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임시대의원총회를 마치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박덕경 중앙회장과 김정록 중앙회장 당선자가 악수를 하면서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에이블뉴스

히딩크 드림필드 4호의 개장식에 참석하기 위해 거스 히딩크 러시아축구대표팀 감독이 전주시를 방문했던 지난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2009임시대의원총회가 열렸습니다. 히딩크 드림필드 4호 개장식에서는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장애인계의 관심은 히딩크 드림필드 4호의 개장식보다 지장협쪽에 더 쏠렸습니다. 에이블뉴스는 국지성 호우를 뚫고 전주시로 달려가 히딩크 드림필드 4호의 개장식과 지장협 임시대의원총회를 모두 취재했습니다. 에이블뉴스로선 2가지 모두 놓치기 힘든 귀중한 취재거리였습니다.

월드컵 4강신화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히딩크 감독은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거들떠보지 않았던 장애인 지원사업을 실천에 옮기면서 다시 한 번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판단으로 혹은 시각장애인이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없었는지 모르지만, 히딩크 감독은 한 사회복지사의 제안을 받고 시각장애인 축구장 건립사업이 얼마나 중요한 사업인지 간파하고 현재 직접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축구장 1개를 짓는데 드는 돈은 1억1천만원. 지금까지 4개를 짓는데 채 5억원도 쓰지 않았습니다. 돈이 없어서 지금까지 우리는 시각장애인축구장을 지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지장협은 5월 22일 중앙회장선거를 치렀지만, 7월 2일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중앙회장 당선자를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큰 혼란이 있었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김정록 후보와 하영택 후보는 충돌했습니다. 하영택 후보측은 김정록 후보측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고, 김정록 후보측은 선거에서 지자 판을 깨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김정록 후보는 당선이 확정됐고, 이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자신과 임기를 함께 할 부회장들을 뽑는 등 본격적인 중앙회장 인수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장애인계의 관심은 지장협이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에 쏠려 있습니다. 잠시 잊은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지장협 중앙회장선거는 5월 22일 개표 중단사태를 맞기 전까지 후보 합동토론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인터넷 상에서 서로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장협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장협은 새로운 수장을 찾았고, 이제 새 시대에 맞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 요구는 바로 장애인들을 위해서 앞장서서 일해 달라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나와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릴 수 있도록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뛰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지장협은 선거 문제로 홍역을 치르느라 간파할 새가 없었겠지만, 최근 장애인관련 정책은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우선 장애인정책들이 통폐합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장애인계와 교감도 없이 일을 추진했습니다. 75개의 사업이 55개로 줄어드니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듯 합니다. 쉬쉬 일이 처리되고 있어 에이블뉴스로서도 정보를 얻은 것이 쉽지 않습니다. 물론 비슷비슷 예산이 낭비되는 사업을 통폐합이 바람직하겠지만 밀실에서 일이 처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파장이 예상되는 것입니다.

촛불집회에서의 경찰의 인권침해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조직 축소의 시련을 겪은 인권위는 이제 수장마저 잃었습니다. 10월 29일로 임기가 아직 많이 남은 안경환 위원장은 지난달 30일자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에 대해서 곧 있으면,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회장 후보국과 후보자가 선출되는데, 새로운 위원장이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회장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차원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인권위 조직 축소가 이뤄지는 등 인권위 무력화 시도에 대한 항의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행으로 장애인들을 위해서 할일이 많아진 인권위인데, 조직 축소에 이어 리더십의 혼란까지 겪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의 근본을 바꿀 사업으로 평가받는 장애인복지인프라개편사업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달부터 서울시 성북구, 송파구, 광주 남구, 천안시 등 4개 지역에서 제2차 모의적용사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모의적용사업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 장애인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지는 않지만 원래 계획은 시범사업의 실시였는데, 모의적용사업이 한 차례 더 진행되는 것을 보니 내년에 예정했던대로 사업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에 대해서도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개편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갈팡질팡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비정규직법 파동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그 누구보다 가장 큰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입니다. 대한안마사협회 울산지부 사무국장 박경태씨의 기고에서 보았듯이 장애인 해고 사태는 이미 시작됐고, 직장을 잃은 가장은 자살 충동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장애인의무고용 적용제외율의 폐지를 2년간 유보하겠다는 MB정부의 결정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할 장애인들이 가장 먼저 처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에 엘리베이터 설치도 하지 않은 채, 경사형엘리베이터 설치 홍보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노약자도 이제 남산에 오를 수 있게 됐다고 말입니다. 케이블카 승강장 앞에서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가족들의 도움으로 휠체어에서 일어나야했던 일본인 관광객은 고국에 돌아가서 한국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했을까요? 서울시가 전시용 행정에 열중하고 있을 때,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은 갈 곳이 없어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을 해야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단지 지장협만의 과제는 아닐 것입니다. 장애인계가 힘을 합해서 풀어나가야할 과제입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과제를 풀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는 단체와 활동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장협도 이제 장애인정책 발전을 위한 장애인계의 노력에 동참해야할 것입니다. 에이블뉴스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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