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장애인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개최된 '2007 아시아 트라이'의 참가자들이 국회 해태상 앞에서 국제장애인권리협

바로 어제는 18대 국회의원들이 첫 월급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월급명세서를 보니 급여가 900만원이 넘습니다. 국민들은 고유가, 쇠고기 파동으로 힘겨운데, 국회의원들은 개원식도 치르지 않고 월급부터 챙기게 됐습니다.

이 문제 때문은 아니었지만, 이번 주 장애인들의 관심을 국회로 쏠렸습니다. 바로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장애인차량 LPG 면세법안과 장애인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도 발의됐기 때문입니다. 만만치 않은 의제들인데, 18대 국회가 잘 처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의 처리입니다. 정부는 생명보험과 관련있는 25조의 (마)호에 대해서 비준을 유보하겠다고 하고 있고, 이외에 장애인권리협약 50개 조항 중에서 국내법과 충돌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장애인권리협약의 대부분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해 한 장애인계 인사는 "정부가 너무 거저 먹을려고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무슨 얘긴지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 "충격"

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

지난 19일자로 국회에 제출된 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 ⓒ에이블뉴스

지난 1월 법학자들과 장애인 당사자,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국제장애인권리협약한국비준연대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과 국내 장애인 법제도 개선방향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홍익대 김주환(법대) 교수는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 비준을 위해서는 헌법부터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애인 권리보호를 보다 명확히 하고, 국민의 의식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개헌이 뒤따라야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김 교수는 차별행위의 입증책임 문제와 관련한 장애인차별금지법 47조와 모자보건법상의 장애아 낙태 허용 조항도 개정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신대 홍선미(사회복지학) 교수는 사회복지사업법 제41조를 개정해 시설수용인원의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한다고 주장했고, 강제 입원을 다루고 있는 정신보건법의 조항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애인인권센터 이석구 소장은 장애인권리협약 내의 자립생활, 사회통합 권리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자립생활 몇몇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되고 자립생활지원특별법을 제정해야할 것이라고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정부는 안이하게 "법적조치도 필요없고, 예산조치도 필요없다"고 비준동의안에 써 넣었습니다. 정부는 비준동의안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을 만들 때 가장 논란이 됐던 12조의 해석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의 법적 권한을 다루고 있는 장애인권리협약 12조는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신장애인 인권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정부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민법이나 정신보건법이 장애인권리협약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고, 이것은 결국 소극적인 의미(행위 능력이 아니라 권리 능력으로 한정)로 12조를 해석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겨졌습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을 심의하는 위원회입니다. 정부가 안이한 판단으로 빠뜨린 과제들을 명시해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할 것입니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보험 차별을 사실상 인정하겠다는 것인 25조 (마)호에 대해서는 장애인계의 주장처럼 비준을 유보하지 않고, 상법 732조를 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할 것입니다.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힘들게 만든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이 종이조각이 되느냐, 장애인 곁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법이 되느냐는 기로 말입니다. 비준동의안을 논의하는 지금, 국회의원들은 책임감있게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내용을 검토해야할 것입니다.

“장애인권리협약 시대, 헌법부터 개정해야”

장애인의 법적 권한은 어디까지 인가

“수용 위주의 장애인정책 개선해야”

"IL센터와 복지관, 역할 재정립해야"

지난 1월 개최된 국내 장애인 법제도 개선방향 토론회. ⓒ에이블뉴스

이번 주 국가인권위원회를 찾는 장애인이 급증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상담 현황과 진정 현황 자료를 밝혔는데, 그야말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1월 12건, 2월 15건, 3월 23건에 불과했던 장애인차별 상담 건수가 4월에는 101건으로, 5월에는 80건으로 폭증한 것입니다. 진정의 경우도, 올해 1월 9건, 2월 15건, 3월 23건에 불과했던 장애인차별 진정이 4월에 191건, 5월에는 51건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아직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모르는 장애인들이 많다"면서 "앞으로 장애인차별 상담과 진정이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16일부터 국가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왔던 안태성 청강문화산업대 해직 교수의 아내 이재순씨는 지난 18일 단식농성을 풀었습니다. 이씨의 요구사항이 수용됐다고 하지만, 인권위는 "아직 장애인 감수성이 모자르다"고 비판하는 장애인계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도 인권위를 찾아가서 "지난 5월 23일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IPTV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 수화통역사를 배치하지 않고, 점자자료도 구비하지 않았다"며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안태성 해직교수 아내 단식농성 돌입

안태성 해직교수 아내 단식농성 2일째

안태성 교수 아내 이재순씨 단식 풀어

최시중 방통위원장 장애인차별 진정

인권위 장애인차별 상담·진정 급증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국가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 단식농성을 벌여던 청강문화산업대 해직교수 안태성 교수의 아내 이재순씨. ⓒ에이블뉴스

가만 있어도 곧 물러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향해서 장애인들은 "월급 모아줄테니 빨리 물러나라"고 성을 냈습니다. 오죽 했으면 그럴까 싶습니다.

사정을 들어봤더니 김 장관이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불필요한 복지정책을 정비하겠다고 보고했는데, 지방장애인위원회는 사회복지위원회로 통합시키고, 매년 실시되는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는 5년에 한번으로 줄이는 한편 시·군·구에 배치되는 장애인복지상담원은 없애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각각 반발 성명서를 내어 "장애인복지가 뒷걸음질치고 있다"면서 김성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 것입니다.

김 장관의 직접 지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장애인 명칭을 찾는 공모를 두고도 말이 많았습니다. 복지부측은 최우수상 수상작은 없고, 우수상 수상작으로 '가능인', '가온인', '늘품인', '아울인', '해솔인' 등 5편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 가눌인, 갈오인, 감장인, 늘품, 늘품아띠, 늘픔인, 다활인, 눌누인, 새살미, 새살민, 새찬인, 새활인, 서활인, 승애인(丞愛人), 승애인(勝碍人), 아우린, 아울민, 어우린, 어울인, 한올인, 해늘인 등 21편을 장려상으로 선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함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건강한 사회일 것"이라며 "용어를 은폐한다고 코미디까지 할 필요는 없다. 이름만 해맑게 붙여 본다고 그동안의 국가의 방임이 가려지지 않는다"고 질타했습니다. 복지부는 자신들도 공모 결과를 보고 한심했는지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월급 모아줄테니 김성이는 사퇴하라"

뒷걸음치는 장애인복지-김성이는 당장 물러가라

복지부는 장애인복지정책 포기했나?

장애인 명칭 새로 만들기 입상작

장애인 새 명칭 공모 결과 "한심"

장애인 용어 공모 장총련 성명서 전문

이외에도 이번 주 장애인계 이슈를 매우 많았습니다. 주간브리핑을 통해서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주의 장애인계 뉴스를 엮어드리는 주간브리핑은 1주일에 한 번 진행됩니다. 다음 주를 기대해주세요.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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