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센터 단식농성장에는 장애인당사자 장애인개발원장 선출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 주간 평안하셨습니까? 에이블뉴스 전체기사목록을 쭉 훑어보면 이번 주 장애인계는 참으로 역동적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안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목록으로 가보니 장애인개발원 원장 선임과 관련한 기사들과 시각장애인 안마사 위헌 소송과 관련한 기사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네요. 시각장애인 안마사 위헌소송은 지난 주 자세히 다뤘기 때문에 생략하고, 이번 주는 장애인개발원 문제에 대해 엮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예전 이름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입니다.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 4월 11일부터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명칭만 바꾼 것이 아니라 역할과 기능도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전신인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는 장애인체육업무를 전담으로 수행하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장애인체육 주무부처가 바뀌게 됨에 따라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도 자신들의 주요 업무를 새로 만들어진 대한장애인체육회로 넘겨주게 됐습니다.

이후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는 곧 장애인계 전체의 이슈가 되어버렸습니다. 수많은 토론이 진행됐고, 결국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다음과 같이 역할을 명시하게 됐습니다.

제29조(복지 연구 등의 진흥)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복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평가 및 장애인 체육활동 등 장애인정책개발 등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제1항에 따른 장애인 관련 조사·연구 수행 및 정책개발·복지진흥·재활체육진흥 등을 위하여 재단법인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이라 한다)을 설립한다.

이 조항들은 지난 4월 11일부터 발효됐지만, 아직 한국장애인개발원은 개원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조직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 새로운 원장을 선임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아직 마무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원식도 미뤄진 것입니다.

현재 새 원장을 뽑는 과제를 수행 중인데, 그 과정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4월 11일을 앞두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DPI 등이 참여하는 장애인개발원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장애인개발원 의사결정 과정에 장애인당사자가 포함돼야한다고 촉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계에는 보건복지가족부가 공무원 출신 비장애인을 원장으로 내려보내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당시 그 전직 공무원의 실명까지 나돌아다녔습니다. 공대위는 보건복지가족부에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면서 공개 모집을 통해서 원장을 선출해야한다고 요구했고, 결국 이 요구가 받아들여져 공모가 시행된 것입니다.

공개 모집을 통해 후보를 받았는데, 5명이 응모했고 이 중 1명은 복지부 낙하산 의혹을 받았던 당사자 이용흥씨였습니다. 이씨는 5명 중 유일한 비장애인이고,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정책홍보관리실장을, 보건복지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원장을 수행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씨는 곧 장애인계의 '공공의 적'이 됐습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개발원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연맹,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은 저마다 성명을 내고 낙하산 인사인 이용흥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후 5명의 후보 중 이사회에 올라갈 2명을 가리기 위한 한국장애인개발원 임원추천위원회가 7명으로 구성이 됐습니다. 그 7명은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정책국장과 대학교수 2명, 장애인단체장 3명, 전직 장애인복지관장 1명이었습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심사를 진행했고, 결국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 낙하산으로 알려진 이용흥 후보를 1위로 뽑은 것입니다. 그토록 낙하산 반대를 외쳤건만, 심사위원들은 장애인계가 내놓은 그 수많은 성명서를 읽지 않았나 봅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장직에 응모한 방귀희, 이경혜, 이완우, 이용흥, 임통일 후보. 이중 이용흥 후보는 복지부 낙하산으로 반발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개발원바로잡기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낙하산 인사’에 그토록 반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장애인개발원은 공대위가 줄곧 주장해 온 임원추천위원회의 불편부당한 인사 위촉과 원장·사무총장 등 집행부 구성, 이사회 추가 선임, 장애인개발원의 사업·조직 및 방향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전무한 상태에서 원장 선임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돌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정치권 일부에서는 대선 때 대통령을 도왔거나 정권 실세들에 빌붙었던 사람들에 대한 논공행상을 위한 자리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팽배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전리품을 챙기듯 정부 산하기관장 자리를 앞 다투어 취하고 있다. 장애인개발원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퇴직공무원이나 정치한량 등이 낙하산을 타고 원장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하마평이 무성하다."(장애인개발원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 5월 19일자 성명)

