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재가호흡보조기 건강보험 급여화에 따른 자부담 제도’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

정부는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오는 11월부터 재가호흡보조기에 대한 임대료를 건강보험 급여화로 전환하는 계획을 시행할 방침을 이달 말,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다.

이는 현재 희귀난치성질환 11종에 속하는 1,812명은 호흡보조기 임대료를 지원받아 사용하지만 희귀난치성질환이 아니란 이유로 지원받지 못한 중증척수장애인, 뇌척수질환, 심장·폐질환 등 500여명 대상자에게도 지원을 확대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그들은 그동안 비급여 대상자로 임대료 70만원을 매월 고스란히 지출했었다.

이에 지난 6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서 열린 ‘재가호흡보조기 대여료 지원 방향에 대한 간담회’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최저생계비 300% 이상, 4인 가족 기준 대상자에게 본인부담금을 적용할 방침이라며 발표했다.

그러나 간담회에 나온 질병관리본부 과장은 환우회단체 의견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가 하면 8월말, 입법예고를 확정지었으나, 환우회원들에게는 매번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어떠한 구체적인 답변도 하지 않았다.

간담회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환우들의 의견수렴 없이 사람들을 불러놓고 본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통보하는 식의 자리였다.

정부는 불통의 자세로 일관하며,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본인부담금으로 인해 겪을 고통에 대해 진정으로 듣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자부담 발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것이 과연 환우당사자와 단체들과 논의를 위해 나온 것인가 묻고 싶다.

또한 정부는 “돈 내고 숨을 쉬어야 한다.” 라는 우리의 고충을 담아낸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정부의 편리에 의한 해명 보도 내용을 언론사에 밝히며 앞으로 보도될 기사들을 막았다.

우리는 여기서 반드시 따져야 할 것이 있다. 질병관리본부 지원방안에 따르면, 환자가족의 경우 소득기준 최저생계비 300% 미만, 재산기준 300% 미만의 경우 현행과 같이 국가에서 전액 부담할 예정이며, 부양의무자가구의 경우 소득기준 최저생계비 500% 미만, 재산기준 최고재산액 500% 미만 등의 내용이다. 소득기준을 적용하면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504만 원 미만인 경우, 국가가 전액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흡보조기 임대료 지원금이 월 70만원의 경우, 자부담은 10%인 7만원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것은 탁상행정에서 나오는 논리적 판단이다. 환자 가구 수 4인 가족 기준인 경우 1명~4명이 소득활동을 하는 경우를 검토해야 한다. 이런 경우 당연 2명 이상이 소득활동을 한다고 하면 504만원은 넘어갈 것이다. 만약 3명이 돈을 번다면 504만 원 이상이 고소득 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환자직계존속인 부모의 경우 질환자의 자녀를 책임질 수 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인 자녀, 형제들에게까지 그들 미래에 대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가족의 의료비 비용을 평생 부담시킬 것 인가? 그것이 OECD 경제규모 14위의 대한민국이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 복지인가 묻고 싶다.

또한, 환자 가구 수 1인 가족 기준인 경우 617,281 X 300% = 1,851,843 원이 우리나라 현 가구 소득에서 고소득인지 묻고 싶다. 2016년부터는 중급소득으로 기준치가 433만 원 수준으로 내려가는 기준을 정해놓고 504만 원의 고소득 가정이라고 거짓으로 해명하지 말라.

무거운 희귀난치성질환자의 삶에 더 과중한 부담을 지게 하는 일임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의료비와 질환에 따른 장애발생으로 추가로 발생되는 비용들을 따져보면, 우리 부담은 일반 국민 의료비의 6배 이상이 될 것 이다. 3배 최저생계비의 잣대로 고소득 가구라 단정 짓고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의료비 외에도 장애 특성에 맞는 보조기구 구입비용 및 활동보조 자부담, 체온유지를 위한 냉·난방비를 비롯하여 희귀질환 및 장애로 발생하는 각종 추가 지출 비용을 계산한다면 ‘월 4인 가족기준 504만원’은 결코 고소득이 아니다. 또한 현행법으로 소득이 504만 원 미만이지만 재산기준에 걸려 소득이 없어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해명자료에 따르면 호흡보조기 임대료 본인부담금을 월 7만원 내외로 추정한다고 되어있지만, 인공호흡기 자부담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생존권의 문제이다. 돈을 주고 공기를 사야 하는 것은 생명윤리에 맞지 않다. 숨 쉬는 것은 혜택이 아닌 당연한 권리로써 생명윤리를 지켜야 할 정부의 기만적인 정책을 중단하라.

2014년 9월 무렵 루게릭 ‘아이스버킷첼린지’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여는 보여주기 행사였나? 정작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관련 예산은 2013년 18억에 이어 2014년 30억을 삭감했다. 앞에선 희귀질환을 위한다면서 뒤에선 관련 예산을 삭감해버리는 박근혜 정부가 이제는 그 예산자체를 죽어가는 환우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이다.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 예산은 기존까지 국민건강증진기금(일명 담배세)로 이루어져왔다. 담배세 인상으로 올해 상반기만 담배세수가 1조2100억 원이 더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재가호흡보조기에 자부담이란 혹을 붙여 환자 가정경제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인가. 박근혜 정부가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100%를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생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사람에게 또 한 번의 가혹 행위를 한 것에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확대되어야할 희귀난치성질환 복지정책을 축소하고 있으면서 말장난을 하고 있다. 왜 희귀난치성질환 정책을 건강보험으로 이관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호흡보조기는 우리에게 단순한 생활의 편리나, 삶의 질 향상의 문제에 있는 복지가 아니다. 정부는 똑바로 알기를 바란다. 호흡보조기는 생명이다. 목숨이다. 생과 사를 가르는 치열한 사투의 현장이다. 장애가 있어, 질병이 있어 필요한 하나의 약이나, 의료용품이 아니다. 2분만 호흡기가 멈춰도 한명의 소중한 목숨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정부는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임대료 7만원 중 1원을 납부하지 못해 우리들은 죽어갈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의료비를 가중시켜 가정을 파탄의 길로 내모는 재가호흡보조기 임대료 자부담 제도 시행을 즉각 철회하고 호흡보조기 사용 장애인의 목숨에 값을 정한 정부는 즉각 사죄하라. 또한 당사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호흡보조기 건강보험 급여화에 따른 시행 추진 일정을 당장 취소하라.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더 큰 연대로 뭉쳐 대정부 투쟁할 것을 선포한다.

2015. 8. 27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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