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전통적인 가옥 및 생활환경. ⓒ정우석

‘세계의 지붕’ 네팔은 히말라야뿐 아니라 힌두교와 불교의 조화를 이룬 독특한 전통문화로 세계 문화유산을 7개나 보유한 나라다.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척수장애인들에게 네팔은 최빈국이라는 굴레와 함께 험준한 산만큼이나 이동의 장벽이 심해 스스로의 힘으로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올해 척수장애인 가정 경사로 설치 공사 모습. ⓒ정우석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지난 2014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의(KOICA) 지원으로 네팔 척수손상재활센터(SIRC)와 함께 휠체어 접근성 공사를 실시하고, 동료상담 및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척수장애인 가정 화장실 설치 공사 모습. ⓒ정우석

올해 척수장애인 가정 휠체어 접근성 공사 완료 후 모습. ⓒ정우석

지난 4월과 5월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해 현재 사업을 변경하여 척수손상을 입고 삶의 터전을 잃은 환자 및 가족을 위한 병실(shelter)을 건축 중에 있다.

협회 이찬우 사무총장과 함께 지난달 7박 9일의 일정으로 병실 건축입찰 심사와 내년 사업 논의를 위해 네팔을 다녀왔다.

현재 네팔은 대지진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도 정부의 네팔 국경 봉쇄로(*지난 9월 네팔이 새헌법을 재정하자 인도는 종교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네팔의 새 헌법공포에 반대하며 국정을 봉쇄함) 연료 뿐 아니라 의료품 마쳐 부족한 상황이었다.

대지진 후 6개월이 지나도 복구되지 않은 가옥들. ⓒ정우석

대중교통 감사로 버스 지붕에 위태하게 매달려 이동하는 모습. ⓒ정우석

“네팔은 지하자원도 없고 중국과 인도에 둘러싸여 있어 정치적으로도 민감하여 국제사회가 네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문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네팔 직원의 근심 섞인 설명에 가슴이 먹먹해 졌다.

“달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인공 건축물은 만리장성인데, 요즘은 연료가 없어 끝없이 주차되어 있는 네팔 자동차가 보인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네팔의 연료사정은 심각했다.

대중교통이 평소보다 70% 이상 감소하여 버스 지붕에 매달려 이동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교통사고를 걱정하는 나에게 “위험하지만 버스를 탈 수 있는 비장애인들이 부럽다.”는 네팔 척수장애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인도의 국경 봉쇄로 연료 공급이 되지 않아 멈춰선 자동차들. ⓒ정우석

히말라야와 같이 높은 이동의 제약

네팔 척수장애인들은 장애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장애 수용이 빠를 수 있지만 그 운명을 바꾸기는 더 어렵다.

척수장애인들에게 이동의 자유는 선택받은 일부 도시거주 장애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SIRC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히말라야와 같이 높은 이동의 제약이다. 물론 척수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없으며, 나무의자를 개조해서 만든 이동식 변기에 만족할 따름이다.

기혼 여성의 경우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집 안에 방치되거나 친정으로 쫓겨나는 사례를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온다.

내년 KOICA 지원으로 건축할 직업재활센터 부지. ⓒ정우석

협회에서는 KOICA의 지원으로 내년부터 종합적인 직업재활서비스 제공을 통해 빈곤문제 해결과 최소한의 생활권 보장을 위해 VOICE(Vocational Opportunity for Inclusion to Community & Employment)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척수장애인들의 지역사회와 고용 통합을 위한 직업 기회 제공’을 위한 사업으로 내년에 ‘척수장애인 직업재활센터’와 ‘호스텔’을 설립할 예정인 것.

SIRC에서 재활치료를 끝낸 척수장애인 300가정을 대상으로 전통적인 직업재활 모델에 지역사회에 맞는 다양한 직종의 직업훈련 프로그램 구성, 비즈니스 교육, 창업 도구 지원, 모니터링 및 평가, 사후지원 까지 종합적인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아‧태지역에 성공적인 직업재활모델을 제시하여 척수장애인과 같은 중증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활성화 시키고자 한다.

쉬운 길은 분명 아니겠지만 네팔 척수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와 고용 통합을 위한 첫 발을 힘차게 내딛어 본다.

지난 11월 네팔에서 올해의 KOICA 사업 모니터링 후 기념촬영 장면. ⓒ정우석

*이 글은 정우석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업지원과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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