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장애인 단체들이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가 개최한 보조기기 정책세미나장을 점거, 기습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기습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단체는 보조기기의 국가지원에 대한 권리적 측면의 내용 부재, 공급자 중심의 보조기기 센터 구성 및 운영에 치우쳐 있는 기형적 구조에 대해 규탄하며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보조기기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였다.

지난해 12월 첫 시행된 보조기기법에 대한 장애계의 전면개정 주장은 예견된 일이었다. 법 제정 과정에서 이익단체들 간의 대립 등의 이유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제정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보조기기법’은 태생부터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

보조기기는 단순히 장치가 아니며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권리이다. 그동안 고령화로 인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보조기기를 필요로 하는 인구가 늘어남에도 수요자 중심의 지원·서비스 체계 미흡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조기기법’이 제정되었음에도 장애인의 삶은 변화가 없다.

현행 ‘보조기기법’의 문제는 보조기기 구매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 제8조에 ‘보조기기 교부 등’ 비용지급에 관한 조항이 있지만, 보조기기의 교부·대여 또는 사후관리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한정하고 있다. 장애인당사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거나 해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상황이다.

2014년 장애인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장애인이 보조기기를 구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61.8%)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도 2014년 관련 연구결과에서 “구매 비용 때문에 장애인이 보조기기를 구매하지 못하거나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비맞춤 보조기기를 사용하게 된다.”고 하여 맞지 않는 보조기기를 사용할 경우 질환의 가능성이 높다 지적한 바 있다.

법 제정 이전과 비교하여 교부대상, 품목 확대, 품질 관리, 자부담 부담 등 법 제정 이전의 지원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정보의 상담과 선택, 교부, 대여 지원의 확대 등의 내용은 부실하다. 사례관리 개념 역할을 수행할 중앙 및 지역보조기기센터 위탁 운영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중앙보조기기센터를 임의로 만들어 국립재활원 중심의 전달체계로 확대하고 있고, 중앙 및 보조기기품질관리 권한을 국립재활원장에 위임하는 의료·공학적 접근하는 현 시행령에 관해 장애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조기기 세미나에 참석하였던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사무관 역시 “현행법은 장애인복지법 6장의 내용이 그대로 들어갔고, 새롭게 추가된 부분은 전달체계의 근거기준과 전문인력 내용 정도이다. 장애인의 보조기기 지원을 위한 내용이 없다.”면서 “보조기기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조기기법은 장애인 스스로 보조기기의 정보를 접하고, 선택하고, 저렴하게 구입하여 사용·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국회는 현행법 및 하위법령이 보조기기 업체, 보조기기 지원센터 등 공급자 중심의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며, 현행 보조기기법이 장애인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법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그 전까지는 현 제도의 보완에 힘쓸 것을 촉구한다.

2017. 6. 28.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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