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2010년 장애인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기초장애연금 예산이 삭감됐을 때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애인단체 수장들과 포옹을 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는 2010년을 맞아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바로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이 그것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장애인들의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이러한 다짐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에이블뉴스가 새해를 맞아 내건 특집은 바로 '2010년 희망은 있는가'입니다. 이번 주 보도된 에이블뉴스 기사들을 보면서 많은 독자분들이 희망보다는 절망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한나라당에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고 있는지 세세히 전하기 위한 기사들을 집중 배치했습니다.

기초장애연금, 자립생활 정착금, 여성장애인 출산장려금, 저상버스, 장애인차량 LPG연료 세금인상분 지원사업, 활동보조서비스 등 장애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어 요구한 것 중에서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가장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바로 기초장애연금 예산이었습니다. 상임위에서 증액한 1,666억원이 전부 삭감됐습니다. 이 예산이 그대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기초장애연금은 10명 중 2명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었습니다. 기초노령연금은 10명 중 7명이 받는데, 왜 기초장애연금은 10명 중 2명도 받지 못해야할까요? 그것은 바로 장애인 문제를 중요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 때문입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부처 간의 신의를 앞세워서 기초장애연금 예산 증액을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지적하는 장애인당사자 국회의원에게 오히려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기초장애연금 예산 증액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는 얘기였습니다. 전 장관의 발언은 국회 속기록에 그대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런 전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5층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2010년 장애인계 신년인사회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상임대표 권인희)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채종걸), 한국여성장애인연합(상임대표 장명숙)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장애인단체의 연대와 화합을 이야기하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전 장관은 "기초장애연금 예산이 삭감됐을 때 눈물을 흘렸다"면서 "사실 상임위에서 증액된 예산이 통과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상임위에서 증액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그대로 지켜지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 국회 예산심의과정을 보면 기초장애연금은 상임위 증액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기초장애연금 증액에 합의하지 못해 복지위 예산소위가 수차례 결렬이 됐었습니다. 그 사태의 원인은 복지부가 기초장애연금 예산 증액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초장애연금 증액을 반대한 이유는 바로 부처간의 신의였습니다.

이미 기재부와 합의를 마쳤다는 것이 전 장관의 입장이었습니다. 부처간의 신의 때문에 합의된 사항에 대해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능력이 부족해 기재부와 협상을 잘못한 것도 문제지만, 잘못된 협상결과를 어쩔 수 없으니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전 장관은 장애인을 대표하는 장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놓고, 이제 그 얘기는 그만 얘기하자고 말을 한 것입니다.

가까스로 복지위는 기초장애연금 예산을 복지부가 기재부에 제출한 원안대로 증액시켜 예결위로 넘겼지만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제대로 심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증액된 예산은 그대로 삭감되고 말았습니다. 낙타는 바늘구멍에 들어갈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전 장관은 장애인계 신년인사회에 찾아와서 월드컵 국가대표 선수들의 예를 들어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습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팀이 세계대회에 나가 8강에 들지 못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질타만 해야 할까? 정말 피나게 노력했지만 만족스런 결실을 얻지 못했을 때는 박수치지 말아야 할까"라고 말을 했습니다. 전 장관이 자신의 말대로 정말 피나게 노력을 했다면,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보였다면 에이블뉴스에서 이 문제로 주간브리핑을 쓰는 일은 없었겠지요.

국회 속기록을 올립니다. 2009년 11월 13일 제284회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전 장관과 박은수 의원간 대화 내용입니다. 전 장관이 기초장애연금 예산 증액에 대해서 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는지 그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박은수 위원 장관님, 오전에 장애인연금 액수나 범위에 대해서 미흡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씀하셨지요?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 예.

