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의 간판 프로그램인 <가요무대>가 주 시청자인 시각장애인과 노인을 배려하지 않은 자막 처리로 지탄받고 있다. 이지는 <가요무대> 홈페이지. ⓒKBS

지난 주 월요일! 한주의 시작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어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어렴풋이 첫잠이 들려는 순간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선잠을 설친 탓에 조금은 날카로운 어조로 전화를 받으니 혼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친구였습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왜 잠을 깨우느냐는 핀잔을 했지만 그의 물음은 더 황당했습니다. 그는 너무도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지금 KBS <가요무대>에 나오는 가수가 누구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웃음이 났습니다. 그랬습니다. 매주 겪는 그만의 아픔이 있었던 것을 몰랐습니다. 내 친구는 전맹인 1급의 시각장애인이면서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그는 매주 <가요무대>를 시청하는 것이 한주의 재미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매주 좋아하는 흘러간 노래를 들으면서 그 노래를 직접 부르고 있는 가수가 누구인지 너무도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노래가 끝난 뒤 아나운서가 어떤 가수가 불렀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에는 궁금증이 풀어지지만 매주 <가요무대>에서는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이 자막으로만 처리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였습니다.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있으면 프로그램을 같이 시청을 하면서 물어볼 텐데 대부분의 나이든 중증장애인의 경우 결혼을 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이 있어서 이런 경우 물어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그 친구의 궁금증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KBS의 간판 프로그램인 <가요무대>를 시청을 해보았더니 아나운서는 가수가 노래를 하는 순간마다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4곡의 노래가 나올 경우 첫 곡의 노래제목과 가수를 소개하고 두 번째 세 번째 곡은 자막으로만 처리가 되고 있었고 마지막 곡이 끝났을 때 마지막 곡의 가수를 이야기하는 순서로 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목소리가 귀에 익은 가수의 노래는 짐작으로라도 생각을 하지만 여러 수 백 명의 가수 중에 목소리가 비슷한 가수도 부지기수로 있는 상황에서 내 친구 시각장애인은 <가요무대>를 보다가 너무도 답답한 심정에 눈으로 볼 수 있는 내게 전화로 물어왔던 것이었습니다.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가 누구인지를….

아주 간단히 생각을 하자면 <가요무대>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노인들이나 중년이 많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면 노인들의 특성만 보더라도 시력이 감퇴하고 중년이 되면서 노안과 근시가 발생할 수 있는 세대들입니다. 자막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작은 글씨가 흐리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아나운서가 자막처리만 되는 부분의 가수와 노래제목도 같이 이야기를 해준다면 시각장애인뿐만이 아니라 노인이나 중년의 세대로 더 호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상업적인 방송만을 하는 곳이라면 또 이러한 배려가 시간적, 경제적이나 다른 어떤 방송 상의 특성상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이해도 할 수 있겠지만 KBS는 상업적인 방송을 위주로 하는 타 방송과는 달리 공영방송으로서 이와 같은 특정 시청대를 위해 할 수 있는 배려와 다양한 국민들의 특성을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주 시청자들의 특성조차 고려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아주 사소한 일로 어떤 사람은 코웃음을 칠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큰일이냐고 그렇지만 지금 우리 장애인 현실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메었습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 속에서 장애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대로 지체장애인은 지체장애인대로 각기 사회 속에서 비장애인들이 쳐놓은, 그들조차도 생각지도 못한 높고 기다란 장벽 속에서 장애인들이 그들 가까이 다가가려하다가 장벽에 부딪히고 깨어져서 피가 나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것입니다.

언제쯤 이런 보이지 않는 장애와 비장애의 사회적 장벽이 허물이 질수 있을까요?

*이 글은 에이블뉴스 독자 이현미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