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과 정부 총지출을 증가하지만 장애인예산은 줄어드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자, 장애인 당사자 국회의원들과 장애인 단체들이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

어제(20일)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곽정숙, 민주당 박은수,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 등 장애인 당사자 국회의원들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예산 증액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해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장애인들의 절실함이 아직 사회에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기자회견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2010년 정부의 장애관련 예산안은 전년 본예산 1조920억원 대비 0.5% 감소한 1조 870억원이라는 통계가 발표된 것입니다. 추경예산과 대비해 보면 1.4%가 감소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통계와 비교해보면 복지예산 증가율은 8.6%,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2.5%라고 합니다. 복지예산이 증액되고, 정부 총지출도 증가하고 있지만 장애인예산만은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복지예산은 늘어나는데 장애인예산 준다?

지난 5년간 한 번도 줄어들지 않았던 장애관련 예산인데, 워낙 적은 금액으로 더 이상 줄일 것도 없는 예산인데, 그래서 대폭 확대해도 모자를 장애인 예산인데, MB정부에 들어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 무시하고 넘어가야할 것이 아닙니다.

사실 장애인 예산의 증액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입니다. MB는 후보 시절 장애인관련 예산을 OECD 평균인 GDP 대비 2.5% 수준으로 만들 것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화여대 김성이 교수의 발언은 크게 화제가 됐었습니다.

김 교수는 당시 장애인 공약을 토론하는 자리에 참석해 “현재 GDP의 0.28%에 불과한 장애인예산을 OECD수준인 2.5%를 넘어 3%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대선이 끝나고 곧 바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 올랐지만, 당시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 국회의원 중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인 윤석용 의원은 열악한 장애인예산을 보면서 탈당의 유혹을 느낀다는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윤 의원은 MB정권과 한나라당의 뜻있는 지도부는 분명히 장애인복지 예산에 대해 우려하는 장애인들의 걱정을 해결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제 나온 장애인 당사자 국회의원들과 장애인단체들의 공동요구안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전 국민 연금시대 여는데 1조 400억원 증액 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연금 예산입니다. 내년 7월부터 도입할 예정인 장애연금은 말 그대로 모든 장애인들이 지급 대상이 돼야합니다. 하지만 정부안으로서는 장애인 10명 중 채 2명도 장애연금을 받지 못합니다. 연금액도 기존 장애수당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장애수당보다 줄어들 위기입니다.

제대로 된 장애연금을 도입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1조 400억원입니다. 분명 적지 않은 돈입니다. 정부가 편성한 1,500억원과 비교하자니 더욱 많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국민 연금시대를 여는데, 이 정도 투자하지 못할 대한민국의 수준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늦게 연금을 받게 되는 장애인들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너무 적은 액수입니다.

노인 530만명에 대한 기초노령연금에는 2조3천억원이 투자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봐도 그렇습니다. 장애인 230만명에 대한 장애연금이 1,500억원이라니, 정부의 계산법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증액 필요한 장애인예산 하나하나 살펴보니

장애연금 이외에는 활동보조서비스 1,100억원, 저상버스 도입 1,600억원, 장애인차량 LPG 지원 1,000억원, 시설 퇴소 장애인 자립정착금 100억원,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80억원 등인데, 통틀어서 3,600억원입니다.

아시다시피 활동보조서비스는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이고, 중증장애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올해 예산이 부족해서 서비스가 중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이미 발생했습니다. 충분한 예산이 없이는 내년에도 분명히 예산이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할 위기입니다.

저상버스 도입은 이미 국가적 과제로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2013년까지 전체 버스의 절반을 저상버스로 교체한다는 계획은 무산되고 맙니다. 저상버스는 굳이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이 아닙니다.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가 도입돼 전 국민의 승하차가 빨라졌고, 특히 노인과 임산부 등의 버스 이용이 편리해졌습니다. 모든 사람의 버스 이용이 편리해지는데 필요한 예산이기 때문에 최소한 계획한대로라도 예산을 편성해야합니다.

장애인차량 LPG연료 세금인상분 지원사업은 얼마 전에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의를 통해 정운찬 국무총리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사안입니다. 정 총리는 “차가 있다고 어떻게 고소득이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이 사업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할 때 결정적 역할을 했던 ‘차 있는 장애인은 고소득 장애인’이라는 지난 정부의 논리가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했습니다. ‘결정적 논리’가 터무니없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더 이상 사업의 폐지는 유효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장애인생활시설에서 퇴소하는 장애인을 위한 자립정착금 예산은 적극 증액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비용과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살아가는 비용을 연구한 결과, 시설 밖 삶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연구결과는 이미 나왔습니다. 이미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에 성공해 세금을 낼 수 있게 된다면 세수 확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소비가 아니라 투자라는 관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미 서울시에서 도입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여성장애인의 경우 출산과 관련해 추가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미 수많은 지자체에서 필요성을 인정하고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번에 예산을 편성한다면 전국 사업으로 펼쳐질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일조하는 제도입니다.

장애인 고용예산 99%, 기업 벌금으로 충당

마지막으로 장애인예산과 관련해서 착각하지 말아야할 것은 장애인예산이 복지예산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복지예산이 장애인예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애인 고용, 장애인 문화 및 체육, 장애인 주택 등 많은 분야에서 장애인정책이 펼쳐지고 있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합니다.

특히 장애인 고용 예산은 정부출연금이 200억원으로 전체 사업예산의 1%만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나머지 99%의 예산은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하지 않았을 때 내는 벌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황당하시겠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거짓말 같은 일이 장애인들에게는 일상이 돼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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