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송정역의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는 설치하면서 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일까? ⓒ박종태

노량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정연경씨의 사연이 참 섬뜩합니다. 수직형 리프트가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멈춰 버렸는데요. 결국 정씨는 휠체어와 함께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얼굴이 피범벅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량진역측은 정씨가 휠체어를 세게 돌려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역을 이용하는 장애인분들은 주의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부산역 대합실 내에 있는 모든 엘리베이터가 멈춘다는 것입니다. 역 직원에게 별도의 요청을 해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출구를 찾느라고 한참을 헤맬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요. 노숙인들의 소란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 침해된 장애인들의 이동의 권리는 누구에게 보상을 받아야 할까요?

광주송정역에는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지하도 계단이 4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계단에는 11년 된 휠체어리프트가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새로 역사를 건립할 때 만들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썩은 동아줄 같은 휠체어리프트를 타지 않으려면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길을 횡단해야 합니다.

지하철 5호선 둔촌역은 화장실 입구는 꽃 그림 장식이 매우 화려한 곳입니다. 장애인화장실은 남녀를 구분해 잘 설치했고, 비상호출벨도 잘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용변기에 등받이를 설치하지 않았고, 자동으로 물을 내리는 센서도 변기 뚜껑에 가려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면대는 손잡이도 없고, 너무 높게 설치해 휠체어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대전역에서 내리면 출구 찾기가 문제입니다. 비장애인 승객의 경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에서 대합실에 올라오면 바로 좌측에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설치돼 있어 바로 역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요. 휠체어 장애인은 대합실 가장 구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찾아 이동해야합니다. 각종 상점들이 휠체어가 지나갈 만한 공간을 막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합니다. 비장애인들이 나가는 통로 바로 옆에 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은 것일까요?

동대구역 장애인 추락사고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장애인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무궁화호(RDC) 열차는 통근열차를 개조한 것인데, 개조 당시부터 장애인 탑승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KTX 산천의 경우도 이번에 사고난 롤경사로를 이용해야하는 실정인데요. 또 다른 장애인이 추락해 다쳤다는 뉴스가 언제 터져나올지 불안한 마음 뿐입니다.

장애인 이동권은 여전히 핫이슈입니다. 비록 이 문제로 집회를 하거나 성명서를 발표하는 장애인단체들의 활동은 예전보다 잦아든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장애인 편의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된 시설을 이용하면서 다치거나 죽고 있습니다. 결국 현장에서는 예산의 문제로 귀결이 되는데요. 예산이 없어 시설을 고치거나 새로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틀렸습니다. 예산의 문제가 아닙니다. 디자인이 문제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UD:Unversal Design)이 접목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유니버설 디자인을 접목해 설계를 하고 공사를 한다면 나중에 다시 예산을 투입해야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예산을 더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투입해야할 예산은 줄이는 것입니다.

이번 주 경기도가 내년부터 모든 공공시설물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물론 남녀노소 모두에게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참 획기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것은 바로 도로, 공원, 계단, 공중화장실 등 각종 공공시설물을 설치할 때 장애인, 노약자는 물론 일시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과 비장애인 등 모든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시설을 디자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기도는 이미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전문 기관에 의뢰했고요. 오는 11월 연구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분야별 추진과제를 발굴하고, 가칭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경기도 관계자는“고령화와 장애인 인구 증가 등 교통, 건축,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유니버설디자인의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라며“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되면 사회적 약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공공공간과 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계가 지속적으로 대안으로 제시해 온 것이지만 비단 장애인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여성, 노인, 아동 등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편리하고 안전한 것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장애인계 이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랍니다.

장애인들이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니 '장애인들이 또 자신들을 위해서 돈을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공무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편견은 분명 깨뜨려야할 것인데요. 다른 분야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준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들에게도 힘이 되지만 목소리를 내는 본인들을 위해서도 힘이 되는 것이니 모두가 좋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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