○박은수 위원 그래서 이제 국회에서 예산심의하는 이 과정이 마지막 고비 아니겠습니까? 당초에, 최초에 보건복지가족부가 기재부에 제출한 장애인연금 예산은 연간 6480억 원이었지요? 어떻습니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보건복지가족부가 기재부에 제출했던 장애인연금 예산 6480억 이것만이라도, 보건복지위에서 우리 위원님들이 이것은 최소한 해야 되겠다라고 해서 증액을 한다면 예결위는 장관님께서 책임지겠다 이렇게 좀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까?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 아마 제가 책임 못 질 것 같습니다, 위원님. 왜냐하면 저희들은 원래 지금 위원님이 제시하신 연금을 확보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그렇게 되다가는 연금제도 도입도 안 될 것 같아서 정부부처 간에 합의해서 현재의 안을 내놓았는데 제가 부처 간에 합의해 놓고 여기 와서 다시 노력하기는, 정부부처 간에도 신의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제가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도와주십시오.

○박은수 위원 그런데 오전에도 제가 지적을 했짐나 이것이 기네스북에 오를 내용이에요. 아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정부에 있는 기재부장관이든 예산을 다루는 모든 의원들이 이해를 할 거예요. 이것이 사회보장제도의 굉장히 중요한 축인데 396억원으로 장애인연금을 도입했다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 부끄럽다……

장관님, 강남구 도곡동 주민센터 건립하는 예산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강남구 도곡동 주민센터 건립 에산이 855억입니다. 어떻게, 옛날로 치면 동사무소인데 동사무소 하나 짓는 데 도곡동에서는 855억을 쓰는데 장애연금, 대한민국 230만 장애연금을 도입하는데 396억으로 도입을 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진짜 기네스북에 오를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설득이 될 거예요. 저는 설득이 충분히 된다고 봅니다. 우선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우리 위원님들도 다 충분히 동의하시리라고 보고요.

또 왜냐하면 현재 기초노령연금하고 비교를 하더라도 65세 노인이 535만 아닙니까? 535만이고, 등록장애인이 230만을 넘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장애인단체에서는 다 480만을 주장하고 있어요. 등록장애인으로 하더라도 230만이고 노인은 535만인데 기초노령연금 예산이 2조 7200억원인데 그 9분의 1도 안 되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정부에서 통계를 조사를 하셔야 되는데, 장애인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점인데요. 장애인들은, 진짜 안타까운 현실이니까 제가 이야기를 하는데요, 65세까지 살 자신이 없어요. 장애인 실태조사를 정확하게 하셔야 됩니다. 장애를 가지고, 중증장애를 가지고 65세 이상 노인연금 받는 시기까지 살 자신이 없어요, 지금 우리나라의 이런 환경에서. 이런데 전 세계의 선진국들은 다 장애인연금을 먼저 도입하고 나서 그 다음에 여력이 생겼을때 노인연금 하고 장애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하고 나서 여력이 있었을 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선진국 모든 나라의 예이고, OECD 국가 가운데 장애인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지금 현재 우리나라 그리고, 오스트리아는 또 다른 공공부조로 다 해결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연금이 그렇게 오랫동안 장애인들의 염원이었고 대통령이 공약을 했고 라디오 연설에서 반드시 이것은 국가가 책임지고 돌보겠다고 약속했고, 이래 놓고 이것을 시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가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간절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발언시간 초과로 마이크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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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중단 이후 계속 발언한 부분)

복지위에서 이렇게 당초의, 장애인들은 이것도 굉장히 반발하고 있는 예산이지만 당초의 6480억원을 복지가족위원회 위원들이 애를 써서 증액을 시킨다면 장관님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든지, 예결위원장도 마침 우리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위원이지 않습니까? 어떻게든지 장관직을 걸고라도 책임지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저는 장관님의 온당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을 해 주세요.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 예, 깊이 새겨듣겠습니다.

박은수 의원의 간절한 요청에 ‘어떻게든 한번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이라도 했다면, 축구국가대표 선수 운운한 전 장관의 신년인사회 발언은 용인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용한 속기록뿐만이 아닙니다. 전 장관은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기초장애연금 예산 증액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책임 질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그런 전 장관이 이번 장애인계 신년인사회에서 장애인단체 수장들과 포옹을 했습니다. 밝게 웃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한번 쓰여진 국회 속기록이 삭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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