 확보다. 노조가 여러 경로를 통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자체에서 격리시설에 활동지원사 배치하도록 지시하고, 보건소에서 활동지원사 확보하도록 지침으로 마련했다고 한다. 지금의 인력확보 방식대로면, 복지부가 지자체에 인력확보를 지시하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민간기관에 인력확보를 요청하는 것이다.

민간위탁기관은 지금도 중증장애인을 매칭할 때 어려움을 겪는데 이렇게 생명의 위기를 다투는 경우에 어떻게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활동지원인력에 대한 배려도 특별히 없다. 24시간 지원은 기존의 국도비 매칭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 지자체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그만인 것이다. 인센티브를 주고, 그동안 무시했던 연장수당도 주고, 위험수당도 추가해서 주겠다고 해도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에서, 선심이라도 쓰듯 ‘24시간 서비스 허용!’ 이런 말로는 대책이 될 수 없다.

활동지원제도는 바우처를 통해서 제공되고, 이는 활동지원사에게 극도의 고용불안을 조장함으로써 민간의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런 위기의 시기에 민간은 그것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민간에 인력확보를 의존하고, 급여 내에서 해소하도록 하는 이 시스템을 고집한 채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노동자 외면 여전, 정부의 생계급여 지원대책에서도 소외

정부가 선심 쓰듯 말하는 24시간 지원도 노동인권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인식수준을 드러낸다. 얼마 전 이재갑 노동부장관이 올해 산재사망자 목표를 725명이라 말해서 사람들을 경악시킨 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트레스와 과로 상태에서 감염이 더 쉬워진다. 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를 24시간동안 제공시키겠다는 발상이 버젓이 세상에 발표되는 것을 보면서, 정부가 그동안 활동지원사의 노동을 얼마나 만만하게 생각해왔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생계급여 지원에서도 활동지원사는 소외된다. 대구에서 활동지원사 중에는 신천지 교도라는 이유로 서비스제공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 정부는 이용자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강조하면서 이용자가 활동지원사를 거부하면 이를 수용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이용자에게 서비스제공을 거부당하면 임금이 끊기기 때문에 활동지원사는 바로 실업상태와 같은 신세가 된다. 코로나로 인한 실직이지만 생계급여 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

이용자가 서비스제공을 거부하지 않았으나 자가격리 상태가 되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도 활동지원사는 생계대책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생계지원 대책은 자가격리로 14일 이상을 정부의 지침에 충실히 따른 경우 임금과 생계급여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는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장애인과 노동자 모두의 생명과 생존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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