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6년 8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이 긴 세월동안 투쟁하며 요구해왔던 기초생활수급권 중 주거/의료/생계급여의 수급기준 상 부양의무자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는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가난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의한 부양의무자는 수급자 ‘본인의 배우자와 1촌 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부모나 자녀가 제도가 정한 범위 이하의 소득이나 재산 규모이어야만 수급에서 탈락되지 않는 것이 부양의무제이다.

이런 부양의무제는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더 가혹하다. 비장애인들도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불안정한 일자리와 불투명한 미래를 갖는 현실에서, 장애인은 노동으로 소득을 갖기 어려우며 중증장애인은 어렵게 일자리를 갖더라도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그러나 국가는 장애인의 부양을 가족에게 미룬다. 그리고 가족 전체를 죽음의 벼랑으로 내몬다.

2013년 10월 서울 관악구의 윤씨는 “내가 죽으면 팔 한쪽을 쓰지 못하는 12살 아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죽음을 선택했고, 2015년 4월 서울 중랑구에서는 한 아버지가 자신이 죽은 뒤 다른 가족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다며 지적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들이 자는 사이 아들의 머리를 수차례 망치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본인도 자살을 시도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장애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한편 부양의무제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넘어 장애인복지제도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서는 장애인이 혼자 살아야만 현행 최대 서비스 시간을 받을 수 있다.

즉 활동지원제도 1등급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2인 가구는 독거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중증장애인이 서로를 부양해야만 한다. 최중증장애인과 함께 사는 가족은 그/녀를 부양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고 대한민국 정부는 강요하고 있다.

이는 또한 장애인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2012년 여름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에서 탈락한 뒤 거제 시청 앞에서 목숨을 끊은 이씨 할머니가 있었다. 2013년에는 이혼한 전처와의 딸이 취직해 수급자격을 박탈당한다는 통보를 받은 신장투석환자가 딸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다며 자살을 했다. 부양의무제는 가난한 가족을 해체시키고 빈곤을 대물린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권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2010년 조사결과 117만명, 당시 155만명이던 수급자가 130만 명으로 줄어들었고, 노인 빈곤율이 50%로 훌쩍 올랐으니 지금 이 숫자는 훨씬 늘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모든 것은 가난한 이 개인들의 잘못이 아니라 바로 한정된 예산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의 삶을 억지로 맞추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현 정부 기간 내에 대통령이 외교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2016년 정상외교로 200억씩 쓰고, 국가정보원은 누구를 위한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매년 5000억을 쓰고 있다. 지난 겨울부터 온 땅이 가뭄으로 허덕였지만 댐건설과 하천관리를 한다며 2조가 넘는 국가재정이 들어가고 있고, 누구를 위한 도로인지 모를 도로 건설을 위해 6조가 넘는 돈이 올 한해 사용되고 있다.

돈이 없다는 정부의 말은 거짓이다. 2014년 민간이 아닌 보건복지부의 연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전체 삭제하더라도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6조 8천억원이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만들 수 있는 예산이다.

지난 2012년 8월부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광화문 지하역사에서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며 4년째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 투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양의무자 기준의 대폭 완화를 공약으로 내새웠지만 임기를 1년여 남긴 지금도 그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천막농성 투쟁이 1468일을 맞는 오늘도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은 지하역사에서 이 나쁜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세상에 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 전혜숙 의원의 부양의무제 폐지 개정안 발의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매우 환영하며 깊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이번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전체가 힘을 모아 줄 것을 요청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유독 가혹하고 무책임한 이 사회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빈곤의 굴레를 멈춰야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부터 우리의 복지는 다시 출발해야 한다.

2016년 8월 26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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