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장애인접근권 및 문화향유권을 무시하는 서울시와 이를 비호하는 법원을 규탄한다!

장애인계는 청계천을 기획·설계·복원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접근권 및 문화향유권을 침해한 서울시를 상대로 투쟁을 전개해왔다. 2005년 07월의 ‘청계천 장애인 문화향유권쟁취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서울시장 면담요청, 수차례에 걸친 청계천의 장애인차별 규탄 성명서 발표,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과 안전시설 미비의 개선을 촉구하는 청계천복원공사본부에 대한 질의서 발송 등을 통해 청계천이 장애인에게 있어서는 엄연한 차별이며, 따라서 청계천은 명백하게 장애인 차별천임을 주장해온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러한 장애인계의 요구와 투쟁을 철저하게 무시했으며, 청계천 개장 첫날 비장애인 50대 여성이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책임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사과나 문제 지점에 대한 개보수 등에 대해서도 약속하나 한 것이 없었다.

이에 장애인계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4차례에 걸쳐 청계천 현장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장애인단체, 환경단체, 서울시청계천복원사업 관계자, 조경설계자, 각종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결과 청계천이 장애인·노인·임산부·아동 등 사회적 이동약자들에 대해 차별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즉각적인 개선권고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개장 1년 8개월 만에 방문객 5천만 명을 돌파하였고, 250여 차례가 넘는 각종 문화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청계천을 하천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결정사항을 무시하였다. 이에, 장애인계는 함께하는 UD실천연대(2007년 03월 07일 무장애도시만들기공동행동 명칭변경)라는 투쟁연대를 조직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결정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서울시의 불법행위로 인한 장애인의 접근권 및 문화향유권 침해에 대해 2006년 04월 20일 이종욱 외 5인이 장애인계를 대표하여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07년 11월 1심 재판부는 장애인 등 사회적약자의 바람을 무시한 채 패소 선고를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청계천에서 장애인 및 이동약자들이 많이 불편하다는건 안다. 하지만 현재의 법 안에선 원고들이 요구하는 바대로 판결이 나오긴 어렵다. 특히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은 아직 시효전이라 이 법에도 해당하지 않고, 장애인/노인/임산부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도 그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나 헌법과 그 하위 법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수단으로 원하는 장소에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한다는 규정’을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기에, 우리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함께하는UD실천연대는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또한 1심 재판부와 하나도 다를 바 없이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또 다시 짓밟은 사태에 대해 UD실천연대를 비롯한 장애인계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사법부가 항소심조차도 장애인을 상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피고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는 천인 공로할 판결을 내린 것이다.

또한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할 당시 서울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더 나아가 아시아의 중심이 되는 서울이 되기 위하여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까맣게 잊고, 이제 와서 ‘청계천은 단순한 하천일 뿐이다’, ‘청계천은 치수시설로 재시공되었을 뿐이다’라고 거짓 주장을 하며 시민의 권리를 왜곡하는 것을 재판부는 모른척하는 것인가? 정말 모르는 것인가?

서울시는 재판부에 청계천 천변보도를 일부구간 확장하고, 엘리베이터 설치계획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서울시의 청계천 보행관광축 개선사업은 ‘청계천에서 경북궁으로 이르는 새로운 도심 관광축을 형성’하기 위해 포함 된 것이지,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의 청계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서울시의 노력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배제와 거부, 외면과 차별로 인해 서울시 청계천복원사업이 장애인 등 이동약자에게 입힌 정신적, 환경적 손해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들이 장애인 등 이동약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도 보장되는 것이다.

국민의 계층에는 약자와 소수자가 있으며,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은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 다수결 원칙의 고수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와 다수가 더불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법이 있으면 제대로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고, 손해가 있으면 배상받도록 하는 것이 그 역할임에도 손해가 있어도 처벌이나 배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형사적 책임 외에 민사마저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누가 사법부의 존엄성을 인정하겠는가? 이제와서 청계천은 단순한 하천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서울시의 얄팍한 속셈을 눈감아주는 사법부의 공정성을 누가 인정하겠는가?

장애인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배제와 거부, 외면과 차별로 정신적 환경적 피해가 명백함을 확실히 선언해 주지 못한 법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피해는 있어도 배상은 없는 것이 말이 되는가? 법의 엄격하고도 준엄한 철학적 규정이 권리가 아니라, 미사어구로 만들어진 선언에 불과하단 말인가? 우리는 끝까지 오늘의 울분을 외칠 것이다. 우리는 항소를 통하여 장애인의 인권과 대한민국의 법을 사수하기 위해 사법부와 투쟁할 것이며 편견과 차별이 제거된 진정한 무장애 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도시계획 등 모든 국가 정책의 기획, 설계, 평가 전 과정에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도록 요구할 것이다.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 되어 질 때만이 장애인 등 이동약자도 인간으로, 시민으로, 인간중심의 도시환경에서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는 통합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장애도시가 될 때까지 우리는 함께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헌법수호를 외면하는 사법부는 각성하라.

하나. 사법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서울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결정사항을 즉각 이행하고 손해를 배상하라

2009년 3월 17일

함께하는 UD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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