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여성, 임산부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주차구역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7일 용인시의회에서 가결된‘노인·임산부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대표적이다.

용인시 조례안에 따르면 시장이 설치·관리하는 공공청사 및 시설에 노인·임산부 등 우선주차구역을 출입구 등 이용이 편리한 곳에 설치 할 수 있다. 또한, 노인 및 임산부 등의 주차장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용인시 관내 공중 이용시설에 우선주차구역의 설치·운영을 권장할 수 있다.

조례안 통과 전부터 용인시는 6개 공공시설에 ‘어르신 우선 주차구역’을 운행하는 등 의욕을 보여 왔지만, 문제는 장애인 등의 다른 교통약자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시에는 ‘용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와 ‘용인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관리에 관한 조례’가 있음에도 장애인주차구역 표시가 지워지고, 렌트카 업체가 불법으로 점유하여 사용하는 등 시의 관리 소홀 행태가 이미 언론에 의해서도 알려진 바 있다.

지자체 조례에 의한 여성·노인전용주차구역들과 달리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주차장법」등 유일하게 제정법과 조례에 규정되어 있다. 그만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가장 필요한 우선주차구역임을 알 수 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보행 장애인이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이동편의를 증진시키는데 목적을 가지고 있다.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이 주차표지 자동차에 부착한 경우에만 전용구역에 주차가 가능하고 이를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에 반해 노인전용 주차장과 여성전용 주차장은 이용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노인의 경우 만65세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지만 외관상 나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임산부 외의 여성을 교통약자로 보는 것은 모든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비하하는 행위이다.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는 노인과 임산부의 구체적 기준과 함께 나눠 먹기식이 아닌 상생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장애인·노인·여성 등 교통약자 간의 상호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내 조차 장애인 이용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전국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설치면수가 13만 7천여면에 그쳐 장애인 자동차표지 발급 건수 117만 8천 건의 1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단속 건수 2013년 53,000건에서 2016년 상반기 약 120,00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전용주차구역이 필요한 장애인들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용주차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며,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여전한 장애인주차구역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전용주차구역만 늘리려는 행위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만 야기할 뿐이다.

이는 비단 용인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새로운 용도의 전용주차구역을 늘리기 앞서 정부 및 지자체는 먼저 장애인주차구역 부족·단속미흡·관리 소홀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 실행계획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17. 4. 27.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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