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건너편에 저상버스가 있습니다. 잘 보시면 버스정류장에 가까이 대지 않았습니다. 한 시민이 뛰어가서 버스를 타려합니다. 버스 옆으로는 노점도 있어 만약 버스를 기다리면 휠체어장애인이 있었다면 분명 저 버스에 타지 못했을 것입니다. ⓒ에이블뉴스

저도 매일 출근길 만원버스에 시달리는 사람 중에 한명입니다. 출근할 때 3번 버스를 타는데, 그중의 한번은 콩나물시루와 같은 만원버스입니다. 이 버스를 타지 않으려고 다른 루트를 시도해봤지만 가장 빨리 가는 길이기에 꼭 타야합니다. 만원 버스에서 장애인을 마주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저상버스가 투입되지 않는 노선이기에 버스 타기를 시도하는 장애인조차 없는 듯 합니다.

누군가에겐 정말 타고 싶지 않은 버스이지만, 누군가에겐 평생 타보지 못한 버스이기도 합니다. 한창 장애인 버스타기 운동이 진행될 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버스에 오른 휠체어 장애인들은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버스를 처음 타 본다’고 말했습니다. 들려서 올라왔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즐거운 듯 보였습니다. 이들이 바로 저상버스 도입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저상버스 도입은 아직 시작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상버스는 바닥이 낮아 계단이 없는 버스입니다. 경사로도 자동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도 버스에 혼자서 오를 수 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7년째입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3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절반이 저상버스로 바뀌어야하는데, 따져보니 10% 남짓만이 도입됐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해온 속도라면 50% 달성은 불가능합니다.

장애인들이 저상버스를 타지 못하는 이유들이 여럿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저상버스 보급률이 낫기 때문입니다. 저상버스가 투입되지 않은 노선이 태반이고, 저상버스가 투입됐더라도 수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버스에 오를 수 있습니다. 저상버스로는 약속을 지킬 수 없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수시간 만에 만난 버스도 인도 가까이 정차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이 탑승하기는 어렵습니다. 버스 기사들은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버스 정차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 가까이 버스를 대는 것이 어렵다고 항변합니다. 그런데 기다리던 버스가 오면 여전히 도로로 내려가는 우리의 모습도 있습니다. 정류장 환경이 개선돼야 마땅하지만, 이를 위한 규정은 전혀 없는 것이 우리 실정입니다. 장애인을 못 본채 저 앞에 버스를 잠시 댔다 황급히 떠나는 일부 몰지각한 기사도 분명 존재하고, 몸이 불편한데 왜 나왔느냐며 핀잔을 주는 황당 시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버스가 아닙니다. 교통약자를 위한 버스이자 모든 사람을 위한 버스입니다.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등 교통약자뿐만 아니라 무거운 짐을 든 사람, 다리를 다쳐 보행이 불편한 사람 등 모든 사람이 편합니다. 모든 사람이 편한 것이기에 저상버스 도입을 장애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과 관련 있다는 전제 아래 보다 적극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에이블뉴스가 '버스타기, 아직 너무 힘들다' 특집을 통해 저상버스 도입과 관련한 중간점검을 해보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버스를 탈 수 있는 교통문화를 만들어가는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인도 가까이 버스를 댄다면 충분히 버스에 오를 수 있습니다. 버스기사 오태현(56) 씨는 휠체어 장애인이 버스에 오르는데 호흡만 맞춘다면 1분 정도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저상버스가 앞에 있으면 뒷 버스는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휠체어 고정장치가 있는 것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휠체어 장애인이 한 번도 그 자리에 앉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입니다. 한편 휠체어 장애인에게 좌석을 내줘야했던 비장애 승객 중에는 몸이 불편한데 왜 나왔느냐고 차별성 발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이밖에도 자동경사로를 작동할 줄 모르는 버스 기사가 있다는 제보도 들어왔는데요.

과연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여럿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감히 제2의 장애인 버스타기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언을 해봅니다. 이전의 버스타기 운동은 저상버스를 도입하기 위한 운동이었지만, 앞으로 전개해야할 운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버스 타는 문화를 만드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휠체어 장애인이 버스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휠체어 고정장치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비장애 승객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 동료들과 함께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민들은 이해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버스 기사들도 휠체어 승객을 태워봐야 경사로를 작동하는 법이나 휠체어를 고정하는 법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버스정류장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도 버스타기 운동은 필요합니다. 벤치, 쓰레기통, 가로수 등에 걸려 휠체어가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돼야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장애인자립생활 활동가이기 때문에 일부러 저상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박경현님의 기고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박경현님의 기고를 통해서 일부러 저상버스를 타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더 많이 나타나주기를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새로운 버스타기 운동은 중앙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일어나야합니다.

에이블뉴스의 특집은 장애인신문고에 올라온 광주광역시 거주 한 장애인의 제보(http://www.ablenews.co.kr/News/Sinmungo/View.aspx?Seq=20)로 시작됐습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 풀어야할 과제가 수두룩해서 특집까지 편성하게 된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서 제보해주신 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특집을 위해서 이번 특집은 이렇게 종료하지만 저상버스 관련 기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장애인 당사자분들의 특별 원고들도 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저상버스 관련 원고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장애인신문고 제보를 환영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장애인 분들의 사연을 보내주십시오. 에이블뉴스가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새로운 특집은 2010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입니다. 비록 여건상 현지에 취재진을 보내지 못해서 생생한 모습을 전해드리지 못하지만 현지서 보내오는 작은 소식이라도 놓치지 않고 보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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