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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말하는가

장애 있다는 이유로 투표 참여 못하는 현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5-29 13:38:55
6.2지방선거, 과연 핫이슈는 무엇일까요?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정치공방과 스타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보도만이 판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장애인과 소수자를 위한 핫이슈는 찾아볼 수 없는 지경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논하고, 좌우를 가리느라 눈을 부릅뜹니다. 민주와 반민주를 말하는 후보와 정당은 이제 찾아보기 힘듭니다. 뜬금없이 민주를 끄집어내느냐고요? 장애인에겐 민주냐 반민주냐가 이번 선거의 핫이슈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게 돼야하기 때문입니다.

6.2지방선거,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중증장애인은 전혀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가 전국 곳곳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선관위측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번 선거는 중증장애인에게 최악의 선거가 될 우려가 높은 실정입니다. 장애인들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반민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겠지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깁니다.

에이블뉴스는 경기도 고양시 지역에서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장애인당사자들이 투표소 점검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장애인은 전혀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최초 보도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 이상 투표소가 3곳이나 발견됐는데, 장애인당사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3곳 중 2곳은 1층으로 투표소를 옮기기로 결정이 됐고요. 나머지 1곳의 경우 대안 시설이 없어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 문제가 고양시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장애인당사자들이 점검 활동을 벌인 결과,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가 속속 발견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이 투표소 점검에 나섰는데요. 약 43%에 해당하는 98곳의 투표소가 장애인 접근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시흥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시흥시 투표소 78곳에 대해 장애인 접근권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전체 투표소의 10.3%에 해당하는 8곳의 투표소가 장애인들이 전혀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투표소로 지정된 2천714곳 중 23%인 623곳이 승강기나 휠체어 리프트, 장애인 통로, 도움벨, 점자유도블록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필요한 것으로 분류됐고요. 투표소의 90.2%인 2천449곳은 1층이지만, 지하층은 23곳, 2층은 178곳, 3층 이상은 64곳으로 나타났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현재 투표소 점검활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최종 조사결과는 31일 나올 예정이지만 상당수 투표소가 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는 지경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층 투표소라고 해도 경사로를 설치할 수 없다면 엘리베이터 없는 2층 투표소와 다를 게 없습니다.

장애인당사자들이 점검에 나선 곳에서는 투표소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가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인데요. 점검 활동이 없었던 지역에서도, 실제 6월 2일 투표 이후로 편의시설이 부족해서 투표를 하지 못한 장애인당사자들의 사례가 속출할 전망입니다.

올해 선거에서는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 때문에 특정 종교시설을 투표소로 선정할 수 없게 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투표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선관위측에서는 사실상 현재 선정된 투표소가 가장 접근이 용이한 곳을 고른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장애인당사자들이 6월 2일 이후로 집단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게 되는 상황까지 연출될 전망입니다.

장애인 참정권 손해배상소송 판례에 따르면 장애인당사자들은 일단 투표소까지 찾아가서 투표에 참여하려고 시도해야합니다. 투표소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선관위는 투표도우미 4~5명을 배치해 휠체어와 함께 들어서 투표 장소까지 이동지원을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만약 들려서 투표 장소에 접근하는 것에 수치심을 느낀다면 거부를 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다른 종교시설에 들어가서 투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결정됐습니다. 자신의 의사에 반해 다른 사람에 의해 휠체어와 함께 들려서 이동하는 것이 인권 침해라는 점이 인정돼야할 것입니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참정권도 마찬가지로 위태위태합니다. 시각장애인에겐 점자로 제작되지 않은 선거공보를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점자형 선거공보를 만들면 정부에서 100%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도 후보자들은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비용을 지원해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관위에서는 이 내용을 홍보하려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를 제한해서 장애인 차별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 이내에서 제작하라고 법을 바꾼 것은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청각장애인들은 TV를 통해서 전해지는 각종 선거정보에서 소외당하고 있습니다. 선관위가 만든 TV광고에는 수화통역이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담·토론회, 길거리 유세 등에 수화통역이 제공되지 않아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오래전부터 수화통역과 자막의 의무화를 외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얘기하는 것은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되겠지, 라는 편견이 무섭습니다.

민주주의는 과연 완성됐을까요?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투표소가 접근할 수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하고, 선거공보를 읽을 수 없어서 후보자가 누군지 모르고, TV에 수화통역과 자막이 없어서 선거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반민주주의의 명백한 증거들입니다. 민주화운동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것만이 민주화운동이 아닙니다. 헌법에 명시된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것도 민주화운동입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민주화운동을 다시 끄집어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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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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