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제30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서 장애인들에게 '작은 차이가 큰 불편이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이블뉴스

롯데시네마의 거짓말로 장애인 일행이 예매한 영화 '육혈포 강도단'를 못 보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처음부터 영화 관람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 기대도 안했을 텐데 편의를 제공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영화관을 찾았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도 계속해서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약속된 편의는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장애인이라고 희롱을 한 것입니다. 바로 지난 3월 23일에 벌어진 일입니다. 칼럼니스트 서혜영님이 보내온 이 글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부산광역시청 배태수 복지건강국장은 부산이 장애인이 편하게 사는 도시 잘 사는 도시가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일 장애인정책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한 장애인단체측의 기자회견장은 찾아서 이렇게 약속한 것입니다. 그런데 부산시청에 있는 장애인화장실이 과연 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살펴봤더니 한마디로 엉망이었습니다. 일단 어디에 있는지 찾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용할 비상벨도 없었고, 문을 열고 닫는 장치도 장애인의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있었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장애자'라는 표현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려면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서 장애진단을 다시 받아야하는데 진단비용에 대한 지원은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 않습니다.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CT 촬영을 해야 하는데, 15만원 이상을 추가로 지출해야하는 실정입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처사에 장애인들은 격분한 상황이며 일선 사회복지사들도 어이없는 정책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한국철도공사가 KTX-산천이라는 새로운 열차를 도입했습니다. 장애인들의 탑승을 위해서 롤경사로를 만들었는데, 경사도가 약 22도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스스로 올라가기가 어렵습니다. 손잡이도 없기 때문에 수동휠체어뿐만 아니라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타는 장애인들도 혼자서 오르는 게 매우 위험한 실정입니다. 승무원 4명 정도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인데요. 장애인들은 옆에서 돕는 승무원마저 위험한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습니다. 승강장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인데, 현장 취재당시 부품이 없어 고장 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막혀 버린 것입니다. 신촌역뿐만 아니라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고장이 매우 잦은 현실입니다. 즉각 고치는 게 마땅하지만 여러 이유를 대면서 늑장을 부립니다. 결국 고쳐질 때까지 사회생활을 멈추라는 것입니다. 아니면 주변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것이죠.

장애인들이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문제와 관련해서 집단으로 진정을 내러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았습니다. 인권위는 진정을 접수하는 곳은 7층인데, 1층 로비에 책상을 깔아놓고 그곳에서 진정을 내라고 합니다. 장애인들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엘리베이터 전원은 이미 내렸습니다. 장애인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점거 농성을 벌일까봐 이렇게 한 것이라고 인권위 사무총장이 시인했습니다. 장애인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한 것입니다.

검은색 점자블록은 저시력 장애인에게 오히려 위험합니다. 웅덩이처럼 보이기 때문에 보행을 방해합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디자인서울이라는 명목 하에 거리 곳곳에 검은색 점자블록을 설치했습니다. 장애인들이 항의해서 노란색으로 교체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나중에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확인해봤더니 노란색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에 칠이 벗겨지지 시작했고 노란색과 검은색이 뒤섞여 흉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애초부터 법에서 정하고 있는대로 노란색 점자블록을 설치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산을 낭비하고, 당국에 대한 불만만 키웠을 뿐입니다.

정부가 장애인연금을 7월부터 도입할 예정입니다. 예산과 법을 마련했고, 세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연금을 받으면 장애수당을 받을 수 없도록 해놓았습니다. 따져봤더니 장애인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줄어들게 됐습니다. 정부가 지자체에서 따로 예산을 마련해주던 추가 장애수당은 고려하지 않고 예산과 법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연금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장애수당을 계속 받을 수 있는데, 장애수당을 받는 사람은 장애인연금을 신청하지 않아도 장애인연금을 무조건 받도록 이미 조치를 끝냈습니다.

서른 번째 장애인의 날에 즈음한 장애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난 20일 제30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서 정부는 기념식을 열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서 장애인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작은 차이가 큰 불편이 되지 않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얘기한대로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 대한민국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약속했습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더욱 내실 있게 시행되도록 하고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입니다. 또 장애인연금이 7월부터 도입된다면서 많은 분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확충해 나가는데도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장애인 복지는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모든 이웃이 동참하자는 말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약속에 감동받은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장애인의 날을 즈음한 장애인들의 현실이 이 지경인데 말입니다. 어쨌든 또 한 번의 장애인의 날은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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