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서 기념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유엔이 지정한 12월 3일이 장애인의 날로 통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세계장애인의 날 17주년을 맞은 해인데요. 올해 세계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에게 축제가 아니었습니다.

현재 장애인계 최고의 이슈는 장애인연금 문제인데요.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서 발표된 장애인단체들의 성명서는 정말 하나같이 정부가 추진하는 장애인연금안을 거부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장애인연금을 대하는 장애인들의 결의가 남다릅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공동대표단회의를 개최했는데, 장애인의 현실을 고려한 최소한 24만 원 이상에서 장애인연금이 결정돼야 하고,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장애인연금법과 예산안을 전면 거부할 것임을 결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주도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총액 최소 30만원 미만의 연금이라면, 장애인연금을 차라리 폐기하라고 성명을 통해서 촉구했고요. 전장연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함께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가 기자회견도 열었는데요. “현재 추진되는 장애연금제도는 기존의 장애수당을 이름만 맞바꾼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여성장애인들을 대표하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정부는 장애로 인해 비장애인에 비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생활비용의 보전하기 위한 장애수당을 그대로 살리고, 경제활동인구에 비해 소득능력의 상실로 인해 줄어드는 소득의 보전을 위해 장애인연금(무기여 연금)의 목적을 명확히 인식하여 장애인의 현실을 고려한 최소한 24만원 이상의 장애인연금액을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보신당에서도 성명을 냈는데요. 허울 좋은 장애인연금제도의 도입으로 중증 장애인의 LPG 지원금이 전면 폐지되고, 중증 장애인의 장애수당도 내년 7월부터 폐지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300여명은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권리선언대회를 개최했는데요. 정부의 4대강 사업 때문에 장애인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부모연대 장호철 광주시지부장의 말을 옮겨봅니다.

“아이가 내일 방학을 하는데 방학을 하면 어떻게 지내나 걱정이 되고,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 이렇게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 정부는 30년 동안 큰 홍수 한번 나지 않은 4대강을 살리기 위해 22조를 쓴다고 하고, 장애인 예산은 줄이려 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도 지난 11월 30일자 성명에서 “정부가 차려주는 밥상을 발로 차 버리고자 한다”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연금법안에 대한 거부의 뜻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차라리 장애인복지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새 정부가 들어서는 먼 미래에 다시 거론하고 이제 현 정부에 장애인연금과 같은 좋은 제도를 맡기는 것을 포기하고자 한다.”

104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돼 있는 장연금법제정공동투쟁단의 입장도 너무나 명확합니다.

“4대강사업과 부자감세에 묻혀 절망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외면하고, 장애인의 생명과 같은 장애인연금의 현실화를 부정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장애계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단 하나다. 현재의 장애인연금은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또한 정부의 치적에 절대 들러리 서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당사 건물에는 '사상 최대 복지예산 81조 편성'이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상 최대라면서 장애인예산이 줄어드는, 장애인연금 예산안이 반토막이 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장애인연금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 11월 초 전국 장애인들은 국회 앞에서 1만명이 모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장애인집회를 열어서 MB정부에 장애인연금을 똑바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보건복지가족부는 국회 예산심의에서 더 이상 장애인연금액의 인상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전체 장애인계의 입장이 너무도 명확한데, 왜 정책 방향과 예산은 수정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부처 간의 신의’ 때문이라고 합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현재 장애인연금안을 결정하면서 지지를 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장애인연금 도입 자체를 거부했는데, 보건복지가족부는 도입하는데 의의를 두고 애초안서 반토막 잘라서 합의를 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부는 현재 아무런 논리가 없습니다. 추가비용보전이나, 소득보전이니 아무러 떠들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정부는 오로지 예산에 맞춰서 제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니 장애인연금이 도입되지만 장애인 10명 중 2명도 채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보장제도가 도입되는데,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기괴한 일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건 인간으로서의 양심마저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한나라당은 8천억원 이상의 법안을 내놓았지만 자신들이 내놓은 법안도 부정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이름으로 법안을 내놓았으면, 자신의 법안만큼이라도 주장을 해야 하지만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놓고 한나라당 당사 건물에는 이런 현수막이 붙어있더군요. ‘사상 최대 복지예산 81조 편성!’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어 담을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의 입으로 직접 약속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합니다. 아니면 세종시 문제처럼 장애인들과의 대화라도 열어서 표를 의식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고 말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깨끗하게 장애인연금 추진을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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