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대표적인 친서민정책으로 희망근로사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표적인 서민인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접수조차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행정안전부

MB정부가 표방하는 대표적 친서민정책인 '희망근로사업'은 저임금 한시적 일자리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하는 장애인일자리 사업과 매우 흡사한 한계입니다.

그런데 희망근로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매우 높습니다. 희망근로사업 참여자 접수에 들어간 지 이틀 만인 지난 14일까지 전국에서 10만7,596명이 신청해 예정 인원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고 행정안전부가 밝혔습니다.

이렇게 희망근로사업에 대해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그만큼 실업자가 많다는 것이고, 일자리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시적이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라도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잡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시나요? 우리 사회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계층은 바로 장애인이고, 그중에서도 중증장애인의 취업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입니다. 일자리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중증장애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희망근로사업 접수 및 선발 제외대상자에 중증장애인이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표현 그대로를 옮겨보자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조 제2호 및 동법 시행령 제4조의 규정에 의한 중증장애인 등 근로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자' 입니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행정안전부 지역희망일자리 추진단 관계자의 답변은 괘변입니다.

이 담당자는 "올해 희망근로 사업 대상이 지난해보다 노동 강도가 강한 사업들로 구성된 만큼 장애인의 안전사고 위험도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에도 장애인과 관련한 선발 지침이 있었고, 올해 더 보완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장애인을 배제했다는 설명인데요. 에이블뉴스가 찾아본 자료에는 장애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09 희망근로프로젝트 사업계획'과 시·군·구청 모집 공고란에 명시된 사업 배제대상은 '국민기초생활법상의 수급권자', '공공근로사업 3단계 이상 연속 참여중이거나 중도포기자', '기타 정부지원사업 참여자 등'으로 장애인은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에이블뉴스가 물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내부지침 자료를 볼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내부 자료라 절차상 승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올해는 이 사업 자체가 실업대책차원에서 시행되는 만큼 청년실업자나 실직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며 장애인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행정안전부의 공고가 법적으로 위배되지는 않는지 법을 찾아봤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0조와 11조는 사용자는 모집·채용, 임금 및 복리후생, 교육·배치·승진·전보, 정년·퇴직·해고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되고,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희망근로사업 참여 신청은 오는 22일까지입니다.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에이블뉴스 이외에 다른 언론에서는 중증장애인이 배제된 사실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22일 내로 문제를 풀기란 쉽지 않아보이는 실정인데요.

결국 이렇게 되면 희망근로사업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장애인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희망근로사업 참가 신청은 마무리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이라는 결정을 해도 이미 때는 늦습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은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장애인 취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MB정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충격적인 사실인데요. 장애인 고용과 관련한 대부분의 사업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업들이 내는 벌금으로 국가의 장애인 고용 정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장애인 고용 정책은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에 의해서 시행됩니다. 올해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이하 기금) 내역을 살펴보면 기금의 총 지출규모는 4,060억 원 정도가 되는데요. 이 중 노동부에서 일반회계로 부담하는 출연금은 200억 원으로 5년째 똑같은 상황입니다. 이외에 복권기금 전입금이 있는데, 80억 원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3,780억원의 예산은 어떻게 마련되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이 돈이 바로 법에서 정한 비율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았을 때 사업주가 내야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으로 충당되는 것입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1991년 장애인고용촉진기금사업이 시작된 이후 정부 출연금을 살펴보면 2001~2002년 10억 원, 2003년 20억 원, 2004년 430억 원, 2005년 10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2006년부터 200억 원으로 늘어났는데요, 그리고 나서 한 번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올해까지 5년째 동결이 된 것입니다.

장애인 고용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올해도 결국 정부 출연금은 오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 사업 중에는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은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았을 때 내는 부담금 수익은 줄어들게 돼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이 늘어날수록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은 줄어드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터진 것이 바로 지난 2003년의 장애인고용장려금 축소 파동이었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 적자가 예상되는 생각해낸 것이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파장은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해고 사태가 이어졌고, 장애인들은 심한 고용 불안을 겪어야했습니다.

장애인들은 국회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12월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장애인계의 염원을 반영해 국고지원 조항을 임의조항에서 의무조항으로 바꾸고, 사업비의 50%를 일반회계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발의한 바 있는데요. 이 개정안은 상임위에 회부된 채 심의가 보류되고 있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기금에 대한 정부출연금, 즉 일반회계가 대폭 늘어나지 않는 이상 장애인 고용이 확대될수록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고갈 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 근본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정권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장애인 취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희망근로사업에서 나타난 것을 보면 중증장애인은 일할 수 없다는 강력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정부에서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해온 장애인일자리 사업도 아무런 비판없이 수용하더니 이제는 한술 더 뜨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최근 기조는 누가 뭐래도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인데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논리대로라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존재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하는 것일까요? 중증장애인은 원천적으로 공공부분 일자리에 신청서조차 낼 수 없는 존재인데, 그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뛰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할 것입니다.

(위 손가락을 누르면 보다 많은 분들이 기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