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화서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87세 노인 이모씨가 추락해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CCTV 화면. ⓒ에이블뉴스

언젠가부터 지하철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을 마주치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집니다. 혹시 사고라도 나는 것이 아닌지 길을 가면서도 눈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수차례 기사화했던 장애인언론 기자에게도 휠체어리프트는 공포스러운 존재입니다.

지난 4월 18일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두고 또 다시 장애인이 휠체어리프트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는 화서역이었습니다. 전동스쿠터를 타고 휠체어리프트에 오르던 이모(87)씨는 그만 계단으로 굴러떨어졌고, 중상을 입어 병원 신세를 지다가 지난 5월 25일 숨을 거뒀습니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휠체어리프트에서 굴렀습니다. 1999년 혜화역 휠체어리프트에서, 같은 해 천호역 휠체어리프트에서, 2001년 오이도역 수직형리프트에서, 2003년 발산역 휠체어리프트에서, 2003년 종로3가역 휠체어리프트에서, 2004년서울역 휠체어리프트에서, 2007년 신도림역 휠체어리프트에서 장애인들이 떨어졌고, 이중 몇명만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고는 더 많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노후하고 낡은 휠체어리프트는 '썩은 동아줄'과 같습니다. 언제 어떻게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살인 기계'입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휠체어리프트가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 관할 144개 전철역사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63%인 80개 역사에 불과합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26일 화서역 현장을 찾아 헌화를 하고, 한국철도공사 남부지사를 찾아 항의하고 공개사과와 엘리베이터 설치, 유족에 대한 보상 등을 촉구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3개 단체는 27일 대전 한국철도공사 본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우리는 이번 사고에 대한 한국철도공사의 책임인정과 공개사과, 유족에 대한 정당한 배상, 그리고 모든 관할 역사에 대한 엘리베이터설치 등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끝까지 투쟁할 것을 밝히는 바이다."

화서역 장애인추락참사 반발 확산

80대 장애인, 휠체어리프트 추락 사망

코레일 편의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라

"화서역 장애인 참사 공개사과하라"

시각장애인 청년 23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옥상에 올라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26일 낮 12시50분께부터 시각장애를 가진 청년 23명은 국가인권위원회 옥상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는 의료법은 합헌이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과 같은 위헌 사태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면서 극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06년 5월 25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화가 난 시각장애인들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마포대교에서 오랫동안 고공시위를 벌였습니다. 검은 한강물 속으로 뛰어들면서 결국 의료법 개정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희생은 적지 않았습니다. 2006년 위헌 사태 이후 모두 3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마사지사들은 또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또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례적으로 지난 6월 12일 공개변론을 붙여 시각장애인측과 스포츠마사지사측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주로 공개변론을 붙이는 사안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는 것인데, 시각장애인측에서는 바로 합헌 판결을 내주지 않은 헌법재판소가 야속할 뿐입니다.

지난 2006년 당시 위헌 요소는 2가지였습니다. 첫번째는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법률로써 해야하는데 시각장애인만 안사마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은 보건복지부령인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 명시되어 있어서 위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두번째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장애인 생존권과의 충돌 문제였습니다.

첫번째 문제인 '법률유보의 원칙'에 대해 당시 헌법재판관 중 윤영철, 권성,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재판관 등 5명은 위반 판결을 내렸으며, 주선희 재판관은 '판단 유보'를, 김효종, 송인준 재판관은 '위반 아님'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어 두번째 문제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대해서는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주선희, 송인준 재판관 등 5명은 위반 판결을 내렸으며, 윤영철, 권성 재판관은 '판단 유보'를, 김효종 재판관은 '위반 아님' 판결을 내렸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의 격력한 투쟁 이후 의료법 개정안이 추진됐고, 안마사의 관한 규칙에 머물러 있었던 시각장애인 안마사 자격 독점은 의료법에 명시됐습니다. 이에 따라 위헌 요소인 '법률유보의 원칙'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 뿐입니다.

현재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당시 '과잉금지의 원칙'과 관련해서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렸던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주선회, 송인준 재판관 중에 전효숙, 주선회, 송인준 재판관은 교체됐고 이공현, 조대현 재판관만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 '판단 유보' 판결을 내렸던 윤영철, 권성 재판관도, '위반 아님'이라고 판결을 내렸던 김효종 재판관도, 판결에 불참했던 김경일 재판관도 모두 교체됐습니다. 결국 9명 중 위헌 의견을 가진 재판관은 2명이고, 입장을 알 수 없는 재판관은 7명인 셈입니다.

이제 7명 중 4명 이상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면, 시각장애인 안마사 자격 독점은 더 이상 시각장애인만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최소 4명 이상이 합헌 판결을 내려주거나 판단을 유보해야 시각장애인들이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합헌 판결을 촉구하는 깃발을 들고 인권위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들은 현재 초 긴장 상태입니다. 지난 2002년과 같은 악몽이 되풀이될까봐 두렵다고 합니다. 지난 2002년 위헌 판결에 목숨을 내놓았던 것처럼, 동료 시각장애인들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재연될까봐 무섭다고 합니다. 지난 2002년과 같이 아무런 사회적 대책도 없이 위헌 판결이 나온다면 절대 안 된다고 장애인계는 입을 모읍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곳은 보건복지가족부입니다. 다시 위헌 소송에 휘말리긴 했지만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비자격 안마사들이 활개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손놓고 있었습니다.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재 무자격자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간판을 내걸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만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위헌 소송 사태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스포츠마사지업은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습니다. 발관리, 발마사지, 경락마사지, 타이마사지, 아유베딕마사지, 화주경락, 자연치유요법 등 다양한 이름으로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독버섯처럼 번지도록 내버려 두어놓고, 이제와서 퇴폐 운영 운운하면서 시각장애인 탓만 하는 것입니다.

장애인 문제 중에서는 이미 문제점과 해결책이 나와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휠체어리프트도 그렇고, 시각장애인 안마사도 그렇습니다. 관계당국은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뿐더러, 장애인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해도,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시각장애청년들 "목숨이라도 걸겠다"

시각장애인들 국가인권위 옥상 시위

장애인 안마사 건강악화로 단식 풀어

시각장애인만 안마사자격 위헌 공방

“안마 지키자” 시각장애학생들 수업거부

소통과 믿음을 잃어버린 사회입니다. 결국 정부는 쇠고기 고시를 강행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엊그제 뼈저리게 반성한다던 대통령의 말이 아직도 귓전에 울리고 있는데, 어느새 국민들의 뒤통수를 치고 말았습니다.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할지 모르는 한 주입니다.

에이블뉴스 직원들은 27일과 28일 이틀동안 수련회를 떠납니다. 어쩔 수 없이 기사 업데이트가 중단됩니다. 애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재충전을 하고 돌아와서 보다 열심히 뛰겠습니다. 소 기자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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