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선거 방해 사건과 폐고철 수거권 강제 갈취사건을 조사한 서류들. ⓒ에이블뉴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박덕경 회장이 지난 14일 퇴임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촉진이사로 재직 중인 손영호씨와 1표차 승부 끝에 지장협 회장으로 선출됐던 박덕경씨의 임기가 벌써 끝났습니다. 시도협회장 인선문제로 한때 사퇴압력까지 받아야했던 박덕경 회장은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고 장기철 회장의 유고 이후 지장협을 이끌었고, 자신의 모든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습니다.

박덕경 회장 떠난 지장협, 첫날부터 9시뉴스 장식?

박덕경 회장이 떠난 지장협은 이번 주 장애인계 최대 이슈가 됐습니다. 박덕경 회장의 뒤를 이은 김정록 회장이 첫 출근을 하던 지난 15일, 서울지방경찰청 3층 형사과에서는 지장협 지회장들과 회원들이 연루된 비리 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MBC, KBS, SBS, YTN, CBS, MBN 등 영향력 있는 방송사들이 총 출동해서 경찰 브리핑에 깊은 관심을 표했습니다. 보도자료 엠바고 시점이 풀린 정오이후 인터넷 상에서 기사들이 먼저 뜨기 시작했고, 9시 뉴스에서 비중있게 보도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취재원들은 지장협 사건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했습니다. '지장협 때문에 온 장애인계가 싸잡아 망신을 당하고 있다', '왜 이 시점에서 보도가 나오는 것이냐', '표적 보도가 아니냐',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 등등 반응도 참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번 경찰 수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던 것입니다. 수사가 진행되던 중, 새 회장을 뽑는 선거가 진행됐고 개표 과정에서 불상사가 발생하면서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수많은 지장협 관계자들이 선거 이후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밝혀졌듯이 72명의 피의자 중 6명의 구속이 결정됐고, 62명은 불구속 처분을 받았습니다. 4명은 지명수배를 하고 있는데, 이 중 한명은 서울지장협 지회장입니다.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이 밝힌 주요 사건은 선거방해건과 폐고철 수거건인데, 선거방해건으로 20여명이 연관되어 있고, 폐고철 수거건으로는 50여명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론 양쪽 모두에 연관된 사람도 꽤 있습니다.

이들은 과연 어떤 죄를 적용받아 어떻게 처벌을 받을까요? 개개인마다 혐의가 모두 다르기는 합니다만,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단·흉기 등 공갈'은 3년 이상의 징역을, 형법에 따르면 '협박'은 3년 이하의 징역,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업무방해'는 5년 이하 징역,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 받았습니다.

지장협은 480만 장애인 앞에 사과부터 해야

지장협은 MBC 언론보도의 내용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허위 편파 방송에 대해 사과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MBC에서 추가적으로 취재한 부분에서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인데요. 경찰브리핑을 통해서 밝혀진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식적인 언급도 없이, MBC 보도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내미는 것이 과연 적절한 반응인 것인지 따져봐야할 것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장애인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서 장애인계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장협은 먼저 장애인계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정 의지를 밝혀야할 것입니다. 그것이 순서입니다. 그래야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것입니다. 새 회장 체제가 출범했으니 뭔가 달라졌다는 소리가 나와야하는데, 이번 성명서를 보니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지 우려만 더욱 커졌을 뿐입니다. 에이블뉴스 댓글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옮겨 봅니다.

