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호랑이가 여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잡아 먹히게 된 여우가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나를 잡아먹으면 천제에게 큰 벌을 받을 것이라면서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내 뒤를 따라오면 다른 동물들이 나를 두려워해서 달아날 것이라고 호랑이에게 말한 것입니다. 실제로 호랑이가 여우 뒤를 쫗으니 모든 동물들이 달아났습니다. 자신을 보고 도망친 것이지만 호랑이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권위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것을 뜻합니다. 남경필 의원과 단일화 끝에 4위로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되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 정두언 의원은 "대통령 주변에서 충성을 빙자해서 호가호위하면서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나라당의 쇄신과 변화를 들고 나와 당선된 정두언 의원이 전당대회 이후 첫 최고위원회에서 최고위원으로서 내놓은 발언입니다.

정두언. 그는 4집 앨범을 낸 가수라는 이색 이력이 눈길을 끌지만 그 또한 이명박 정권을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대표적인 정치인중 한 명입니다. 서울대 출신과 행정고시 24회라는 화려한 바탕 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할 때 정무부시장을 지냈습니다. 17대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을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18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에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아 한나라당 내에서 선거 참패에 대한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그이지만,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 전 여론조사를 거쳐 남경필 의원과의 단일화를 이뤄내고, 결국 4위의 성적으로 최고위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두언 의원이 최고위원으로서 지금 내세우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의 쇄신과 변화입니다. 그가 호가호위를 말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15일 있었던 최고위원회에서 밝힌 그의 발언 전문을 옮겨봅니다.

"새 지도부의 역할은 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 알다시피 정권재창출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당이 하는 것이다. 정부에 맡겨놓으면 모든 일이 현상유지로 가기마련이다. 또 정부 나름대로 집단이기주의도 있고 우리가 선거 때 정부가 엉뚱한 일을 벌여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가. 이런 예를 보듯이 정권재창출은 반드시 당이 국정을 주도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 지도부는 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저는 가장 큰 역점을 둬야 된다고 생각하고 제가 그 역할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래서 당 자체 여러 가지 쇄신작업,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것도 해야 하지만 우리가 정부를 많이 견제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고 또 대통령 주변에서 충성을 빙자해서 호가호위 하면서 국정을 농단하는 이런 일들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당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한마디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지난 지방선거 직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하면 우리가 선거에 패배해서 다시 민심을 잡아야 할 시점에 오히려 그것에 역행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을 장애인이 아닌 사람으로 임명을 했다. 여태까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거의 모든 장애인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들고 일어났다. 알다시피 장관 집에, 이사장 집에 공단을 찾아가서 천막 농성을 벌이면서, 선거에 지고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이 정부의 현실이다. 이 일은 반드시 바로잡아져야 하고 이 일이 바로잡아진다 한들 이미 상처받은 장애인들의 마음을 근본적으로 돌리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나. 그런데 이런 일들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되어야지 우리가 이 정부를 성공시킬 수도 있고 정권재창출을 반드시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새삼, 재삼 강조한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기는 반드시 당 중심의 국정운영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사태. 지방선거 참패이후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야할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처음 모인 자리에서 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퇴진 문제가 주요하게 거론된 것입니다. 정두언 최고위원의 발언대로라면 양경자 이사장은 대통령 옆에서 호가호위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심을 역행하는 대표적인 사건의 핵심 당사자입니다.

한나라당 리더 중에서 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것은 정두언 최고위원만이 아닙니다. 대표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안상수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공단(양경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담판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대전에서 한국지체장애인협회(회장 김정록)가 개최한 '2010년 장애인당사자 권리 찾기를 위한 정책결의 대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수많은 장애인당사자들이 그 발언을 들었습니다. 장애인고용공단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에이블뉴스에 광고까지 내면서 안상수 대표최고위원에게 약속을 이행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2위로 최고위원에 오른 홍준표 의원도 "낙하산도 자격이 있는 사람이 타야 하는데 자격 없는 사람이 왔다"며 "잘못된 것은 꼭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습니다. 3위로 최고위원에 오른 나경원 의원도 "너무나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참 부끄럽다. 당대표의 선출 유무에 상관없이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미 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사태는 정권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장애인계는 더욱 거세게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보이콧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역 행사마다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이미 장애인계 대표들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직에서 사퇴하는 등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의 모든 접촉을 끊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전 장애인계가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정권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닙니다. 적절하게 자진 사퇴의 시점을 찾아야할 것입니다. 한나라당마저 돌아서버린 상황에서, 양경자 이사장이 더 이상 기댈 곳은 없어 보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의 "그러면 차라리 여기 나오지 마쇼!"라는 꾸짖음을 새겨야할 것입니다.

한편 바로 잡을 것이 있습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 중에서 여태까지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요. 이는 사실은 아닙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초창기를 제외하고, 장애인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이사장직에 오른 적은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황연대(3대), 안성혁(4대), 신필균(7대), 박은수(8~9대), 김선규(10대) 이사장은 모두 장애인당사자였습니다. 정두원 최고위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중에 비장애인도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발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 것 같은데, 어불성설입니다. 아직도 장애인들이 양경자 이사장을 거부하는 것이 단지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단편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면 그간 에이블뉴스 기사를 좀 더 읽어봐야할 것입니다.

지금 서울은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장애인들은 외출이 힘들어집니다. 대중교통을 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외출을 하려면 자동차를 이용해야하는데, 장애인차량 LPG 세금인상분 지원사업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 가진 장애인은 부자이고, 부자 장애인만 혜택받는 제도는 불합리한 것이라는 모략과 궤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은 언제 올까요?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장애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옵니다.

지난 11일 대전에서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개최한 '2010년 장애인당사자 권리 찾기를 위한 정책결의 대회'에서 참석한 한나라당 실세 정치인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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