"장애인개발원이 향후 장애계에서 차지할 역할과 위상을 볼 때 기관의 수장인 원장은 기본적인 장애감수성과 장애문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식견, 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관련 기관의 장은 기관의 특성상 가능한 장애인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향후 장애인개발원이 장애계가 기대하는 수준의 정체성을 갖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5월 16일자)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정리한 한 공무원을 개발원 원장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해 왔으며, 지금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원장 지원서를 내고 결정을 준비하고 있다. 심사위원 중 장애인 당사자는 3명, 나머지 4명은 보건복지가족부 국장과 교수들이다. 보건복지부는 그러기에 복지부의 의견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사추천위원회에서 2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면 그 중 한 명을 정할 수 있으므로, 추천에 포함만 시키면 어떻게든 정부의 생각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원장으로 부임하게 되면 장애인은 수혜자로서 수동적 입장에서 자리매김하는 것이고, 이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심하게 훼손받게 된다. 장애인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복지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사자가 원장직을 수행해야 한다. 새 정부에 필요 없는 공무원이라 정리한 자를 개발원 원장으로 보상한다는 것은 장애인은 공무원 자리 나누기의 대상쯤으로 생각하고, 장애인은 무능하다는 무시가 깔려 있는 발상이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6월 23일자 성명)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최근 장애인 관련 정책개발과 정부 서비스 전달의 구심적 역할을 위해 기존의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발전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소관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 출신의 인사를 개발원장으로 임명하려는 밀실인사를 자행하려다 장애계의 강력한 저지로 뒤늦게 공개모집을 실시하고 채용심사에 들어갔다. 장애계는 개발원의 뒤 늦은 공개모집에 환영을 표하지만 공개모집이 자칫 낙하산 인사를 합법화 하려는 수순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개발원이 정부와 장애계의 가교역할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낙하산 인사 의혹으로 무너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원장인사를 통해 개발원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를 통해 장애문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장애인복지정책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역량을 갖춘 장애인을 개발원장으로 선임해야 할 것이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6월 23일자 성명)

장애인개발원장직은 장애인개발원의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위한 자리라면서 장애인개발원장 자리를 둘러싼 장애인단체간의 권력 다툼을 경계하는 성명도 있었습니다.

"공대위는 차기 개발원장의 자리를 정치권 진입을 위한 ‘징검다리’ 쯤으로 삼는 인물이거나,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이미 낙점된 인물이 차기 개발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결연히 선언한다.

또한 공대위는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며 ‘내 편 네 편’으로 나눈 채, 메이저 단체의 완력을 이용해 차기 개발원장 선정 작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부 인사들의 비도덕적인 행태 역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졸렬한 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준열히 경고하는 바이다.

진정으로 바라건대, 차기 개발원장은 임명된 즉시 소위 전문가 집단이나 명망가 일색인 이사회를 뜯어 고쳐야 하며, 개발원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자를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발본색원함으로써 새로운 개발원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대외에 과시하여야 한다."(장애인개발원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 6월 24일자 성명)

[토론합시다]장애인개발원과 장애인당사자주의, 어떻게 보십니까?

