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홈 수료식(좌: 참여자 배길연씨, 우: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최혜영 센터장).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아직 병원에 머물러있는 많은 척수장애인 여러분! 척수장애인이 되었다고 좌절, 우울해 있지 말고 나의 삶을 위해 세상의 빛을 한 번 보는 게 어떨까요?”

내가 4주간 지냈던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진행 중인 '일상의 삶으로, Yes I Can(이하 일상홈)'을 떠나면서 아직 병원에 있는 척수장애인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이다.

2016년, 호주의 한 대학원에 합격한 후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인도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3개월만 지내고 호주로 갈 생각이었으나 즐거운 여행길에서 꽃길 같았던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교통사고로 인해 흉수 12번이 손상되었고 그렇게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불완전마비라 감각도 있고, 약간의 움직임도 가능했지만 계속되는 재활치료에도 끝내 돌아오지 않는 두 다리에 어느 순간 내 스스로가 초라하고 나약해져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병원 재활코치를 통해 일상홈에 대한 정보를 듣고 두 번의 초기면접이 진행되었다. 처음 반신반의 했다. 좋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제자리걸음인 내 상황이 더 나아질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타인의 시선을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에 일상홈 참여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상홈 생활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소한 일들이 가능해졌고 휠체어에서 옮겨 앉는 트랜스퍼에서부터 운전면허 따기, 설거지 · 빨래 · 청소와 같은 가사활동, 문화생활과 다양한 스포츠체험들을 하면서 타인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코치님과 함께 웃고 즐기면 훈련을 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상홈에서 청소하는 길연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마트에서 장을 보는 길연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그렇게 길 것 같던 4주가 순식간에 지나고 일상홈을 수료하던 날.. 간단한 소감을 말하는데 잘 해낸 내 스스로가 기특하고 지금까지 애써준 모든 분들이 너무 감사해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왔다. 조금 더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며 지내왔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저작권보호원의 온라인 모니터링단으로 재택근무를 하며 지내고 있다.

나는, 일상홈에서 지낸 4주간의 변화보다 앞으로의 시간에 더 많은 변화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며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에 임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나의 삶을 다시 사고 전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인지 등이 질문들이 모두 스스로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상홈’으로 세상 앞으로 한 발 내딛었으며, 그 한 발에 용기를 얻어 취업이라는 새로운 한 발을 다시 내딛었다. 이 한 발들이 모여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행복하게 웃는 날이 곧 찾아올거라 믿는다.

아직도 예전의 나와 같이 타인의 시선을 꺼려하는 척수장애인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그런 척수장애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장애인이 아닙니다. 휠체어만 탓을 뿐이지 당신은 비장애인과 다를게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휠체어를 탄 당신을 누군가 이상하게 바라본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장애인입니다.”

일상홈 프로그램으로 사격체험 중인 길연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 프로그램으로 테니스체험 중인 길연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의 삶으로, Yes I Can(일상홈)’ 1기 참여자 배길연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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