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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과 장애인, 선택권 박탈당한 이들

장애인이동권 보장 외면하는 '창살 없는 감옥'

국내 최대 장애인조직 지장협, 권력 다툼 심각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1-23 21:46:47
철거민을 망루에 고립시킨 사회, 장애인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고 있는 야만적인 사회의 모습니다. ⓒ노컷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철거민을 망루에 고립시킨 사회, 장애인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고 있는 야만적인 사회의 모습니다. ⓒ노컷뉴스
신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잘못된 것은 사과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순리인데, 상호 간에 신뢰가 무너지니 극한 대립으로만 치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용산참사를 둘러싼 갈등을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곳은 에이블뉴스 편집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출·퇴근을 하면서, 외근을 나가면서 용산참사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현장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무거워집니다.

없이 사는 사람들은 선택의 제한을 받게 되는데요, 망루를 세우고 스스로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철거민들의 처절한 심정은 장애인당사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매일매일 느끼는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장애인당사자들은 선택권을 박탈당해왔습니다. 살 곳이 없어 시설에 가게 되는데, 그마저도 부모의 선택입니다. 일단 시설에 들어가면, 외출의 선택도, 식사 메뉴의 선택도, 하물며 TV프로그램의 선택도 제한받게 됩니다.

굳이 시설이 아니더라도 장애인이 이동할 수 없는 사회는 창살 없는 감옥과 다름없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에 접근할 수 없다면, 집밖으로 나갈 수 있는 선택권은 제한당하는 것입니다. 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교육도, 직장도, 연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지난 21일 휠체어리프트에서 또 다시 장애인 한 명이 떨어져 다쳤습니다. 이번에는 삼각지역입니다. 오이도역, 발산역, 제물포역, 서울역, 혜화역, 화서역…, 더 이상 지하철이 장애인들의 무덤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8년 전, 오이도역 추락참사는 장애인이동권 운동을 촉발시켰고, 결국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 22일 오이도역참사 8주기를 맞아 나왔습니다. 더 거센 반발이 있기 전에, 정부 당국이 챙겨야겠죠.

정부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를 지난해 7월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 5개 기관이 인증을 받았는데요, 대전시청사가 본인증 제1호입니다. 완공 이전 사용승인 전에 받을 수 있는 예비인증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주암댐 효나눔복지센터, 성북구청사, 양평군장애인종합복지관과 서울 문정도시개발사업 등 4곳이 1등급 예비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중 에이블뉴스는 성북구청사 신축현장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화장실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성별이 다른 가족이나 도우미가 화장실에서 활동보조를 할 수 있도록 다목적 화장실 1곳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장애인화장실 문제는 아주 기본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고 있는데요.(먹고 싸는 문제는 정말 기본 아닌가요?) 장애인화장실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듯해서 새롭게 건물을 짓는 곳들이 귀감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또 다시 휠체어리프트에서 장애인이 떨어져 다쳤습니다. 더 이상 지하철이 장애인의 무덤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박종태 에이블포토로 보기 또 다시 휠체어리프트에서 장애인이 떨어져 다쳤습니다. 더 이상 지하철이 장애인의 무덤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박종태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문제를 꺼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장협은 시·도협회장을 새로 뽑거나, 시·군·구지회장을 새로 뽑을 때마다 갈등이 벌어지곤 합니다. 이번에는 경기도협회장 선임 문제가 터졌습니다.

그런데 중앙회장 퇴진론으로 사태가 번지고 있어서 장애인계가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 박덕경 회장의 임기가 7월로 종료될 예정으로, 이번 경기도협회장 문제가 차기회장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합니다. 염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갈등이 장애인당사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 다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체장애인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의 절반을 넘는 장애유형입니다. 지체장애인을 대표하는 지장협은 시·군·구까지 풀뿌리 조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조직력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입니다.

지장협이 해야 할 일이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그동안 전체 장애인의 문제에 대해서 너무 소홀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할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민주적으로 잘 해결하고, 장애인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많은 장애인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설 연휴에 들어갑니다. 오늘 밤부터 본격적인 귀성행렬이 시작됐습니다. 에이블뉴스도 설 연휴에는 쉽니다만, 중요한 기사들이 몇 개 업데이트될 예정이니 꼭 찾아와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기사들도 이번 기회에 읽어보세요.

에이블뉴스 지식짱에 가면 설 연휴 응급의료기관 연락처를 올려놓았습니다. 만일의 경우, 활용하시면 될 것입니다. 당번 약국 명단을 이곳(www.pharm114.or.kr)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잊지 마시고요. 마지막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소 기자는 이만 물러갑니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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