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우선미씨입니다.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어김없이 장애인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일반 언론에서 장애인 기사가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정작 정곡을 찌르는 기사는 별로 없어보입니다. 반짝 관심으로 켜켜이 쌓인 장애인문제를 들춰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사회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이나 보수를 표방하는 언론이나 장애인 문제에 무관심하기는 매 한가지라는 것입니다.(과연 무엇이 진보일까요?) 그렇다고 장애인언론이라고 해서 별로 나아보이진 않습니다. 고질적인 재정난과 인력난으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쏟아지는 정보들을 기사화하는 것조차 버거워보입니다.

언론이 제 역할만 했어도 장애인 문제의 상당수는 이미 해결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이 아직 제 역할을 못해서 장애인들의 현실은 아직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봅니다. 누가 뭐래도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전해야할 것입니다. 에이블뉴스도 반성하는 마음으로 장애인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하고자 지난 한 주를 뛰었습니다.

"8년 전 어느 날 생활시설에서 20년을 넘게 살 던 오빠가 자립생활을 선택해 사회로 나간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오빠는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하고 무엇 하나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라서 더욱 이해가 안 되었다. 며칠 뒤 시설을 떠나는 오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책임을 지는 것은 저런 게 아닌데”라고 솔직히 오빠를 비웃었다.

저렇게 심한 장애로 어떻게 사회에서 살 수 있다고 생활시설을 떠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며칠이 안 되어 분명 다시 되돌아올 것인데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중증장애인이기 때문에 자립생활이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고 시설에서 살다 시설에서 죽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자립생활 프로그램에도 그냥 별 관심이 없이 참여했다.

많은 충격과 걱정과 염려 속에 자립생활에 도전했던 오빠! 한 달도 못 버티고 시설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들의 예상은 빗나갔고, 1년이 넘도록 지역사회에서 잘 살고 있으며 자립생활을 포기하고 살았던 나에게 작은 꿈을 갖게 해 주었다."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우선미씨의 이야기입니다. 에이블뉴스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상금을 걸고 진행하고 있는 '나의 내집 마련 수난기'에 우씨가 보내온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시설에서 살면서 자립생활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겼던 우씨가 이렇게 변합니다. 글의 말미입니다.(전문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자립생활의 과정은 힘들고 어렵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있었기에 자립생활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후배 중증장애인들에게 “꼭 한번 자립생활에 도전해 보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자립생활은 모든 장애인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행복의 조건이며 복지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자립생활은 평범한 일상생활이고 현실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듯이….

아무런 꿈도 가질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꿈을 갖게 해 주고 삶 자체를 바꿔주는 것이 자립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 자립생활하기 위해서는 주택개조가 필수이기 때문에 장애인 주택개조에 대한 지원이 민간차원이 아닌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설에서 나와 결혼하고 집도 구했죠”

"12평 아파트 장만이 가장 보람 있었어요"

시설에서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정상 얼굴을 공개하기가 어렵습니다. ⓒ에이블뉴스

시설에서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세상은 좀 더 알아야합니다. 장애인복지를 하겠다면서 아직도 장애인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이나 복지전문가들이 아직 많은 현실이니까요. 사실 이런 분들에게는 사실 딱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시설이 그렇게 좋으면 들어가서 사시라니까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좋은 일인양 강요하지 맙시다. 다음은 시설에서 나와 서울시청 앞에서 투쟁을 하고 있는 분의 이야기입니다.

