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교실 안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강제 의무 설치하겠다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8월 31일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화성 병, 산업통상자원위) 등 10인의 의원에 의해 공동 발의되었다.

전교조는 개정안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개정안 내용이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무차별적으로 침해할 소지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감시와 통제로는 장애학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으며, 안전하게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특수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의정 활동을 전개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특수교육 관계자들은 평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수교육에 대한 잘못된 관점과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무지한 발상에 따르는 정책 발표 남발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가 2016년 9월 8일 12시부터 9월 10일 24시까지 전국 특수교사 430명을 대상으로 한 의견 조사에서는 97.4%의 교사가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는 ‘특수교육 대상자와 특수교육종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법률로 규정하기보다는 별도의 중재기구를 설치하여 해결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이기 때문(52.5%)’, ‘특수교육대상자와 특수교육종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37.2%)’, 그리고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7.2%)’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은 현장에서 거부하는 잘못된 법안인 것이다. 또한 특수교사를 비롯하여 우리 학생들과 특수교육 관련 단체들에 대해 의견조사조차 실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발표한 데 대해서는 교육적 관점에 의한 논란을 떠나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는 바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2년 2월 23일,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교실 내 CCTV 설치가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므로 인권침해소지가 있는 만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의견도 동일하다. 구성원 모두의 초상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으므로 교실 내 CCTV설치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2016년 9월 21일 제시했다.

교실 내 CCTV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은 특수교육 종사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데 따른 발상으로 보인다. 특수교육 종사자들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교육자이다.

개정안은 특수교육 종사자들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고 믿음과 소통으로 진행되는 교육의 본질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비교육적이다. 또한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의 교실은 위험한 공간이 아니라 가장 안전한 배움터이자 쉼터이다.

물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사건들이 교실에서 벌어지곤 했지만, 만약 그 당시에 교실 안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다른 장소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박철현 외 2인, 「지하철 객실 내의 CCTV와 범죄예방효과 : 지식의 틈새를 메우기」, 『한국범죄학』 제8권 3호 관련)를 볼 때, CCTV가 본질적인 예방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능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부족하다고 보고 차갑고 은밀한 CCTV로 일괄 보호하겠다는 발상은 특수교육을 교육이 아니라 보육으로 간주하는 무지의 소산이며, 소신을 다해 최선의 특수교육에 임하는 특수교사들에게 눈치껏 보육하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현재 특수교육은 CCTV 따위로 이해할 수 없는 학생 개인에게 적합화한 배려와 관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육을 경제의 관점으로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다림과 사랑으로 유지된다. 모든 교육이 그러하거니와, 특수교육은 특수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순간 바로 시작된다. 교실에서만 특수교육이 이루어지고 수업시간에만 특수교육이 행해질 것이라는 판단에는 특수교육에 대한 비교육적 시선이 담겨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인 것이다.

전교조는 특수교사 의견 조사 결과를 토대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안전과 질 높은 특수교육을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특수교육 관련 종사자들의 갈등 해결을 위해 시·도교육청 및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중재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현존하는 갈등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공식적인 중재기구를 통해 투명하고 원활하게 문제들을 해결해 가야 한다.

둘째, 특수학급 당 교사 2인 배치, 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시한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과밀 학급 해소를 제안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제정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대폭 늘어났으나 특수학교 학급 및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아 과밀학급이 많이 남아 있다. 현재 학급 당 학생 수 기준인 유치원 4명, 초등학교와 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은 교사 1명이 담당하기에는 많은 수이다. 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가 많으면 학생의 안전과 특수교육의 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셋째, 정규 특수교사 법정 정원 확보율 향상이 시급하다. 특수교사 법정 정원 확보율은 2016년 현재 65.9%에 해당하며, 그 중 기간제 교사의 비중은 40%가 넘는다. 특수교사에게 부가되는 과중한 업무 역시 경감시켜야 한다. 학교 업무 때문에 정작 학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현장교사들의 민원을 더 이상 무시하면 안 될 것이다. 특수교사들이 컴퓨터와 서류에 매몰되지 않고 아이들만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넷째, 특수교육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학생 인권 관련 연수를 확대해야 한다. 2016년 현재 유급 특수교육 보조 인력은 8,153명이다.(사회복무요원 제외) 하지만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연수과정은 12개 과정에 걸쳐 2,504명에 대해서만 원격으로 실시 가능한 상황이다. 나머지 인원에 대한 연수는 학교 자체적으로 진행되거나 무의미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인 것이다. 특수교사를 포함하여 특수교육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연수를 확대 실시하자.

전교조는 특수교육에 애정을 가진 국회의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아울러 현장 의견의 신중한 경청을 요청한다. 열려 있는 의견 수렴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한다면 보다 발전적인 특수교육 정책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9월 2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에이블뉴스는 각 단체 및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명과 논평, 기자회견문, 의견서 등을 원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재를 원하시는 곳은 에이블뉴스에 성명, 논평 등의 원문을 이메일(ablenews@ablenews.co.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