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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익증진과의 역설적 운명

폐지 앞두고, 규제일몰제 폐지 합의 이끌어내

장애인권익증진과 지키기 나선 장애인계 분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3-20 17:42:45
지난 19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는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19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는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오랜만에 장애인들이 활짝 웃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권익증진과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협의를 통해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3항의 규제일몰제 적용을 철회한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복지부는 장애인단체들에 공문을 보내 이 사실을 알렸는데요. 공문에서 “그동안 방송사업자의 장애인시청편의서비스 제공 관련 규정을 5년간의 규제일몰제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추진되어 왔으나, 복지부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수화통역 등의 장애인시청서비스는 장애인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규제일몰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다만, 영세사업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소요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준비에 필요한 기간을 두는 방안 등을 복지부가 마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결정은 장애인단체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성과입니다. 수많은 단체들이 규제일몰제 적용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쏟아냈고,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에 잘못된 점을 알렸습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측과는 면담을 통해 논리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설득시켰습니다. 상식이 한번 통했습니다.

이번 소식이 더욱 반가운 점은 그만큼 세월이 수상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장애인정책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장애인정책발전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에서 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위상이 낮아지려고 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을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장애인일자리는 여전히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수준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행정인력 20명 증원 약속은 물거품이 됐고, 장애인인권 탄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 국가인권위원으로 임명됐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은 30% 축소가 추진되고 있고,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예산은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약속했던 장애인차량 LPG 개별소비세 면제는 아직도 현실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복지부는 올해 폐지되는 LPG 지원제도의 부활을 촉구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4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장애인단체들은 올해도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겠다고, 거리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들려온 규제일몰제 적용 폐지 결정이니 반갑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이번 결정을 이끌어낸 곳이 바로 복지부 장애인권익증진과라는 점이 아이러니(irony)합니다. 정작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주무부처인 장애인권익증진과는 곧 폐지될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불필요한 행정조직을 정비한다며 이른바 대국대과제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복지부 장애인권익증진과는 인원이 9명으로 기준인 15명에 모자란다는 이유로 폐지가 결정됐습니다.

지난 19일 열린 차관회의에 폐지 안건에 올라갈 예정이었는데요, 복지부측은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모두 마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단 안건을 올리지 않고, 내주로 안건 처리를 미루기로 했습니다. 장애인계로선 약 1주일 정도 시간을 번 셈인데요.

차관회의가 열리는 당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정책국측과 면담을 갖고,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는데요. 장애인정책국은 현재로선 폐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난감한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주무부서인 장애인권익증진과를 폐지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력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면서 장애인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규제일몰제의 경우처럼, 이 문제가 잘 정리될 수 있을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또 다른 주무부처인 국가인권위의 축소 철회 문제도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인권시민사회진영은 국가인권위 축소를 반대하고,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 철회를 위해서 오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이번 주 장애인계에는 굵직굵직한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104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투쟁단이 만든 장애인연금법 제정안이 민주당 박은수 의원을 통해 입법 발의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은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소득이 낮은 18세 이상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1/4에 해당하는 월 25만원 수준의 연금액을 지급받게 됩니다. 경증장애인은 중증장애인이 받는 금액의 50% 수준에서 연금을 받게 됩니다.

청계천 소송 결과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청계천 복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최대 치적으로 손꼽히는데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많아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국가인권위도 시설을 개선하라고 서울시에 권고를 했었는데요.

서울시가 권고를 수용하지 않자, 일부 장애인들이 지난 2006년 4월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2007년 11월 22일 1심 판결이 나왔는데, 청계천은 문화시설이 아니라 하천이어서 장애인 접근성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고 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1년 4개월 만에 2심, 항소심 판결이 지난 17일 있었는데요. 이번에도 재판부는 서울시가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시설물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을 했습니다. 장애인들은 곧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서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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