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탈시설과 인문학의 만남' 첫 번째 탈시설 워크숍이 열린 서울 종로구 혜화동 노들장애인야학에 걸린 장애인들의 외침입니다. ⓒ에이블뉴스

4월 2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돌아오는 월요일인데요. 잠시 월요일 일정을 미리 한번 가보겠습니다. 일단 복지부와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의날행사추진협의회는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제29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합니다.

장애인을 비롯해 장애인단체 관계자, 정관계 인사 등 총 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장애인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장애인복지 발전을 위해 기여한 이들을 격려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행사는 장애인인권헌장 낭독, 장애인복지관련 유공자 시상식(훈·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올해의 장애인상 시상식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한편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면서 전국 순회 집회를 벌이고, 보건복지가족부 청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여온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오후 2시부터 420장애인차별철폐결의대회를 개최합니다. 집회 후에는 복지부 청사가 있는 종로구 계동까지 행진을 계획하고 있는데, 경찰측이 행진 신고는 받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자리를 옮겨서 오후 6시부터 복지부 청사 앞에서 장애인생존권 9대 요구안 쟁취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날 또 다른 집회가 열리는데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낮 12시 30분부터 서울역광장에서 '나는 장애인이다'라는 주제를 내걸고 420장애인대회를 개최합니다. 이 대회에서는 탈시설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이어 오후 2시부터는 장애인차량면세유도입을위한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장애인차량 면세유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합니다.

‘면세유 허용해 장애인의 사회참여 보장하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결의대회는 연대 단체 회원들의 장애인 차량의 면세유 쟁취를 위한 호소문 낭독과 성명서 발표, 퍼포먼스와 공연 등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라디오와 TV에서는 장애인의 날 특집방송이 펼쳐집니다. 이 방송들은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생들의 인식개선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먼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1교시-넌 소중한 내 친구’가 오전 9시 5분부터 25분 동안 KBS 1라디오와 3라디오에서 동시에 방송됩니다.

대한민국 1교시는 초등학생들의 올바른 장애이해를 위해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교육과학기술부, KBS한국방송이 공동기획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해 제작된 방송인데요.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고요. 라디오에 친숙하지 않은 초등학생들을 위해 보이는 라디오로 제작됐습니다.

오전 11시부터 25분간 KBS 2TV에서는 중학생들을 위한 장애이해교육 드라마 ‘마이 프랜즈’가 방송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삼성화재,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가 지난해 10월 맺은 ‘중·고등학생을 위한 장애이해교육 영상물 제작을 위한 사회적 협약’ 이후 나온 첫 번째 작품인데요. 삼성화재 미디어팀에서 제작하고 현직 교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등 학교현장에서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마이 프렌즈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중학생 지희와 같은 반 친구인 우석이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구성해 청소년들이 쉽게 장애를 가진 친구를 이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리 가본 장애인의 날의 모습이 어떤가요? 여전히 장애인들은 길거리로 나가 투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왜 장애인들은 다시 길거리로 나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올해 장애인의 날을 관통하고 있는 흐름을 살펴보니 그것은 바로 탈시설 혹은 반시설, 다른 말로 하면 자립생활입니다.

하나, 우리는 우리 장애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은 단호히 거부하고 이에 대응하여 투쟁으로 맞선다.

하나, 우리는 우리 장애인들을 옥죄는 모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차별에 맞서 개선될 때까지 끊임없이 투쟁한다.

하나, 우리는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에 역행하는 시설중심의 수용정책을 단호히 거부하며 반(反)시설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투쟁한다.

하나, 우리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을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 및 시행령·시행규칙을 즉각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의 17일자 성명서에 담긴 대정부 요구사항입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이 성명에서 “정부는 시설확대 정책을 즉시 중단하고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외치고 있습니다.

1. 탈시설-주거권을 전면 보장하라!

1) 가정형을 제외한 생활시설 확충 계획을 즉각 폐기하라!

2) 중증장애인에게 자립주택을 제공하고 이를 제도화 하라!

3) 체험홈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라!

4) 그룹홈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거주서비스를 대폭 확대하라!

5)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초기정착금을 제공하라!

6) 장애인주택개조사업을 전면 확대 실시하라!

7)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수립하라!

이번에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내세운 장애인생존권 9대 요구안 중 첫 번째 요구안의 내용입니다. 자립생활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 등의 권리 보장과 함께 이제 탈시설-자립생활의 전면적인 보장으로 장애인복지정책의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 울산시는 시설확충 계획과 진행 중인 시설의 신축을 전면 폐기하고 관련 예산을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필요한 주거권 보장으로 즉각 전환하라! 아울러 현재 시설 거주인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탈시설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단순히 주거공간만 확보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활동을 보조 받아야 하고, 이동이 자유로워야 하며, 삶을 영유할 기본 소득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장애인을 대한민국의 주권자로 인정한다면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꿈과 삶의 의지는 자립생활로부터 비로소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17일자 사회당 울산시당의 성명서의 일부입니다. 자립생활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이제 장애인들만의 목소리도 아닌 것입니다.

탈시설이든, 반시설이든, 자립생활이든 지향점은 같은 것 같습니다. 그 지향점은 더 이상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외침입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지금 당장 시설을 폐쇄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시설 시대의 종식을 인정하고, 장단기대책을 수립해야할 시점이라는 절규입니다. 올해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장애인들의 요구에 정부는 분명히 대답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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