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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겐 무섭고 위험한 대한민국

열차 타다가 추락할까 봐, 빠듯한 생계비 뜯길까 봐

입바른 소리 한번했다가 주민들에 앙갚음 당할까 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4-30 19:42:23
참 무섭고 위험한 사회입니다. 네티즌 A는 "대통령이 되면 장애인들을 모두 화형시키겠다"고 합니다. "어버버 거리면서 말을 걸 때는 진짜 때려주고 싶다"고 합니다. 또 다른 네티즌 B는 "장애예산을 파격적으로 늘려야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정신장애 좀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애인 주제에 왜 싸돌아다니냐"고 비난하는 네티즌 C도 있습니다. 모두 포탈사이트 장애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 확실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향한 댓글이기에 실제 진정으로까지 이어진 적은 없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사회는 더 무섭습니다. 말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5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하던 장애인이 전동휠체어와 함께 경사로에서 추락했습니다. 뒤에서 안전 요원이 전동휠체어를 잡지 않았다면 전동휠체어에 깔릴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사로에는 난간도 없고 손잡이도 없었습니다. 경사로 매우 가팔랐습니다. 이런 지경이면 안전요원이라도 배치해야 하지만 한명밖에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그 안전요원마저 없었다면 더 큰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5호선 둔촌역 3, 4번 출구 쪽에 위치한 하나은행 둔촌역지점의 경사로로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고 가파르게 설치돼 있는 것입니다. 건물 관계자는 "장애인 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은행 관계자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로 경사로를 설치하겠다"고 인정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이 참 무섭습니다. 무궁화호 사건처럼 또 한 명의 장애인이 다쳐야되는 것인가요?

경기도 포천시에 사는 정아무개(뇌병변장애 1급) 씨는 최근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신규 신청자이기 때문에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아야했습니다. 뇌병변장애인 필수검사에 포함된 CT(컴퓨터 단층촬영법) 촬영 등의 검사를 받았는데, 총 15만5,070원이 나왔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서 장애수당을 포함해 50여만 원의 수급비를 받는 정 씨는 이날 한 달 생계비의 1/3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 씨는 열흘을 굶어야하는 것일까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 심사를 강화한 보건복지부가 참 무섭습니다. 장애진단에는 건강보험 적용은 왜 안되는 것인가요?

뒤늦게 활동보조서비스를 알게 된 대구시에 사는 이아무개(39·뇌병변1급) 씨는 지난해 11월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을 했는데, 아직까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도 뇌병변장애 2급이어서 딸과 아들이 학교에 가면 도와줄 사람이 없는데, 동사무소에서는 '예산이 없어서 어려울 것 같다. 조금만 기다려라'라는 말뿐입니다. 에이블뉴스에서 동사무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봤더니 "현재 기존 분들은 받고 있으나, 신규 신청자는 지원할 예산이 없어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처럼 하반기에 예산 부족사태가 일어날 것이 우려돼서 일부러 안주는 것인지, 실제 예산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활동보조서비스, 정말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 확실한 상황입니다.

에이블뉴스가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과 아파트 장애인주차장과 관련한 특별 원고를 모집했습니다. 박윤구님은 기고한 글에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비장애인 차량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한 것을 보고 관리인에게 항의한 적이 있는데, 그 다음날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날 밤 차에 흠집이 생겼는데, 전날 항의를 하고 나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을 받은 것입니다. 그 사건 이후로 앙갚음을 당할까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험사회를 주창한 독일의 유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위험은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데서 오는 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끔찍한 범죄 자체보다 그 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무서운 것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앞으로 개선될 여지도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신을 차리지 않는 이상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서른 번째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영상메시지를 보내와 "작은 차이가 큰 불편이 되지 않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 장애인들에게 대한민국은 "작은 차이가 큰 위험이 되는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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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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