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긴급히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는 이번 주 새롭게 특집을 편성했습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가족'이라는 주제로 펼쳐온 특집을 마무리하고, '시설 밖으로 지역사회 속으로'라는 주제로 새로운 특집을 걸었는데요. 이번 특집은 지난해 진행했던 '이제는 장애인주거권이다'의 후속 특집입니다. 이번에도 제대로 한번 펼쳐보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기고와 제보 부탁드립니다.

중증장애인들의 집단 퇴소, 탈시설 운동의 변화

적게는 6년, 많게는 28년간 시설에서 살아온 중증장애인 8명이 시설 밖으로 나왔습니다. 당장 잘 곳이 없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천막을 치려했으나 경찰이 허락하지 않아 스티로폼을 깔고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을 돕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긴급 구제를 요청했습니다. 서울시에도 찾아가 자립생활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그동안의 탈시설 운동이 시설내 비리와 인권침해를 찾아내 널리 알리고, 긴급한 상황에 놓여있는 시설장애인들을 지원하는 형태였습니다. 사건이 크게 터져버린 시설은 잘해야 폐쇄 조치가 내려지는데 그러면 그곳에 있던 장애인들은 다른 시설로 보내지곤 했습니다. 비리와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농후한 또 다른 시설로 보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된 탈시설 운동은 구체적인 자립생활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과 장애수당, 초기정착금, 자립주택, 자립생활체험홈, 활동보조서비스 등 대안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것들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적용가능하도록 고칠 것은 고치고, 새롭게 만들 것은 새롭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는 전체 시설장애인들을 대신해 목숨을 걸고 밖으로 나온 중증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합니다.

인천에서는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2일 밤부터 인천시청 앞에서 장애인의 생존권과 탈시설·자립생활 보장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이날 인천시청 공무원들과 장애인 차별철폐 9대 요구안을 놓고 면담을 가졌는데, 인천시가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았다면서 곧 바로 농성에 돌입한 것입니다. 인천시 장애인들은 특히 현재 70인 규모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이 신축 중인데, 정부의 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어긋난다면서 공사 중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간단합니다. 대형시설 지을 돈이 있다면 지역사회 자립생활 환경구축에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시대는 변했습니다.

장애인장기요양서비스, 아니 장애인자립지원서비스

노인요양보험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은 절대 안된다는 외침을 새겨 들어야합니다. ⓒ에이블뉴스

한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무산 위기에 놓였던 장애인장기요양보장서비스 시범사업이 오는 7월부터 드디어 시행됩니다. 이를 앞두고, 지난 2일 서울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공청회가 열렸는데요. 이날 발표된 정부의 추진계획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활동보조서비스 확대 방안’(활동보조방식)과 ‘노인요양보험제도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방안’(노인요양방식)을 비교·평가하는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시범사업 이후 두 가지 방안 중 최적의 방안을 찾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입방식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인데요.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지역 등 지역별 안배를 통해 전국 5개 시군구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되, 활동보조방식은 4개 지역에서, 노인요양방식은 1개 지역에서 실시하게 됩니다.

장애인들은 노인요양방식의 시범사업이 포함된 것을 두고, 공청회에 앞서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요양보험 방식은 말 그대로 노인요양방식의 문제점을 그대로 장애인장기요양제도에 이식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고 반발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공청회에서 이구동성으로 장애인과 노인의 다른 특징은 설명하며 장애인의 장기요양은 요양이 아니라 지역사회 자립생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공청회가 정말 공청회가 맞다면 비록 1곳이라도 노인요양방식의 시범사업이 진행돼서는 안됩니다. 모든 사람이 반대하는 시범사업을, 실패가 눈앞에 뻔히 보이는 시범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은 예산의 낭비일 뿐더러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듯이 자립생활이 대세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범사업에 거는 장애인계의 기대는 큽니다. 비록 장기요양이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결론은 자립지원이라는 것에 대해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자립지원서비스를 받으면, 이렇게 삶이 달라질 수 있다라는 점을 확인시키는 시범사업이 돼야할 것입니다. '시설 밖으로 지역사회 속으로' 중증장애인들의 탈출은 시작됐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의식있는 학자들과 전문가들도 이번 만큼은 정부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인장기요양서비스추진단의 결론대로 아예 명칭도 장애인자립지원서비스로 수정해서 사업을 진행해야할 것입니다.

말 안 듣더니 결국 제소당한 유인촌 장관

엘리베이터 입구가 보이시나요? 정말 좁디 좁습니다. ⓒ박종태

장애인 접근권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권리입니다. 34년 만에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이 바로 오늘 개관식을 가졌는데요. 약 두 달전에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여전히 장애인 접근권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오늘 중증장애인들이 직접 시설 점검에 나섰는데요. 전동스쿠터를 탄 장애인은 엘리베이터에 겨우 올라탈 수 있었는데, 너무 좁아 탑승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벽 대리석이 깨져버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있던 배우 강부자씨가 이 광경을 보더니 “장애인들이 불편하게 왜 이렇게 엘리베이터를 좁게 만들었느냐”고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강부자씨가 아니라 어느 누가 그 광경을 보았더라도 당국의 조치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진으로 엘리베이터 입구 크기를 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좁아도 그렇게 좁을 수가 없습니다.

공연장은 더욱 가관입니다. 장애인좌석은 3층 맨 뒤에 만들어졌는데요. 그 좌석으로 이동하는 공간이 너무 좁은데다가 큰 기둥마저 있어 자칫 잘못하면 계단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뒤에서 공연을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차별이라 서러운데, 목숨까지 내놓으라는 것인가요? 이렇게 잘못 만들어진 시설을 고치는 것은 정말 엄청난 재정이 투입돼야합니다. 처음부터 잘 만들었다면 쓰지 않았을 돈입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국민들의 혈세 낭비인 것입니다. 제발 장애인들 말을 좀 들어야겠습니다.

지장협 회장선거 댓글·성명 전쟁…왜곡된 주장 중단해야

제6대 회장 선거로 파국을 맞은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이번 주에도 여전히 댓글 전쟁과 성명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말 여러 곳에서 성명이 나왔는데요, 이 중 꼭 짚고 넘어가야할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에이블뉴스가 편파적 보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무엇을 어떻게 편파보도했다는 내용도 없이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지장협 선거과 관련해서 단 한줄도 편파보도를 한 적이 없고, 한줄도 사실이 아닌 내용을 왜곡해서 보도한 적이 없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전 장애인들이 모두 보고 있는 신문입니다. 특히 지장협 선거처럼 전 장애인계가 주목하는 사안에 대해서 중립을 잃고 편파보도를 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목에 칼을 대는 것입니다.

에이블뉴스가 그동안 많은 장애인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항상 중립을 지키는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언론의 정도를 걷고 있는 에이블뉴스에 근거없는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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