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적인 건물승강기 정지 및 화재비상구 폐쇄에 대해 인권위원 및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지난 7월 17일 청와대는 기습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했고 국가인권위는 같은 날 취임식을 강행하고자 했다. 위원장 취임식은 조직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받는 자리여야 하겠지만, 불행히도 이날 국가인권위원장 취임식은 축하받지 못했다. 인권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원장의 졸속적인 임명과 취임에 항의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에 찾아갔다. 그런데 국가인권위는 인권활동가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승강기를 정지시키고 화재비상구를 폐쇄했다.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 인권위원들과 사무총장에게 분명히 묻고 싶다. 인권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날치기로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되는데, 이에 대한 인권활동가들의 항의를 봉쇄해버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인권활동가들의 입을 틀어막은 채 국가인권위가 위원장 취임식을 강행하는 것이 인권의 이름으로 정당한 일인가?

무리하게라도 취임식을 강행하는 것이 국가인권위의 행정 상 의무라 할지라도, 그것이 비판의 목소리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강변하려고 하는 국가인권위의 행동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국가인권위가 겉치레 위원장 취임식 따위를 방어하기 위해 인권활동가들의 입을 틀어막고 이를 정당화한다면, 비판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탄압하는 국가 권력을 향해 국가인권위는 무슨 자격으로 비판하고 권고 결정의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있겠는가?

인권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에 의해 전진해왔다. 국가인권위는 우리 사회에서 인권을 둘러싼 싸움의 역사적 성과로서의 결과이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싸움의 과정에 있다. 국가인권위가 불의한 권력에 대해 독립적으로 비판의 칼날을 벼리는 것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인권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한다면, 인권을 둘러싼 싸움의 결과이자 과정으로서의 국가인권위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국가인권위의 죽음. 그것은 국가인권위라는 조직이 해체되는 순간이 아니라 국가인권위가 인권의 가치를 잃고 더 이상 인권의 파수꾼으로서의 권위를 가질 수 없는 그 순간일 것이다. 우리 인권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원하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9년 7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소속 인권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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