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살인기계 휠체어리프트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 ⓒ박종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할 때 가끔씩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마주칩니다. 예전에는 거의 혼자서 이용하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공익근무요원이나 역무원이 옆에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휠체어리프트에 올라탈 때 전동휠체어를 수동으로 전환하는 장애인은 많지 않습니다. 휠체어리프트를 탔을 때 안전고리를 거는 장애인도 별로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계단 앞에서 연출되는 아찔한 풍경 때문에 명랑한(?) 효과음이 귓전에서 멀어질 때까지 가슴을 졸이곤 합니다.

이번 주 국가인권위원회가 현행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인에게 제공돼야 할 ‘정당한 편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보건복지가족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각 지하철 및 철도공사와 관련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인권위의 권고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장애인의 이동권 및 시설물 접근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리프트 대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현행 휠체어리프트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입니다.

인권위는 현행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문제점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현행 휠체어리프트는 △사방이 트인 구조와 작동시의 경보음, 점멸 등으로 주위 시선에 노출될 수 밖에 없어 장애인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으며, △사용방법과 절차가 까다로워 장애인 혼자서는 이용할 수 없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장치는 미비하고 지나치게 사용자 주의사항에 의존하고 있어 추락사고에 취약하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의 규격과는 맞지 않아 수동휠체어 사용자 외에는 이용할 수 없다.

휠체어리프트는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종합운동장역에 4대가 설치된 이후, 19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의 하나로 규정되면서 설치대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됐습니다. 2007년을 기준으로 전국 지하철에 모두 1,146대가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휠체어리프트에서 떨어져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고, 장애인들은 ‘살인기계’, '기피시설 1호'라면서 반발했지만 관계당국은 적극적 대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인권위가 내놓은 이번 결정은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권위의 권고는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일단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및 시설물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휠체어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다음과 같이 권고했습니다.

1.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편의증진법시행령」별표 2 중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 설치할 수 있는 편의시설의 종류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삭제할 것

2. 국토해양부장관·서울특별시장·부산광역시장·인천광역시장·대구광역시장·한국철도시설공단이사장에게, 도시철도 및 철도역사에 엘리베이터가 계획대로 설치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3. 한국철도공사사장·서울메트로사장·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사장·부산교통공사사장·인천광역시지하철공사사장·대구광역시도시철도공사사장·광주광역시도시철도공사사장에게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교통수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설치계획에서 제외된 역사의 경우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없는 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수 있도록 설치계획을 재검토할 것

하지만 인권위는 지금 당장 모든 도시철도 및 철도역사와 공중이용시설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를 엘리베이터로 교체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엘리베이터의 설치가 단계적으로 확대돼야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이전까지의 휠체어리프트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권고했습니다.

1.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을 개정하여 휠체어리프트 관리주체가 안전수칙을 위반하여 안전사고를 일으킨 경우 벌칙규정을 신설할 것

2. 기술표준원장에게, 「승강기검사기준」을 개정하여 추락방지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승강기 검사 및 관리에 관한 운용요령」을 개정하여 휠체어리프트의 관리주체 및 운전자의 준수사항에 안전조치 의무규정을 신설할 것

3.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장에게, 휠체어리프트 관리주체 및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할 것

이제 문제는 관계당국에서 얼마나 성실히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권고를 이행할지 여부입니다. 그동안 장애인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휠체어리프트의 위험성을 알렸지만 속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관계당국이기에 걱정이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애인이동권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성명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촉구했습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계기로 휠체어리프트 이용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하기에 권고를 받은 각 정부와 관계기관은 즉각 실효성있는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말로는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면서 예산의 문제와 '일부 역사의 설치 불가능' 이유로 변명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엘리베이터 설치계획에서 제외된 역사이다. 주로 지하철 환승장 구간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문제가 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설치불가하다는 이유이다. 그런데 설치불가의 결정할 때 누가 한 것인가? 결국은 관계기관과 그에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결정한 것이 아닌가.

서울시가 엘리베이터설치 불가 역사 전체에 대하여 장애인이동권연대와 함께 각자 추천한 전문가와 더불어 현장조사를 통해 결정할 것을 약속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약속은 초기에 추진되다가 아무런 해명도 없이 취소가 되어버렸다. 이제 서울시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배제된 역사에 대하여 장애인이동권연대와 함께 약속했던 조사를 전면적으로 다시 실행해야 할 것이다.”

제6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명호, 김정록, 하영택 후보가 기호추첨을 마치고 서로 손을 맞잡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최근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의 중앙회장 선거에 장애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총 3명의 후보가 출마해서 지난 6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데, 이번 선거의 화두는 아무래도 민주화와 개혁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장협은 조직의 규모가 컸던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불법과 폭력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이번 주에 MBC 뉴스에서도 ‘장애인 등친 장애인협회’라는 타이틀로 시흥시지회 건이 다뤄졌습니다.

지장협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위해서 선거관리규정을 만들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렸습니다. 홈페이지에 각 후보의 공약을 소개해 회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한편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해서 부정선거감시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는 14일에는 대전유성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합니다. 토론회의 모든 내용은 본지를 통해서 인터넷으로 생중계될 예정입니다. 각 후보들은 인터넷 상에서 악플을 달아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하는 것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오는 21일 선거일 당일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유지되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의 조직을 자랑하는 만큼 지장협에 거는 장애인계의 기대는 매우 큽니다. 지장협의 변화가 곧 장애인계의 변화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성명서를 발표해 지장협에 대한 기대를 밝혔습니다. 성명서의 일부를 옮겨봅니다.

“도대체 2009년 현재, 지장협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단 말인가? 소외되고 억압받는 장애대중의 분노의 울분과 고락을 함께 했던 지장협은 이제 몇몇 기득권 세력의 밥벌이와 명예욕의 도구로 악용당하고 있다는 조롱과 비아냥거림의 대상으로 추락했다.

MB정부 들어 더욱 피폐해져가고 있는 장애대중의 처절한 현실을 외면하면서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만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지는 않는지? 안타깝게도 이 땅의 장애대중은 경제침체를 이유로 장애인정책의 부재라는 ‘위기의 계절’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언제까지 지장협은 침묵과 외면이라는 비겁함의 뒤에 숨어 있을 작정인가?

장애대중의 염원과 희망이 아로새겨진 지장협 깃발이 나부껴야할 투쟁의 광장을 언제까지 비워둘 것인가? 이제 지장협은 진정한 장애인당사자 단체로 환골탈태해야만 한다.

장애대중이 염원하는 새로운 지장협의 발전 원동력이자 가치는

첫째, 지도부의 민주적 의사결정 및 민주적인 운영을 과감히 실천해야 한다.

둘째, 자정기능이 강한 청백리기구와 장애운동단체로의 진정성과 건강성을 담보한 지역사회 운동의 실천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셋째, 협회의 역량 강화는 물론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장애인정책연구 활성화를 통한 정부에 대한 강력한 대응력을 갖추어야 한다.”

에이블뉴스는 지장협 회장선거에 출마한 김정록(기호 1번), 박명호(기호 2번), 하영택(기호 3번) 후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이번 주까지 인터뷰를 마쳐서 내주 초에 독자 여러분들이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애독자 여러분들, 후보 인터뷰 기사를 꼭 챙겨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한 주 마무리 잘하시고, 좋은 주말 맞이하세요. 소 기자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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