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 고양시 장항2동주민센터.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투표하지 못하는 사태가 재연되게 됐습니다. ⓒ박종태

6.2지방선거,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가 설치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투표소 장애인 접근성과 관련해서는 선거 때마다 큰 문제점으로 지적이 많이 됐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없어서 투표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중증 장애인은 전혀 접근할 수 없는 건물이 투표소로 지정된 것이 확인된 것인데요. 문제의 투표소는 바로 지하철 3호선 마두역 부근에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2동주민센터입니다. 이곳은 3층 규모의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2층이 6.2지방선거 투표소로 지정된 것입니다.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측 장애인 당사자들이 투표소 점검 활동을 벌이면서 발견된 것인데요.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한 자료를 봤더니 이곳이외에도 2곳의 투표소가 장애인이 전혀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산서구 일산2동주민센터와 덕양구 효자3동마을회관이 바로 그곳입니다.

일산동구선거관리위원회측의 답변을 들어봤더니 선거법이 바뀌면서 이번 선거부터 종교시설을 투표소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장애인 접근성이 부족한 동주민센터가 투표소로 선정된 것이었습니다. 지난 번 선거까지는 장애인들의 접근이 가능한 교회를 투표소로 지정했는데, 이번 선거부터 종교시설을 투표소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주민센터를 투표소로 정했다는 것입니다. 1층의 경우 사무공간이기 때문에 투표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2층을 투표소로 지정했다고 선관위측이 답변했습니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중증장애인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는 2층에 투표소를 배정한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선거 전까지 반드시 다른 곳으로 옮겨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애인들의 강한 항의에 선관위측은 “빨리 다른 장소를 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으나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새로운 장소를 찾아낼 수 있을지 우려가 많은 실정입니다. 더 큰 문제점은 장애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투표소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고양시의 경우에만 3곳인데, 전국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는 이런 비슷한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종교시설 투표소가 차지한 비중이 상당했기 때문인데요.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1만3천여개, 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는 850여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400개 정도의 종교시설 투표소가 설치됐었습니다. 투표소로 지정된 종교시설의 98% 정도는 동네에 있는 교회인데요. 교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투표하기 거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인권 침해 결정을 내리고, 결국 선거법도 개정되면서 더 이상 교회를 투표소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시설들의 경우도 주민들이 많이 찾는 동주민센터인데요. 동주민센터가 이 정도이니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건물이 얼마나 부족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교회라고 해서 모두 장애인들의 접근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장애인 접근이 가능한 교회를 찾아서 투표소로 지정해왔습니다. 이제는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하는데, 지역사회 내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대안 시설이 없어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선관위는 오는 24일자로 인터넷을 통해서 전국 투표소를 안내할 예정인데요. 투표소가 공개되고 나면, 고양시 장항2동주민센터 등과 같은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가 또 발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애인단체 등 장애인계에서는 6월 2일이 다가오기 전에 필히 점검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투표소를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더욱 큰 문제점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선관위측에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종교시설을 선정할 수 없어서 파생되는 문제점이 맞다. 지금 선정한 곳이 가장 접근이 용이한 곳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본다. 선관위는 최대한 1층 투표소를 설치하고, 계단이 있는 곳에는 경사로를 설치한다. 그것도 안 되면 투표도우미를 배치한다. 원한다면 투표도우미가 휠체어와 함께 들어서 옮겨줄 것이다. 투표소마다 4~5명의 투표도우미가 배치될 예정이다.”

투표소에 접근할 수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장애인들이 결국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재연되는 것일까요? 사실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이번 주에 발표된 제3차 장애인 편의증진 국가종합 5개년계획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부터 꼼꼼히 분석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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