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 규제일몰제 적용 폐지를 촉구하는 장애인단체들의 기자회견. ⓒ에이블뉴스

국가인권위 축소에 이어 복지부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도 추진되고 있어 장애인계가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복지부 장애인권익증진과는 모두 장애인차별금지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무부처인데요. 정부의 방침대로 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이행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으로 장애인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아예 없애라”라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권익증진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07년 4월 제정되고, 2008년 4월부터 시행되는 것에 발맞춰 지난해 3월에 새로 만들어진 과입니다. 현재 장애인차별 관련 관리·운영 및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장애인차별금지 관련 법령 및 제도개선에 관한 업무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가 결정된 것은 이 과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9명으로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대국대과제의 기준인 15명에 미달한다는 이유입니다. 장애인단체들과 장애인국회의원들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에 대해 “▲장애인계의 피와 눈물, 그리고 수년 간의 사회적 합의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폭거’”라고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인권선진국의 길을 걷지 않겠다는 분명한 ‘선언’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450만 장애인에 대한 ‘엄중한 도전’ 행위에 다름 아니다"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현재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정책국 산하에는 장애인정책과, 장애인소득보장과, 재활지원과도 있습니다. 장애인권익증진과가 사라진다면, 관련 업무는 장애인정책과로 흡수 통합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주 목요일(19일) 장애인권익증진과의 폐지 시점이 결정될 예정으로, 장애인계는 긴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중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장애아 낙태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가 장애인단체들로부터 선거 캠프를 점거당하는 사태를 겪어야했습니다. 이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장애인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졌는데요. 최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추진으로 장애인들의 의문은 원성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역사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지난 정부에서 약속했던 장애인차별금지법 행정인력 20명 증원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린 것부터 단추는 잘못 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자마자 효력을 약화시키는 보건복지가족부 개정안이 발의되고,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도 100% 지킬 수 없다’며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를 규제일몰제에 포함시켜 관련 기업이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 결정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장애인들이 그렇게 싫은 것일까요?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사석을 막론하고 장애인 문제에 대해 애정이나 관심을 보이거나 해결하려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면서 “이건 큰 위기”라고 이명박 정부의 장애인 정책 의지에 대해 깊은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장애인공약 중에는 장애인차량 LPG 연료 면세화가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폐지를 결정한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이 면세화를 약속하면서 장애인 표를 가져오는데 재미를 봤습니다. 그런데 당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이 공약에 대해서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과 장애인차량면세를위한공동투쟁단은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차량 면세유 도입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는데요. 올해로 폐지되는 장애인차량 LPG 지원제도를 대신할 면세유 도입 방안이 주로 논의됐습니다. 학식 있는 교수님들의 의견을 좀 들어볼까요?

대구대 이달엽 교수는 “LPG 연료지원정책을 폐지하고 장애수당을 약간 올리는 것은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확대하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하는 정책이며 LPG 지원정책의 폐지는 장애인들을 소외계층으로 더욱 전락하게 하고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교수는 “장애인 차량 LPG 지원은 장애인에게 신발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소비적 성격으로 보기보다는 생산·건강·문화와 직결된 중요한 정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동대 홍창의 교수는 “장애인 차량은 LPG는 물론이고 휘발유 차량과 경유 차량도 면세유로 해야 하며, 차량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교통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등 각종 혜택과 장애인 교통 세분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의 정책실무자가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한번 결정한 장애인차량 LPG 지원제도의 폐지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대통령 공약은 지켜야 되는 것인가요?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요? 너무 바보같은 질문입니다. 우리는 상식과 양심이 통하는 사회에 살고 싶습니다. 약속한 것을 지키는,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그런 지도자를 원합니다. 그런 공무원을 원합니다. 이것도 ‘떼법’이라고 말할 건가요? 장애인들이 지금 떼법을 쓰고 있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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