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폐지, 장애인 수용시설 철폐를 외치며 광화문 역사 지하보도에서 천막농성을 한지 5년여, 드디어 농성장은 9월 5일 해단식과 함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지난 8월 25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농성장을 방문하고 복지사각지대에서 희생된 장애운동 열사들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그리고 장애인권 현황과 실태에 대해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렇게 정부와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는 데에만 5년이 걸렸다. 찌는 더위와 매서운 추위를 지하도에서 풍찬노숙으로 견디며 투쟁해온 장애인권 활동가들의 노고이다.

몸과 정신에 등급을 나눠서 생존에 불가결한 복지를 박탈하는 장애등급제, 빈곤의 연대책임으로 가족까지 옭아매는 부양의무제, 폭력과 착취와 인권유린의 온상 강제수용시설은 장애인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목숨마저 빼앗는 죽음의 사슬이었다.

이 사슬을 끊어내고자 장애인들은 제도개선 간담회 제안, 책임자 면담 요청, 정책 제안서 발송 등 정부와 국회에 끊임없이 대화와 토론을 청했으나 철저히 외면만 당했다. 결국 5년의 시간을 지하보도와 거리에서 보내고서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를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투쟁의 시작이라는 농성단의 다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직까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은 폐지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도록 싸우는 과제가 남았다.

제도 완화 등 미봉책이 아니라 최소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완전 폐지를 목표로 삼는 단계적 로드맵과 세부 이행 계획이 마련되도록 압박해야 한다.

앞으로 꾸려질 위원회도 반드시 장애인단체, 빈곤단체 등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그 의사를 명확히 반영하는 협의체로 구성되어야 한다. 당사자들을 배제시킨 이름뿐인 협의체로는 악법을 철폐하고 장애인의 인권과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빈곤층,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산산이 파괴하는 야만적인 제도이다.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대구 희망원 사건’ 등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참담한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녹색당은 존엄하게 살고자 하는 약자들의 투쟁에 더 굳건히 연대할 것이다. 5년간 농성장을 지켜낸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녹색당은 농성단의 해단을 함께 기뻐하고 떠난 이들의 영정 앞에 함께 울고자 한다.

2017년 9월 5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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