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없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한다

정부에서 장애인의 날을 지정한 지 29년이 흘렀다. 오는 4월 20일이 바로 그날이다.

29년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했을까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되고 관련 법률과 제도들이 생겨났다. 지하절역사의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 저상버스도입, 장애인의무고용, 활동보조인제도, 장애인차별금지법, 특수교육지원법 등 만족스럽진 않지만 나름의 진보적 발전을 거듭하면서 복지에서 인권으로, 재활에서 자립으로의 페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였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서고 1년이 넘는 시간을 돌아보면 참으로 비통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국민 대사수인 중산층과 서민층을 배제한 정책수립과 2%의 특정계층을 위해 금융, 부동산, 재벌 관련한 규제를 대폭 풀더니, 종부세 완화에 소득세 양도소득세율도 낮추고 금산분리완화에 재건축 규제완화 등으로 서민들은 재정착 기회마저 잃고 길로 내몰리는 등 서민의 고통은 내던져지고 반대의 목소리는 물대포와 강압적 공권력으로 탄압하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은 싸그리 무시되며 우린 공안통치 공포증마저 느끼고 있다.

하물며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을 삭감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줄어드는 게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표시라며 합리화시키기 일쑤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 일부 장차법이 규제일몰제에 포함되고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정책국의 장애인권익증진과가 폐지되는 등을 보면 장애인정책에 대한 올바른 의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기 위한 기구이며 특히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구제하는 유일한 국가 기구 이다. 정부의 인권위 축소방안은 현 정부가 인권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유일한 심의, 규제기구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장애인차별철폐 의지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이 하루아침에 바뀌리라고는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부터 외면하는 현실에 장애인의 날이 무색할 뿐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정치적 목적만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최후 보호막까지 정략에 의해 유린하려는 정부정책이야말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인의 날을 외면하고 거리투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온 기존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투쟁으로써 장애인인권을 쟁취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한지도 9년이 되었다. 아직도 수많은 장애인들이 골방과 시설에 갖쳐 인권이 무엇인지 존엄성이 무엇인지 모른 체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정부는 변함없이 온갖 기념식과 행사, 특집방송, 가요제 등 무슨 대단한 축제인 것처럼 시끌벅적한 날로 만들어 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

하루뿐인 가식의 온정과 특혜보다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정부의 장애인 인권증진과 복지증진을 위한 진정한 의지가 회복될 때 장애인의 날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4월 20일

(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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