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페어(Find Advance in Industrial Revolution)팀이 지난 8월 13일부터 10박 11일간 ‘4차 산업혁명과 장애인 복지’ 라는 주제로 미국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 밸리에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내용을 연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회의를 나누던 도중에 인턴으로 근무하는 청각장애 소피가 들어왔다. 이때 연수한지 이틀밖에 안되었지만, 수화통역사 제외하고 수화를 쓸 줄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매우 설레었다.

소피는 중국인으로, 미국 청각장애대학교인 갈로뎃대학교에 졸업하고 바로 MS에 인턴으로 들어왔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MS에 갔고, 더군다나 MS에서는 인턴인 소피를 위해 외부 수화통역사를 불려서 배치했다는 것이 나에겐 매우 희망적이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사실 나는 전국에서 장애복지가 잘 되어있다는 대구대학교에 수화통역사와 함께 수업에 들어가면 불편해 하시는 교수님들이 간혹 있다. 그런데 오죽하면 산업스파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IT회사는 어떠할까.

수화통역사가 산업스파이일까 봐 고용하지 않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다. 그에 비해 세계적인 IT회사인 MS는 외부 수화통역사를 ‘고용한 것’이 아닌 ‘불려서’ 배치해준다. 알고 보니 미국장애인 복지 문화덕분에 이러한 현상을 만들 수 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이렇게라도 될 수만 있다면 청각장애인들이 편하게 사무직에 일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MS를 통해 자신 없었던 유학을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아준 것에 감사하고, 소피와 만남으로서 나의 청각장애로 인한 한계성을 벗어 날 수 있던 것에 또한 매우 감사하다.

유튜브는 정말 우리 팀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는데 피치 못할 상황이 생겨 원활한 회의를 진행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아쉬웠던 회사다.

우리가 만난 유튜브 자막담당자들은 놀랍게도 청각장애인이라서 미국에 아는 지인을 통해 연락이 되었지만, 점심시간이고 의사소통하기 어려울 거라며 부득이하게도 팀 7명이 구글스토어에 가는 대신 나 포함한 농인 2명과 수화통역사 1명이 담당자를 만났다.

우리를 위해 10명의 식당 자리를 예약해줬는데 우리 팀 전원이 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인 반면에 담당자 중 한명이 한국계 미국 청각장애인이여서 매우 반가웠다.

청각장애인들이 유튜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치 내 일인 것 같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부러웠던 점은 유튜브도 MS와 마찬가지로 수화통역사와 함께 일한다는 것. 여기서 놀라웠던 건 한국계 담당자의 수화통역사는 외부 수화통역사인 반면에, 경력이 많은 다른 담당자의 수화통역사는 유튜브에 소속되어 있는 수화통역사다.

딱딱한 회사의 분위기가 아니라 의외로 따듯하고 장애에 인한 차별성이 없어 매력적인 회사.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유튜브에 또 견학해보고 싶다.

페이스북은 다른 회사와 다르게 다양한 사람이 많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종교의 다양성, 인종의 다양성 때문에 서로의 문화가 달라 의견충돌을 잦을 만한데 서로 존중하고 문화를 이해하려는 이 평화로운 모습에 매우 감동적이었다. 이 여운을 가지고 우리나라에게 널리 알려주고 싶었고, 이를 통해 한국에서 장애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종교의 다양성, 인종의 다양성을 충분히 수용했으면 하다.

해외연수하기 전 나는 4차 산업혁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나날이 발전되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가는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 다양한 장애인들의 일자리도 만만치 않게 사라질 것이고, 또한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모든 사람들도 생계가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해외연수 중 기관 방문을 하면서 부정적인 시선 대신, 긍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내 객관적인 관점으로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이란 기술의 극심한 변화에 생긴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생긴 변화인 것 같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페어팀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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