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지난 7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출범식을 갖고, 255건의 집단 진정을 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파워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4월 11일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장애인계의 핫이슈입니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시행령에서 대부분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해서 그 파워가 현재 시점에서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국가인권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잠재적 파워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01년 11월 27일부터 2008년 7월 11일 현재까지 장애차별팀으로 접수된 사건 통계인데요. 국가인권위 조형석 장애차별팀장이 밝힌 자료입니다.

2001년(11월~12월)은 13건, 2002년은 20건, 2003년도 20건, 2004년은 54건으로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국가인권위에 진정된 장애인차별사건이 1년에 채 100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121건, 2006년 113건으로 100건대에 진입을 했고, 2007년에는 239건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올해는 어떨까요?

놀라지 마십시요. 7월 11일까지 접수된 사건은 총 404건이었습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4월 11일 이후 접수된 사건은 335건이었습니다.

최근 8년간 총 952건의 장애차별사건이 접수됐는데, 35%에 해당하는 335건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최근 석달 동안 접수된 것입니다.

이 통계에는 지난 7월 30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의해 제기된 집단진정 255건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몇 달 안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전의 진정 사건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의 진정 사건이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지난 7월 30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은 사례들이 속속 접수되자 장추련은 8월 6일까지 사례를 모아 다시한번 집단으로 진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은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장애인차별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아직 무엇인지 모르는 장애인들이 많은 현실인데, 좀더 제대로 홍보가 된다면 진정사건이 얼마나 더 많아질까요?

중요한 것은 숫자 하나하나에 담긴 장애인들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주느냐인 것 같습니다. 바로 실효성입니다. 진정이 많더라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인권위를 찾는 장애인들의 발길은 줄어들 것입니다.

이번 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로 이름을 바꾸고 앞으로 조직도 새롭게 꾸린다고 합니다.

장추련은 지난 7월 30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출범식을 갖고 "장차법 제정의 힘을 가진 기존의 장추련의 조직 형태를 가급적 유지하면서, 실효성 있는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만들기 및 장차법과 상충되는 기존 법률 개정 등 대정부 및 대국회 투쟁과 진정 및 소송지원 등의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255건의 집단진정도 이날 이뤄졌습니다. 정관계 인사를 모셔놓고 거창하게 출범식을 열지 않고, 현장 장애인들의 차별 사례를 모아 집단으로 진정을 한 것입니다.

그날 오후에는 국회에서 토론회를 벌였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명박 정부 무엇을 준비하나'라는 주제였습니다. 장추련과 장애인 국회의원인 곽정숙 박은수 윤석용 이상민 임두성 정하균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자리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행정안전부, 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9개 부처 실무자들이 참석해 각 부처별 추진상황을 밝혔습니다.

각 부처에서는 과장급 공무원들이 참석해 부처별 추진상황과 앞으로 계획을 밝혔는데, 장애인단체 관계자와 변호사들로 구성된 지정토론자들이 날카롭게 토론을 벌였습니다. 에이블뉴스는 9개 부처의 발표 내용과 토론 내용은 릴레이로 보도할 계획입니다.

255건의 집단 진정에 포함되어 있는 사건인데요, 바로 경찰의 반인권적인 진압방식을 놓고 장애인계와 정치권이 큰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지난 7월 23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청사 앞에서 장애인 활동보조 예산 확대와 가족지원제도 수립을 촉구하는 집회 때 일어난 일입니다.

경찰은 도로점거 시위를 하던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뒤에서 빼고, 몸에서 분리시키는 등 반인권적 행위를 벌였습니다.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이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사건이 알려졌는데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주요 장애인단체를 비롯해서 곽정숙, 박은수, 윤석용, 정하균 국회의원은 지난 1일 오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은 장애인에 대한 반인권적 진압방식에 대해 즉각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장애인단체들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내는 보기좋은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정치권도 일제히 논평을 내어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민주당은 "국가가 배려하고 보호해야 할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층에게 폭력을 동원하는 막 되먹은 정부를 국민은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반복적으로 민심을 거스르는 어청수 경찰청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자유선진당도 “명백하게 드러난 이번 장애인 강제진압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경찰당국은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은 장애인을 비롯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한 후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장애인들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구제해줘야할 것입니다.

경찰의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지난 7월 28일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의 기자회견문 내용입니다.

"경찰은 지난 7월19일 중증 지적장애인이 주민과 마찰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 신고를 받고 출동하자마자 지적장애인을 뒤로 수갑을 채워 연행, 이를 저지하고자 필사적으로 막았던 장애부모에 대해 역시 뒤로 수갑을 채워 연행하였다.

지적장애인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두시간 가량 뒤로 수갑을 찬 채 있었고, 장애인부모가 사정을 하자 풀어주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연행차량에서 경찰은 장애인부모에게 욕설과 폭행을 자행하였고,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수사함으로써 거짓진술을 받아낸 점이었다. "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 그리고 장애인권리협약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법 조항인 상법 732조를 개정하기 위해서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개정안의 내용은 지난 17대때 제출됐던 것과 똑같습니다.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의사능력이 있는 심신박약자에 한해서 보험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인데, 장애인계가 주장하는 전면 폐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장애인차별개선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주제로 정책연구사업을 진행할 기관을 공개 모집한다고 지난 7월 30일 공고했습니다.

이상 이번주 장애인차별금지법 관련 기사를 총정리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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