"시설에 왔는데,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싶었지요. 대소변 못 가린다고 밥을 조금 주고, 나이어린 선생들이 노인들한테 반말하고, 가족이나 교회에서 간식 넣어주면 창고에 들어가 안 나오고 그랬으니까요. 난 입소금이 없이 들어갔는데, 입소금 내고 들어간 사람들하고 차별을 당하기도 했어요. 입소금 내고 들어온 생활인에게 준다고 휠체어를 뺏기기도 하고, 6년 동안 수발한 방에서 쫓겨나기도 했어요. 그 때 아~ 돈이 없으니, 세상이 무섭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것뿐이겠어요? 시설에서 20년을 살았으니까 별일 별일이 다 있었겠지요."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사실 가슴이 더 아픕니다. 시설에서 나오려고 해도 가족들이 반대할까봐 못나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절대 그 가족들의 잘못이 아닐 것입니다. 사회가 그렇게 장애인가족들의 관계를 왜곡시켜 버린 것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일하고 있으신 분들은 이 부분을 꼭 새겨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막상 나가려고 하면 방법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 시설에 살면 영구임대아파트 분양도 안 되죠. 활동보조도 터무니없이 작잖아요. 그리고 가족들의 반대. 사실은 그것이 제일 걸림돌이지요. 그것만 아니라도 당장 뛰쳐나갈 텐데요. 물론 나가는데 성공하더라도 어려울 거야. 어려운건 나도 알아요. 먹고 살 걱정해야 되니까. 그건 아는데 그래도 나와야 돼. 뭐 시설에 있는 게 몸은 편할 수 있겠지요. 몸은 편할지도 몰라. 근데 그건 아니거든요. 장애인도 사람이고,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난 개나 돼지가 아니니까. 난 사람이라고. 난 세상에서 세상과 부딪히고 살고 싶지 남의 도움 밑에서 살고 싶지나 않아요. 그렇게 단 한 달만이라도 내 나이대의 평범한 남자처럼 밖에서 살아보고 싶고, 단 하루를 살아도 밖에서 살고 싶어요. 그게 내 꿈이야."

"거리로 나선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입소금 안냈다고 휠체어까지 뺐어갔죠"

오늘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가족들의 뒷모습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가족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오늘(19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장애인부모들의 증언대회가 열렸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길바닥에 주저 앉은 장애인부모들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닦아야만 했습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과의 관계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알아차리실 것입니다. 두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적장애 2급인 큰 아이, 발달장애ㅣ 1급인 작은애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장애가 있다보니, 이러저리 치료며 교육이며, 프로그램 하나 하는 데도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이 듭니다. 지금은 매월 아이들 특수교육비죵으로 80만원씩 들어가는데, 그마저도 그 전보다 많이 줄었지요. 애들이 둘이다보니 150만원씩 매달 지출해야 했습니다. 아이들 교육비며, 치료비며 한다고 카드빚이 이천만원이 넘고, 은행빚이 3천만원이 넘습니다.

아이 아빠는 아침 7시10분에 나가서 새벽 3시에 들어옵니다. 원래 일하던 직장 월급만으로는 충분치가 못해서, 9시까지 직장일을 하고 새벽 3시까지 배달일을 합니다. 말이 투잡이자 40만원 더 벌려고 밤잠 못자고 새벽 3시까지 일을 하는 아이 아빠를 보면, 매일 가슴이 아픕니다. 나라도 벌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이가 둘이고, 둘 다 장애다보니 아이 양육을 맡아줄 사람도 없고, 그럴 돈도 없습니다. 일이 생기면 시어머니께 아이들을 맡기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보는 일도 이제는 이력이 났습니다."

또 다른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번에는 아버지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입니다.

"저축은 생각조차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버거운 형편입니다. 예전에 온가족이 함께 조용히 세상을 떠날 생각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부모들이 죽기 전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인격적으로 대접받는 세상,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모두가 함께 하는 행복한 세상, 그런 세상을 우리의 손으로, 내 손으로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정년퇴임(60살)까지는 그것만을 위해 살아갈 것입니다. 그 길에 우리 모두가 함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죽음으로 내몰리는 장애인가족들

<화보>장애인 가족들의 증언대회

장애인의 날인 20일에도 장애인당사자들이 길거리로 나와서 투쟁을 한다고 합니다.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온 기존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4월 20일을 투쟁으로써 장애인권을 쟁취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가기 위해 장애, 인권, 노동,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투쟁입니다.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아직 우리가 모르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더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에이블뉴스도 이 자리에 함께 하려고 합니다. 보다 많은 언론들이 제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가장 낮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전하는 일 말입니다.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

지난해 열렸던 420장애인차별철폐결의대회의 모습니다. 당시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에이블뉴스

[나도 한마디]제28회 장애인의 날에 바란다!

[제10회 에이블 퀴즈]장애인차별금지법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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