장애인개발원바로잡기공대위가 지난 4월 7일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이사회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놀라운 사실은 이번 인사에 보건복지가족부 차관까지 직접 개입했다는 것입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권인희 회장은 이용흥 후보가 1위로 결정되자, 심사 직전 복지부 차관이 자신들에게 전화를 걸어와 압력을 행사했다고 기자회견을 열어 폭로했습니다. 물론 복지부측은 상의 차원에서 전화를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원장 후보 접수가 마감된 지난 6월 18일부터, 후보로 응모한 5명에 대한 심사가 진행된 6월 27일까지 과연 장애인계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어떠한 일이 있었길래, 그토록 장애인계가 반대하던 낙하산 인물이 1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에이블뉴스는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 현재 백방으로 취재를 하고 있는 중인데요. 곧 독자 여러분들에게 속 시원하게 뒷이야기까지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개발원을 둘러싼 일련의 흐름들을 꿰뚫고 있는 문제는 바로 '장애인당사자주의'가 맞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당사자주의가 현장에 접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심사결과에는 과연 장애인당사자주의가 어떻게 반영이 됐을까요?

어쨌든 장애인계는 이제 장애인당사자주의에 대해 제대로 정리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왜곡된 장애인당사자주의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주목해야할 것입니다. 그 수많은 논쟁 속에서 얻은 진리가 무엇인지 추려내야할 것입니다.

장애인개발원과 관련해 장애인계는 그동안 수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 진통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어떻게든 풀어야할 숙제일 것입니다. 지금 당장 풀어야할 숙제는 장애인개발원장의 올바른 선출입니다.

이쯤되니 이제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심사위원 2명이 심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이상, 어떻게든 명확한 결론이 내려져야할 것입니다. 이 사태가 정리되면, 최종 선택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이사회 몫입니다. 이사회 결정이후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승인을 받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최종 결정은 이사회 몫입니다.

그동안 에이블뉴스에서 다뤘던 장애인개발원 기사를 정리해 드립니다. 클릭을 하시면 해당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소장섭 기자는 물러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변승일 회장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룸센터 벽면에 설치된 벽보에 낙하산 반대를 촉구하는 게시물들이 즐비하다.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체성 논란 점화(2007년 10월 11일자)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논란(2007년 11월 6일자)

"장애인개발원, 연구만 하는 곳 아니다"(2008년 3월 24일자)

“진흥회, 장애인계 성장도구로 써 달라”(2008년 3월 7일자)

한국장애인개발원 4월 11일 개원식(2008년 3월 24일자)

장애인개발원의 인적쇄신과 개혁을 요구한다!(2008년 4월 7일자)

장애인개발원바로잡기 공대위 활동 개시(2008년 4월 7일자)

복지진흥회 이사회 장소서 점거농성(2008년 4월 8일자)

또 하나의 공룡 ‘장애인개발원’(2008년 4월 16일자)

"공무원 출신 장애인개발원장 결사반대"(2008년 4월 28일자)

"공무원 출신 장애인개발원장 결사반대"(2008년 4월 28일자)

"장애인개발원장, 복지부 낙하산 반대"(2008년 4월 29일자)

장애인개발원장 '복지부 낙하산' 반발(2008년 4월 29일자)

"장애인개발원장 밀실인사 즉각 중단하라"(2008년 5월 16일자)

"장애인개발원 원장·사무총장 공개모집하라!"(2008년 5월 19일자)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공개 모집(2008년 5월 29일자)

장애인개발원장 공개모집 5명 응모(2008년 6월 23일자)

"장애인개발원 원장은 반드시 장애인"(2008년 6월 23일자)

개발원장, 장애인으로 선임해야 한다"(2008년 6월 23일자)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낙하산 우려(2008년 6월 23일자)

"장애인개발원 선정 기준은 개혁성"(2008년 6월 24일자)

변승일 회장, '개발원장 당사자로' 단식농성(2008년 6월 30일자)

복지부 차관이 장애인개발원장 인사 개입(2008년 7월 1일자)

“장애인개발원장 채점 결과 공개해야”(2008년 7월 1일자)

이봉화 차관 국가인권위 제소 검토 중(2008년 7월 2일자)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개발원으로"(2008년 7월 3일자)

개발원장 심사, 서명 빠진 채점지 논란(2008년 7월 3일자)

변승일 회장 단식농성 4일째 계속(2008년 7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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