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선거운동이 중반으로 달려가고 있다. 유력후보들이 나선 TV토론회에 시민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는 있지만, 각 후보들이 보여주고 있는 토론은 의제 선정부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후보들의 입을 통해 새로운 사회의 비전이 토론되기를 바라고 있는데,후보들은 시간을 거슬러 아직도 ‘주적’ 논란이나 언제적 ‘대북송금’을 두고 다투고 있다.

각 후보들마다 대선정책공약을 발표하고 후보별 정책공약을 담은 선거공보물도 속속 유권자들에게 배달되고 있는데, 기호순으로 들어있는 공보물을 하나 하나 들여다봐도 새로운 사회를 향한 기본이 빠져있다. 바로 소수자 인권 정책이 그것이다.

누구도 배제됨이 없이 인권이 보장되는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인권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권의 의미 자체가 사회의 모든 의제에 관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 차원의 정책방향을 토론하고 그 방향을 제안하는 대선 국면에서 인권·평등 정책이 제대로 다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소수자 인권 정책은 방향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등 당사자 시민들이 당장 구체적으로 직면해 싸우고 있는 급박한 정책현안이기도 하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은 후보들이 가장 먼저 약속해야 할 기본과제이다.

대선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은 존중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반대한다”거나 “동성혼 법제화에 반대하는 (양)성평등을 지향한다”는 논리 모순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단언컨대 ‘차별금지법 제정’을 선언해야 한다.

차별금지사유로 ‘성적 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명시하여 교육, 고용, 재화․용역․시설 이용 등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학교교육을 바로잡아 교과과정에 젠더 및 성적 다양성과 소수자 인권 보호 등의 내용을 반영하고 정기적인 교사 교육도 의무화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성소수자 군인 색출과 처벌이라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구시대적 행태의 근거로 언급하고 있는 ‘군형법 92조의 6항’도 폐지해야 한다.

성평등을 정부 정책기조로 세워야 한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포함해 불평등한 여성들의 현실을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혼인 평등 제도화 및 다양한 형태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하고,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과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특히 모자보건법을 개정하여 사회경제적 사유 등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을 보장하고, 이제는 형법상 자기낙태죄도 폐지해야 한다.

‘일·가정양립’은 여성정책의 일부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사회전환의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실질적인 ‘평등돌봄’의 가능성을 만들고, 보육의 공공성을 넘어, 아동, 양육자, 그리고 교사 모두를 위한 ‘인권보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전면 폐지하고, 탈시설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장애인당사자운동의 지난한 투쟁의 힘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혹은 완화’가 포함되는 등 19대 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장애인정책이 일부 진전되고는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10대 공약에 포함시킨 후보는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 뿐이다.기초생활보장 확대, 독소조항 폐지 등 제도개선방안은 전반적으로 부실하다는 평가다.

최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수용시설 정책을 폐기하고 탈시설 정책을 요구하기 위해 지지율 1위인 문재인후보의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사까지 찾아간 시민들이 마주해야 했던 것은 ‘정치’와 ‘정책’이 아닌 ‘경찰’이었다.

언제까지 시민들이 쫓아다니고 공권력에 몸으로 맞서 싸워가면서 정책공약집에 한 줄 넣어줄 것을 요구해야 하나?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전면 폐지, 탈시설·자립생활권리 보장, 실질적인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선택 혹은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이 밖에도 유권자로서 가진 ‘한 표’가 없는 탓인지 이주민 정책에 관한 내용은 거의 언급조차 되고 있지 못하다. 이미 다가와 있는 디아스포라의 시대에 대응하는 정책기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인권기본법을 제정하고, 사형제를 폐지하고, 독립성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하는 등 국가 차원의 인권규범을 새롭게 창설하는 일은 이번 19대 대선에 출마한 어떤 후보도 외면할 수 없는 우선과제이자, 가장 변별력 있는 후보선택기준이다.

2017. 4. 25.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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