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의 장애아의 낙태가 가능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낙태 자체가 올바른 것인가’라는 문제는 윤리적으로 대단히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일 정상적인 결혼 상태에 있는 부부가 아무 이유 없이 임신 중의 아이를 낙태하려고 한다면 이는 윤리적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살인’에 해당되는 명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낙태’(abortion)를 다루려고 할 때에는 항상 결정하기 힘든 상황에서의 낙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장애! 사실 이 땅에 태어날 때에 자신이 장애를 가진 존재라거나 아니면 자녀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현존하는 장애인 자신 역시 후에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알았지만, 장애인이 아니길 바라면서 고민하고 갈등했을 것이다. 그래서 장애의 ‘수용’(accept)은 매우 결단하기 어려운 과제인 것이다.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단계 중 첫 번째가 ‘부정’, ‘부인’이고, 그 다음이 ‘호스피탈 쇼핑’으로 장애라는 진단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의 방황 단계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장애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가 자녀가 장애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무 고민이 없이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녀의 장애문제로 인하여 고민하며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을 것이며, 비록 인정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와 부담스러운 앞날에 대하여 고민하는 분이 계실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불구”-적절하지 않은 용어이다-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러한 아이의 낙태에 대하여 솔직한 의견을 피력하였다. “낙태 자체에 대하여 반대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면서….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하여 흥분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모습을 감지할 수 있다. 만일 이명박 시장의 견해에 대하여 적극적인 반대를 한다면, 다음의 법률을 제정한 국회에 대하여 정중히 그리고 강력하게 반대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법률 자체가 신체질환, 정신장애를 가진 자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법률자체에 대한 의견을 주장하지 않으면서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를 하는가? 이러한 항의는 혹 정치인 이명박 전 시장을 반대하는 사람이거나 이명박 전 시장을 반대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의 의견과 같이하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갖게 한다.

「제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의사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②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행할 수 있다.

③제1항의 경우에 본인 또는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없는 때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에 갈음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임신 중의 아이 중에 3%가 '기형아'라고 한다. 게다가 임신 중에 기형아 혹은 장애아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즉 100% 확실하게 증명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 100% 장애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장애아를 기꺼이 낳으려고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금 반대하는 분들 중에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진정으로 낳으려고 했을까?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 역시 진심으로 장애자녀를 낳으려고 할 것인가? 게다가 장애자녀도 없고, 장애인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장애자녀를 낳으려고 할 것인가?

이는 이미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인권을 위해서 주장하는 당위적인 주장과는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자신이 장애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과 자녀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고민을 하며 눈물을 흘려 왔는가? 이는 지금이 한국 땅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슴 아픈 사연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현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인가? 여전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지금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 땅을 장애를 갖고서도 더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며 수고하는 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러한 노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이 논쟁은 냉정하게,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마치 집단적으로 누군가를 죄인으로 몰아붙이듯이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임신 중의 장애, 장애의 예방, 그리고 출산 이후의 장애의 경감과 예방을 위한 사회적인 체계, 법적인 체계를 만들기 위한 토론의 장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글은 에이블뉴스 전 칼럼니스트이자 현재 나사렛대 교수,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계윤 목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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