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4월 경기도는 '개인운영 장애인거주시설 운영개선 및 법인설립 지원계획'을 수립했다.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며 국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법인은 원래 보통재산(법인출연금) 10억이 있어야 설립이 가능했지만, 자산 1-2억만 출연하면 법인으로 등록해주겠다는 기준 완화 정책을 수립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도에 4개소, 2016년에 1개소가 이 기준 완화정책에 의해 전환했을 뿐, 여전히 56개소의 개인운영 신고시설이 존재한다.

그러자 경기도는 올 2017년 2월 또다시 [법인전환 지원 계획]을 수립했다. “실효성 높은 추가 계획으로 안정적 체계적 운영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1~2억으로 낮춰줬는데도 법인 등록을 못할 정도로 열악하니 이번에는 3-5천만 원으로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준 완화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삶을 온전히 살펴보고 이해나 한 것일까? 법인이 되고 국고 지원만 해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그 근거 없는 주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시설에서 나와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는 유엔(UN) 장애인권리위원회의 ‘탈시설 정책’ 전환과 시설에서 수 십 년을 갇혀 살았던 사람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나 한 것일까?

그동안 우리 장애인인권단체들은 경기도의 입장이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중의 하나인 ‘탈시설 정책’ 추진과 정면 배치되는 모순된 정책임을 분명히 했었다.

현재의 ‘신고제’ 때문에 ‘법정시설’이란 애매한 개념으로 '개인운영신고 시설', '사회복지법인 시설'을 함께 묶어 사용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정부의 무책임과 어정쩡한 탈시설 정책, 그리고 막대한 시설 지원 정책이 혼재돼 나타난 정체불명의 이름일 뿐이다.

이러할진대 법인 기준을 완화해 그 많은 시설에 다시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쏟아 붓는 것이 탈시설 정책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경기도가 늘 말해왔듯 ‘한정된 예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고를 하지 않은 장애인 시설(미신고시설->개인운영신고시설) 운영자들에게 2003년부터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의 유예 시간을 주었고 막대한 물질적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는 경기도와 경기도 보건복지위원회, 특히 이를 추진하고 있는 문경희위원장에게 개인운영 신고 시설에 살고 있는 거주인을 만나봤는지,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냐고 되묻고 싶다. 거주시설에 대한 지원의 핵심은 그곳에 사는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시민들이지, 운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도와 문경희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6월 16일, 장애인단체와 경기도청은 '탈시설 전환 로드맵 구성을 위한 TF팀'을 구성할 것을 합의했다. 그러나 7월 24일과 8월 16일 두 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확인한 것은 이 TF가 결국 개인운영신고시설의 법인전환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함께 할 수 없는 이 2가지 안건을 같이 논의한다는 것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모순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회의 자체를 거부하고 나왔고, 나머지 시설장들과 관계자들은 8월 28일 공청회를 개최한 후 바로 다음 날 29일 본회의에서 안건으로 처리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것을 보더라도 이미 짜여진 수순에 따라 구색 맞추기로 장애인권단체들을 참여시킨 것뿐이었다.

또한 회의 직후 뉴스퀵(8월17일자)이란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회 문경희 위원장, 장애인 자립지원 T/F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 이라고 전제한 후, “장애인 자립지원을 위해 경기도 내 57개 다세대주택 중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곳으로 리모델링 가능한 주택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거주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차별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법 개정을 위한 촉구 건의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탈시설 정책을 외면하면서 ‘시설에 들어가지 못한 장애인들의 권리’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경기도의 개인시설의 법인시설로의 전환 입장은 그저 경기도 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저급한 인식, 인권의 몰이해와 도덕성 결여의 본연이다. 장애인의 자립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거주시설의 물리적인 요건들이 보완될수록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올 가능성은 낮아진다. 경기도와 개인운영시설의 운영자들이 방패삼고 있는 거주시설의 부모 대표들은 시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자원이 없음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 전환 시설에 지원하겠다는 40억이란 예산을 지역사회에 투자한다면, 22개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450여명의 거주인들은 지역사회로 충분히 자립할 수 있고, 시설에 자녀를 보내야만 했던 부모들은 기꺼이 지역사회를 선택할 것이다.

우리 단체들은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의가 장애인의 시설수용을 강화하는 본 정책에 왜 이토록 완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을 제기하며, 8월 28일 예정된 공청회를 주목할 것이다. 그리고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경기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2017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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