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왔다. 학업에 받는데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이 다 필요한데, 기관은 하나만 선택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차별로 볼 수 있다. 청각장애인이 원활한 학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두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근 유사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대전광역시 우승호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인데, 곤혹을 치르는 모양이다.

우승호의원은 청각장애인 2급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하였다. 기기를 이용할 경우 소리를 일정 부분 듣는다. 그럼에도 청인(듣는 사람)에는 훨씬 못 미친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수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와 대전광역시의회 제245호 제1차 회의록(예산결산특별위원회회의록, 2019.9.27.)에 의하면 같은 시의원인 김소연의원(바른미래당·서구6)이 문제를 제기하는 모양이다.

우리 단체는 김소연의원에게 하나 묻고 싶다.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말이다. 청각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말이다.

청력을 잃었다고 다 안 들리는 것이 아니고, 청각장애가 경증이라고 모든 소리를 고르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공와우를 했다고 청인처럼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청력장애의 병변, 청신경의 손상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보조기기의 사용 시기 등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은 정계 진출이 힘들다. 지금껏 청각장애인 국회의원은 없었고, 지방의회도 우승호의원 등 극소수에 불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그 동안 청인중심의 듣는 문화가 사회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수어를 언어로 인식하지 않았고, 듣지 못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청각장애인을 “정상인”처럼 만들려 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들이 청각장애인의 차별을 공고히 만들었다.

이러다보니 청각장애인들은 이방인처럼 살았다.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취업은 했지만 올바른 대접을 받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 3D업종에 종사하거나 밑바닥을 전전해야 한다. 부모와 청각장애인 자녀 간에 소통이 안 되어도 마땅한 지원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각장애인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승호의원은 대단하다.

김소연의원의 이중지원 지적은 법률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동등한 접근”을 위하여 이중지원도 있어야 한다. 단순히 정보의 접근이 아니라 의정활동 등 고도의 업무를 위해서라면 본인이 요청하지 않더라도 이중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김소연 의원은 전형적인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장애인의 특성이나, 장애인의 약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갑질이다. “발가락이 없는”이라고 운운하거나, 장애인의 특성을 잘 모르면서 이중지원이라고 물고 늘어지는 것은 지금까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게 행해왔던 전형적인 “차별”하는 갑질임을 알아야 한다.

이에 우리 단체는 김소연의원에게 촉구한다. 이제 막 정치활동을 시작하는 우승호의원의 “청각장애”라는 싹을 자르지 말길 바란다.

척박한 “청각장애”라는 토양에서 정치생활을 하는 청각장애인 우승호의원을 이중지원이라는 빌미로 차별하지 말길 바란다. 더 나아가 장애인의 특성은 정치적인 이용대상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김소연의원은 대전 시민과 사회약자를 위하여 일하는 시의원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청각장애인이 처한 현실에 비추어 동료의원으로서 우승호의원의 수어인력이나 자막을 다 지원해줄 수 있도록 응원해주어야 한다. 그런 모습들이 나와야 다른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도 청각장애인 이중지원 서비스가 늘어날 수 있다.

김소연의원이 2020년도 대전시의회 의정활동에서 문자통역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진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럼에도 이중지원이라는 이유로 우승호의원의 의정활동을 계속 방해할 경우 청각장애인들의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김소연의원은 명심하길 바란다.

2019년 11월 19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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