"mbc에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전국 480만 장애인에게 먼저 사과 해야한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전국 480만 장애인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비장애인에게 욕을 먹을지 지장협은 생각해 보았는가? 묻고 싶다, 또 당신들 몇명이 지장협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로 인해 왜 전체 480만 장애인의 얼굴이 뜨거워 져야 하는가? 지장협은 mbc에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전국 480만 장애인에게 먼저 고개숙여 사과하라!"(흙사랑)

"MBC가 일부 사실확인이 부족한채로 보도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에서 나온 내용가운데 선거과정의 난장판, 건설자재 확보현장에서의 폭력같은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까. 지장협이 무슨 투쟁을 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지장협은 이미 장애인당사자들에게 신뢰를 잃은단체라는 생각뿐입니다."(고진)

"대체 어느 부분인 사과해야될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 내용에 대한 진실은이렇다라고 주장해야 되는거 아닌가? 인터뷰한 사람 이름 잘못된 건 지장협에 사과해야되는게 아니고 인터뷰 한 사람한테 사과하면 되는 일이고... 협회에 전화하면 확인되는 사실이 먼지 시원하게 밝혀야 성명서에 수긍을 하지....

300억 규모로 사업하고 연간 1억5천만원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들어온게 맞다라고 주장한 것인지.....

이건 도대체 뭐가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야 정당한 주장인지, 궁색한 오리발인지 알거 아닌가? 도대체 성명서를 쓰는 사람들이나 이걸 결재하는사람들이나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없군. 하기사 제대로 된사람들이 있으면 이렇게 일을 저질렀을까마는...한심하다 이것들아!

누가 회장인지 몰라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다들 정신차려라. 도대체 장애인들 위해 한일이 머가 있다고 큰소리야...허구헌날 자리다툼이나 하면서.... 부끄러운줄 알아야지."(똑바로 해 이것들아!)

교체되는 장애인단체장들…인권 모르는 인권위원장 논란

인권시민단체는 청와대가 인권위원장에 한양대 현병철 교수를 내정하자 17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내정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이블뉴스

박덕경 회장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났습니다. 박 회장의 뒤를 이어서 한국장애인연맹 채종걸 회장이 신임 상임대표로 선출되어 지난 15일부터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채 신임 상임대표는 전임 대표의 잔여임기를 수행하는 것으로 오는 12월 31일까지만 일을 하게 됩니다.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제2대 회장도 새로 뽑혔습니다. 광주전남지회장으로 활동해온 박영근 후보가 1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영빈웨딩홀 1층에서 열린 제2대 회장 선거에서 고덕용 초대회장을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장애경제인협회는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에 의해 설립된 법률단체입니다.

한편 한국교통장애인협회도 조만간 새로 회장을 선출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장애인단체장들의 교체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장애인단체장은 아니지만 장애인계는 이번 주 새로운 국가인권위원장의 임명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예상을 깨고 현병철 한양대 법대 교수가 내정이 되면서 장애인계를 비롯해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그 이유는 인권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인권위의 수장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현 내정자 스스로도 자신은 인권을 잘 모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권 발전에 헌신해온 인물이 없다는 반증일까요?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정권의 말을 잘 듣는 허수아비 인권위원장을 세우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일단 17일로 예정됐던 현 내정자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이 무산됐지만, 오는 20일 진행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 진정성 확보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친서민 행보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에이블뉴스 제휴사인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지난 16일 오전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41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서 "가난한 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쓰레기를 줍고 일용노동자로 일하기도 했다"며 서민을 위한 대통령은 자신의 소명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삶에서 전세계 지도자들과 교우하기까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아는 삶을 살아왔다"면서 "이런 제가 대통령이 된 것은 서민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고 돌보라는 소명이 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관악구의 보육시설인 하나어린이집을 방문해 1일 교사 체험을 하고 일하는 엄마들과 타운미팅을 갖기도 했습니다. 장애아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요, 이 대통령은 "가장 좋은 것이 비장애인과 함께 교육하는 것"이라며 "경증 장애아들은 비장애아와 같이 생활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가 진정성을 확보하려면 서민 중의 서민인 장애인들과의 만남도 가져야합니다.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합니다. 에이블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합니다.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야합니다.

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인권위의 수장은 인권을 잘 아는 인물로 다시 선정해야합니다. 없는 자들의 슬픔을 이해하는, 인권 현장에서 존경받는 인물을 뽑아야 친서민행보의 진정성이 확보되는 것입니다. 반인권 대통령이 아닌 친인권 대통령이 되는 길은 어렵지 않습니다. 인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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