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옆으로 회장루 조성술을 한 나영이(가명)의 모습입니다. KBS 시사기획 쌈 방송장면. ⓒKBS

이른바 나영이사건의 파장이 큽니다. 그동안 에이블뉴스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사례를 수차례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성폭력 피해로 인해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된 케이스입니다. 장애 때문에 성폭력 범죄의 대상이 되는 장애여성들, 무자비한 성폭력의 피해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갖게 된 아동들이 엄존하고 있는 것이 바로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현재 국민들은 나영이사건 범인의 형량이 너무 적다며 보다 가혹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 국회의원들도 하나같이 적은 형량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에이블뉴스는 나영이가 안게 된 장애에 따르는 사회적 지원이 너무 적다는 목소리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장루장애인들은 복부에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하는데, 용변 조절 능력이 상실로 24시간 배설을 하게 돼 냄새와 가스배출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후유증도 많아서 잘 관리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질병을 안게 됩니다. 이로 인해 사회생활의 제약을 받게 되고, 이는 곧바로 경제적인 고통으로 연결이 됩니다. 그러나 나영이가 받고 있는 장애아동수당은 고작 월 10만원입니다. 장애아동수당은 월 최고 20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나영이는 경증장애인으로 분류돼 월 10만원만 받는 것입니다. 장루장애는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나영이를 포함한 대부분이 경증장애인으로 분류되는 불합리함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는 곧 경제적 고통으로 연결됩니다. 지원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장애 때문에 배울 수 없고, 일할 수 없는 고통을 개인이 당해야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중증장애인 기초장애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 7월 도입이 유력한 상황인데요. 18세 이상 장애성인에게 지급하는 것이어서 나영이는 나이 제한에 걸려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나이 제한만이 아닙니다. 이 연금은 말 그대로 중증장애인에게만 지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영이는 경증장애인으로 성인이 되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2008년 12월 말 기준으로 등록장애인은 224만여명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장애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인원은 32만6천명에 불과합니다.

2010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이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삽질예산 폐기하고 장애인 민생예산 보장하라'는 현수막을 펼쳐놓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에이블뉴스

장애연금이 도입되지만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혜택을 받을 수가 없는 이러한 불합리함을 알리기 위해 장애인단체들은 2010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이라는 조직을 꾸려 이른바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 이외에 다른 언론에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는데요. 지난달 29일에는 국회의원회관 로비를 한때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010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에서 지적하고 있는 장애연금의 불합리함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정부는 장애연금을 받게 되면 장애수당은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인데요. 장애수당은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에다가 지자체에서 추가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는 금액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짜놓은 2010년 예산안을 보면, 장애연금은 고작 9만원에서 15만원 사이입니다. 최고액만 비교하면 장애수당 최고액이 13만원인데요, 그것과 2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자체 지원 장애수당은 앞으로 받을 수 없게 됨에 따라, 장애연금이 도입되면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울산시의 경우, 최고 5만원을 추가로 보태주는데, 결국 월 3만원씩 소득이 감소되는 셈입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짜낸 안입니다. 복지부가 만든 안(19만1천원~24만1천원)이 있었는데, 협의 과정에서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복지부 안도 장애인들은 너무 적다고 현실적인 장애연금 액수를 책정하라고 촉구해오던 터인데, 복지부안과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기획재정부안이 결국 채택되고 만 것입니다. 그나마도 기획재정부는 한때 장애연금 도입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해서 장애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주택의 문제도 마찬가집니다.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사전예약 청약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특별공급분이 15%라고 하는데, 에이블뉴스가 살펴봤더니 사실상 1% 남짓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특별공급분은 사전예약 물량의 약 15%인 2,144호였는데, 장애인에게 할당된 것은 서울 55호, 경기 63호, 인천 53호 총 171호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기초장애연금의 도입을 추진하고, 보금자리주택의 장애인 쿼터제를 시행하는 것은 정말 필요하고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인들로부터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보다 실질적인, 장애인들의 피부에 와 닿게 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주 2010 G20 정상회의 유치와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에서 “만일 장애인에게 갈 것을 투기목적으로 하면 엄격히 조치한다. 어떤 투기도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장애인에게 공급되는 물량이 매우 많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요. 이명박 대통령이 실상을 파악했다면 과연 이렇게 얘기를 했을지 의문이 듭니다. 참 민망한 발언입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장애인들은 이번 추석연휴도 참담한 나영이사건, 현실성 없는 장애연금, 실효성 부족한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으로 불편한 마음을 안고 고향길로 떠나게 됐습니다. 장애인들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고, 장애인들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하다고 합니다. 장애인들이 약자 중의 약자이고, 서민 중의 서민이라는 말입니다. 내주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장애인의 불편함부터 파헤쳐주길 기대를 해봅니다.

-전 국민이 즐겨보는 장애인 & 복지 뉴스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인터넷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